대학생기자단
- 게시일
- 201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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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 _ 윤석화
“섹시한 목소리를 가진 최고의 배우” _ 조재현
<위기의 여자> <넌센스> <19 그리고 80> 모두 대한민국 연극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인데요, 이 작품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나요? 바로 한국 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배우 박정자 선생님이 출연한 작품인데요. 이 시대 진정한 예술인, 배우 인생 50주년을 맞이하는 박정자 선생님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긴 세월만큼이나, 아니 그 세월을 넘어서 멋진 인생을 살아온 선생님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까요?
박수와 환호를 먹고 사는 배우, 박정자
오늘 강연은 선생님이 최근에 공연하신 연극 <나는 너다>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는데요. <나는 너다>는 안중근 의사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에요. 서울 공연의 성공에 힘입어 지방공연까지 하게 됐지만 지방공연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무대를 통째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들어요. 그로 인해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 상대적으로 배우들은 적은 출연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랍니다.”고 말하며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그 답답함을 위로받고자 가족들에게 “출연료와 개런티도 적은데 나 배우하지 말고 스태프나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어떨까?”라고 말씀하시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위로의 말을 기대하던 선생님의 예상과는 달리 아들이 “어머니는 비싼 출연료 대신에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니 얼마나 행복한 분이세요.”라고 말하며 선생님의 귀여운 푸념에 일침을 놓았다고 하네요. 그 순간 선생님은 얼굴이 화끈거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아들의 따끔한(?) 충고덕분에 선생님은 다시 초심을 되찾은 것이지요. 자신을 낮추는 듯 말씀하셨지만 이 일화는 선생님과 선생님 가족의 연극 사랑을 느낄 수 있어 모두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습니다.
연극 너는 내 운명, 9살 소녀 박정자 연극에 빠지다
단아하게 교복을 차려 입은 여학생의 사진과 함께 박정자 선생님의 연극 이야기가 시작 됐습니다. 1950년, 당시 9살이었던 꿈 많은 소녀 박정자는 생애 처음으로 연극을 접했다고 해요. 효자동 근처에서 일을 하던 오라버니 덕분에 다른 사람보다 일찍 연극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일찍 연극의 매력을 알게 된 것이 오늘날의 연극배우 박정자를 있게 만든 원인이라고 하네요. 일찍 연극을 접한 만큼 연기도 빨리 시작하시지 않았을까 했지만, 선생님께서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연기할 기회가 없었다고 해요. 하지만 연기를 하지 못한 아쉬움 보단 많은 작품을 관람하며 쌓은 안목이 오히려 큰 자산이 되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인생에 있어 중요했던 시점이 어릴 적 연극을 보러 간 것과 연극인의 삶을 택한 거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정말 선생님은 뼈 속부터 연극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기의 여자랑 안어울려요.“
배역을 놓칠 뻔한 위기의 여자에서 기회의 여자로
박정자 선생님은 <위기의 여자>, <넌센스>, <엄마는 50에 바다를 발견 했다> 등 수많은 작품에 참여하셨는데요. 슬라이드 사진을 통해 그간 참여하신 작품과 다양한 역할을 맡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그 시절을 떠올리며 많은 일화를 들려 주셨는데요. 그 중에서도 <위기의 여자> 캐스팅 일화는 굉장히 흥미진진했답니다. “위기의 여자는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 대표가 당시 개관 1주년 기념하여 올릴 예정이었어요. 그래서 임영웅 대표는 제게 여주인공에 적합한 배우를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저는 배우 김혜자, 김민자 씨를 추천했어요. 그러나 연극은 하나의 작품을 올리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해요. 당시 두 배우는 너무 바빠 연극에 모든 시간을 투자 할 수 없었죠. 그래서 다시 다른 여배우를 물색하게 되었는데요. 그러던 중 문득 위기의 여자 나는 안 되나? 내가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은 저를 추천했답니다.”
당연히 박정자 선생님이 바로 캐스팅 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바로 임영웅 대표가 박정자 선생님을 거절한 것이죠. 임영웅 대표 생각에 박정자 선생님은 <위기의 여자> 느낌이 나지 않았다나요? 자존심이 상해 있는 선생님께 임영웅 대표가 찾아와 대본을 건네주며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악착같이 연습한 끝에 성황리에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만약 선생님이 먼저 자신이 이 역을 맡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박정자의 <위기의 여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것이 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죠.
