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단
- 게시일
- 2011.06.17.
- 조회수
- 6857
- 담당부서
- 홍보담당관(02-3704-9044)
- 담당자
- 이유진
대한민국 패션계에 범상치 않은 디자이너들이 등장했다. 다소 파격적인(?) 스타일 때문에 종종 연예인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이들은 현재 대한민국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디자이너 부부다.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콘셉트 코리아 프로젝트에 참석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들에게 진짜 ‘패션’의 정의를 묻고 돌아왔다.
외국인? 연예인? 아니, 스타 디자이너!
두 분의 스타일과 패션이 독특해서 외국인이라고 오해도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
요니 ;제 머리가 노란색이라서 외국인이라고 많이 생각해요. 외국에서도 한국 디자이너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하더라고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굉장히 많아요. 하루는 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간호사가 저보고 ‘클라우디아?’라고 한 적도 있어요. 정작 제 옆에 그 분이 계셨는데 말이죠. (웃음)
다른 디자이너와는 다르게 두 분 자체가 브랜드의 상징이 되셨는데요. 멋진 콧수염과 눈 밑에 아이 펜슬로 그린 속눈썹이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스티브 ;저희 로고도 그런 의미에서 탄생했어요. 저의 콧수염이나 요니의 눈썹을 이용해서 로고를 제작했거든요. 저와 요니가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컬렉션을 봤을 때 디자이너의 느낌이 잘 전달되는 컬렉션을 하는 게 가장 의미가 있다고요. 저희의 스타일을 솔직하게 컬렉션에 보여주고 저희의 특징이나 캐리커처를 디자인에 담아내다보니 자연스레 브랜드의 상징이 된 것 같아요.
▲ 스티브J의 수염과 요니P의 속눈썹이 들어간 브랜드 로고 ⓒ 이자은
제가 두 분 인터뷰한다고 말했더니 친구들이 따라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스타 디자이너가 되셨는데 느낌이 어떠세요. 많은 분들이 알아보실 것 같아요.
스티브 ;(요니를 보며) 우리가 스타…디자이너인가? (웃음) 저번에 패셔니☆(스타)라는 컬렉션은 해봤어도. 저만 있으면 못 알아보고요. 부부디자이너라서 그런지 요니와 함께하면 많이들 알아보시는 것 같아요.
요니 ;아까 스티브가 말한 캐리커처와 연결되는데요. 디자이너가 옷만 만들지 않고 그 옷에 상표나 캐리커처로 들어가 있어서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아이콘으로 여겨진다고 할 수 있는데 굉장히 기분 좋죠.
부부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혼자 활동하는 것보다 좋은 점이 있다면요?
요니 ; 저희 브랜드가 내세우는 문구가 ‘two heads are better than one' 이거든요. 만약에 각자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만났다면 의견충돌도 많이 생기고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는 대학생 시절부터 캠퍼스 커플이었고 유학도 같이 가서 패션 공부도 같이 했어요. 여행이나 박물관도 같이 다니고 영향을 받는 곳이 비슷했죠. 그래서 패션에 대한 생각과 감성이 비슷해요. 이제는 오히려 혼자 하는 것이 생각하기 힘들 정도에요.
스티브 ;둘이 있어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혼자 하시는 분들은 일이 꼬이면 좌절하고 우울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희는 둘이 함께 하니까 ‘괜찮아, 훌훌 털고 일어나자’는 마인드가 있어요. 저희는 둘이서 계속 도닥여주면서 즐기려고 같이 노력해요.
▲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스티브와 요니의 캐리커처 ⓒ Steve J& Yoni P
어릴 때부터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줄곧 디자이너를 꿈꾸셨나요?
요니 ; 예전에도 지금처럼 철딱서니 없고 옷을 좋아했어요. 자기 전에 다음날에 입을 옷을 정해서 미리 사람모양으로 정리해둘 정도로 옷에 굉장히 푹 빠져있었죠. 디자이너가 된 계기도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어서’였어요.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해서 어릴 때 뮤지컬 배우를 꿈꾸기도 했죠. 약간 예술적인 감성이 풍부했던 것 같아요. 스티브는 어릴 때 미술을 하다가 미술에 패션을 접목시키면서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한국에서보다 런던에서 먼저 쇼도 하시고 인정을 받으셨는데요. 해외에서 입지를 다진 뒤 귀국하신 이유는요?