박정자의 아름다운 프로젝트 ‘19 그리고 80’
마지막 슬라이드가 나오자 선생님은 기다렸던 작품이 나왔다는 듯 밝은 표정을 지으셨는데요. 그 작품은 바로 <19 그리고 80>이었습니다. “내 나이 80까지 무대에서 공연하고 싶은데요. 그 마지막 순간을 <19 그리고 80>이란 작품과 함께하고 싶어요. 제 개인적으로 너무나 애착이 가고 사랑스러운 작품이에요.” 지금 선생님 연세가 일흔이시니까 이제 선생님의 <19 그리고 80>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단 5번뿐이랍니다. (선생님은 이 작품을 2년에 한 번씩만 하세요)
<19 그리고 80>은 19세 청년 해롤드와 80세 노인 모드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요.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부모의 관심을 얻기 위해 자살시도를 하는 19세의 해롤드가 유쾌한 노인인 모드를 만나 인생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에요. 그 과정 속에서 서로를 사랑하게 되죠. “여자 나이 80은 모든 것이 충만한 나이에요. 사랑과 지혜가 가득하고 모든 걸 포용할 수 있는 나이죠. 거기에 모드는 순수함까지 간직하고 있는데요. 너무나 사랑스러운 캐릭터요.”라고 말했는데요. 얼마나 이 배역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연극은 공기와 같은 존재죠”
오늘 강연을 마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강연이라고 말하기에는 과분하고요. 오늘의 자리는 연극인으로서 49년 살아온 박정자의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주고 싶어 마련했어요. 오늘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여러분과 연극이야기를 실컷 나눌 수 있어 저 또한 행복했답니다.
평소에도 이런 강연을 많이 하시나요? 많이는 아니고 최근 이런 자리가 조금 있네요. 제가 배우 박정자 외에도 몇 가지 직함이 있는데요. 대부분 연극의 발전을 위한 제 바람에서 시작한 것이죠. 시간과 장소만 허락한다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자리는 함께하고 싶어요. 그곳이 무대이면 더 좋겠죠.
우리 연극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리고 그 잠재적 능력을 보여주고도 있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정부의 지원과 관객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 연극은 정말 대단하죠. 창작극 뿐만 아니라 기존의 원작을 연극으로 올린 것 또한 훌륭하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품을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정은 더 대단하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은 무대 위 화려함과는 달리 힘든 부분이 많은데요. 연극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버티고 있지만 힘든 건 사실이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배우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있으면 좋겠죠. 하지만 단순히 정부의 지원만 바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특히 배우는 더 의존하려 하지 말아야하고요. 오히려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배우와 관계자들이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여기에 관객의 관심이 더해진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거라 생각해요.
선생님 우리나라 연극의 발전을 위해 강단에 설 생각은 없으신지요? 강단에 선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 후로 많은 고민이 생겼죠. 그 중 하나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물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작품을 준비 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어느 하나에 집중할 수가 없을 것이고 그런 제 모습이 싫었어요. 사실 저 말고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훌륭한 배우가 많아요. 그렇기에 배우 박정자를 택했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 생활에 너무 만족하고 있어요.
박정자에게 연극이란 무엇인가요? 공기와 같은 존재이죠. 공기가 있어야 우리가 살 수 있듯이 연극이 있어야 박정자가 존재할 수 있답니다.
연극인 박정자의 꿈은 무엇인가요? <19 그리고 80>이란 작품을 제 나이가 80세가 될 때 까지 공연할 계획인데요. 그때까지 아프지 않고 무사히 공연을 마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아울러 우리나라 연극의 발전을 위해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박정자 선생님과 관객의 만남은 예정된 시간을 넘어서 까지 이어졌는데요. 그만큼 연극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박정자 선생님은 “여러분이 제게 보인 관심만큼 앞으로도 우리 연극을 사랑해주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오늘의 강연을 마쳤는데요. 요즘 3D, 4D영화의 강세로 인해 대부분의 관객이 영화관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진짜 3D의 원조는 바로 연극 아니겠습니까. 눈앞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배우들의 열연을 보고 있으면 진짜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답니다. 너무 그렇고 그런 빤한 영화에 지친 당신에게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연극을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오늘은 멀티플렉스 극장 대신 대학로 소극장을 찾아 배우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게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