스티브 ; 저희가 런던에 있으면서 뉴욕진출을 생각했는데요. 뉴욕은 굉장히 상업적이고 치열한 곳이기 때문에 브랜드를 키워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그런데 런던은 패션 관련 제조업들이 대부분 죽어있었거든요. 그에 비해 한국이나 아시아는 제조업이 많이 살아있어 시스템을 잡기에 더 유리하다 생각했어요. ‘한국에 들어와서 브랜드를 키우고 그리고 뉴욕을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잡자’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결혼하려고 들어왔어요. (웃음)
요니 ;영국에서 브랜드 초창기 때 저희는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군분투하며 지냈거든요. 그렇게 15년을 사귀다가 결혼은 작년에 한국 들어와서 했어요. 그래서 귀국과 결혼은 뭔가 저희에게는 한 번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매너리즘에 빠지는데 이런 터닝 포인트가 디자이너의 영감에도 많은 영향을 준 것 같고요.
연예계에 이어 동대문을 장악하다
‘디자이너의 옷‘을 떠올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 ‘중요한 모임에서 입는 옷‘이라 생각하곤 하는데요. 두 분의 디자인은 굉장히 실용적이고 일상에서 활동도가 높은 것 같아요.
요니 ;브랜드 초창기에는 저도 모델이 입을 옷, 컬렉션에 나갈 옷을 만드느라 제가 샘플을 입지도 못했어요. 생각해보면 그때는 백화점 바이어에게 팔리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내가 입고 나가고 싶은 옷’ 혹은 ‘스타일리시한 친구들이 좋아할 옷’을 디자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용적이고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게 됐어요. 그 후로 점점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고요.
▲ 많은 연예인들의 사랑을 받은 Steve J& Yoni P의 디자인 ⓒ Steve J& Yoni P
한 때 스티브&요니의 ‘레오파드’ 무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그래서 동대문에도 짝퉁이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카피 디자인을 입을 정도였는데요, 기분이 어떠셨어요?
스티브 ;맨 처음에는 카피가 나오기 시작할 때는 ‘와, 우리 브랜드가 이렇게 사람들이 카피를 뜰 정도로 선호의 대상이었나?’라고 신기해했는데 정도가 심해지다 보니 브랜드 가치에 타격을 받아서 언짢더라고요. 굉장히 기분 나쁜 수준까지 오는 것들도 있어요. 저희도 화가 나서 잡아보려고 해도 법적으로 어떤 조치가 되어있질 않아서 힘들어요. 짝퉁 디자인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으니 소비자분들이 오리지널의 가치를 알아주는 게 제일 힘이 되요.
2011 FW 컬렉션 테마가 ‘사춘기’였어요. 소개 좀 해주세요.
요니 ; 주제가 ‘Arrested Adolescence(억압된 사춘기)'에요. 어른이 되고 싶지만 아직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는 미숙하기 때문에 느끼게 되는 사춘기 소녀의 ’방황과 혼돈‘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자신의 자아 정체성도 잘 모르겠고, 내면에서 느껴지는 혼돈이 굉장히 우울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만의 프린트 기법이나 브랜드 방향을 생각했을 때 블랙이지만 우울하지 않게 표현하고자 했어요. 어둡지만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그래서 막연히 ’음울‘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표현해보고 싶었죠.
▲ 2011 FW 컬렉션 ‘Arrested Adolescence’ ⓒ Steve J& Yoni P
쇼가 끝난 후 홍콩 유명 백화점 관계자가 독점 판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들었어요.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공을 할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고요. 소감이 어떠세요?
요니 ;저희도 그 기사를 봤어요. 사실 초창기에는 브랜드의 콘셉트를 잡는데 여러 가지를 시도하느라 힘든 점이 많았는데, 지금은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이 확고하게 구축이 됐고 또 실질적으로 홍콩이나 일본 등 아시아지역에서도 한국만큼 반응이 좋아서 뿌듯해요. 저희 디자인이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얻는 모습을 보니까 또 미국 쪽에서도 잘 정착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과 기대심리가 생기기도 하고요.
스티브 ; 한류 가수만이 아니라 ‘한류 디자이너’도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감이 생겼어요. 저희도 처음엔 ‘우리 옷이 팔릴까?’라는 의구심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고 바이어들의 사업적 제의도 들어오니까 힘이 나더라고요. 한류 문화가 전 세계에 전달이 되니까 여러모로 저희도 도움을 받는 것 같아요.
스티브&요니의 디자인이 동서양을 넘어서 홍콩, 이탈리아,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굉장히 많은 나라에서 사랑받고 있는데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스티브 ;동서양 양쪽에서 패션공부를 해서가 아닐까요? 다른 디자이너들보다 동서양의 패션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양쪽 모두에서 사랑받는 것 같아요. 그리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강렬하고 유니크하기 때문에 바이어나 프레스가 저희 브랜드를 원한다고 생각해요.
서울시가 추진하는 글로벌 패션브랜드 육성프로젝트 '2011 Seoul's 10 Soul'에서 열 개의 우수 디자이너 브랜드 중 한 팀으로 선정되셨어요. 소감은?
요니 ;작년에는 콘셉트 코리아에서 4명안에 뽑히고 이번에는 서울시에서 10명안에 뽑혔잖아요. 저희가 혼자 유럽에 진출하는 것보다 이런 타이틀 아래 움직이는 것이 의무감은 더 생기는 것 같아요. 대표로 나왔으니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더 나은 성과를 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발되었으니 기분도 좋고 힘이 나죠.
젊은 부부 디자이너의 당찬 뉴욕 도전기
한국 대표 디자이너로 선정되었을 때 소감이 어떠셨나요?
요니 ;굉장히 기뻤어요. 미국은 신인 디자이너의 힘만으로 가기엔 너무 큰 땅이에요. 나라의 후원이 있거나 브랜드의 성장이 뒷받침 하지 않는 이상 미국이란 나라는 함부로 칠 수가 없는 곳이죠. 한국에서 힘을 키워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게 저희 계획이었는데 마침 뉴욕진출을 지원하는 콘셉트 코리아를 만나서 저희의 꿈에 한 단계 빨리 다가서게 되었다고 할까요? 뉴욕에 간 것 자체도 의미가 있었어요. 저희 디자인이 뉴욕시장에 적합할지 굉장히 궁금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미국도 가능성이 있는 나라라는 걸 느끼고 왔죠.
콘셉트코리아에서 소개한 스티브 & 요니의 테마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요니 ; 저희는 컨템포러리한 한국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금 사회가 전통적인 모습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외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모던한 한국인의 느낌, 젊은 한국 디자이너의 느낌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블랙에 다채로운 색을 사용한 젊은 감성의 의상을 연출하고자 했죠.
뉴욕에서 본 한국 패션의 미래는 어떤가요?
스티브 ;긍정적으로 봐요. 저희가 한국에 막 들어왔을 때에 비해서 지금은 많은 분들이 패션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세요. 콘셉트 코리아 관계자 분들과 이야기 해봐도 예전에 비해 굉장히 많이 아시고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도 이미 구체적으로 잡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보다 더 발전한 모습의 디자이너들이 해외에 진출하고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니 ;과거에는 ‘아시안 디자인’ 하면 일본을 많이 떠올렸는데요. 요즘에는 한국의 디자이너가 일본 디자이너들보다 더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조만간에는 아시아 패션의 핵이 한국이 될 것 같아요. 한국 디자이너의 역량이 유럽에 생각보다 빠르게 전파되고 있어서 한국 패션의 미래는 굉장히 밝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로서의 꿈과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스티브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에요. 홍콩에서도 어느 정도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작용하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니 ;우리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하는 게 아니라 그 현지의 사람들이 원하는 브랜드가 되는 게 최종 목표인 것 같아요. 개인적인 꿈은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브랜드가 한때 잘 성장하다가도 힘들어지는 시기도 있거든요. 그런 경우를 많이 봐서 저희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즐기면서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에요.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남겨주세요.
스티브 ;열심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는데요.(웃음) 어느 분야나 그렇겠지만 패션도 경쟁이 정말 치열하기 때문에 절대 쉽지 않아요.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인식시키고 오래 생존시키려면 뒷심이 필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가 정말 좋아해야 하고 자기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를 갖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도 누가 앞에서 이끌어 준 게 아니라 스스로 길을 개척했거든요. 그래서 저희를 동경하는 학생들도 결과적으로는 본인이 가야할 길을 찾고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찾아야 할 거에요.
요니 ; 요즘 시대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너무 디자인에만 갇혀있는 게 아니라 직접 밖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빠르게 인지해서 발맞춰나가야 해요. 너무 갇혀 지내지 말고 다른 예술분야와도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