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의 아름다움을 엿보다, 2011 세계유산 체험행사
게시일
2011.04.29.
조회수
5487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2-3704-9044)
담당자
이유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우리 문화 이해하기 경복궁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서


우리의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이 땅위에는 발길 닿는 곳마다 조상들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수많은 유산이 있지요. 국민들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향유를 증진시키고 전통과 현대의 가치를 융합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에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2011 세계유산 체험행사’ 중 하나로 <한국의 보물 마음에 담다>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요. 문화재보호재단과 함께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유산을 이해하고 나아가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소중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터민들과 함께한 아름다운 우리의 옛 궁궐 탐방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경복궁

▲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경복궁 ⓒ박미영


지난 4월 23일은 이러한 취지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10명의 새터민 친구들과 함께 경복궁 투어를 하는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새터민들이 이 곳에 온지는 3개월에서 6,7년까지 모두 다양한데요. 이들은 종로에 있는 한 교회에서 커뮤니티를 갖고 모임을 가지던 중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더 바르고 자세히 알고 싶다는 취지로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대학에 입학했다는 새내기 대학생부터 올해 1월에 와서 아직 모든 게 익숙하지 않다는 이까지 나이도, 사는 곳도, 전공도 다들 다양했습니다. 중국어나 물리학을 공부중인 친구도 있었고, 외식조리학과에서 우리음식을 연구하는 친구들도 있었지요.


문화유산 해설을 맡은 원현숙 선생님

▲ 문화유산 해설을 맡은 원현숙 선생님 ⓒ박미영


아침 일찍 3호선 경복궁역에서 모인 우리는 작은 마이크와 스피커를 어깨에 맨 원현숙 문화알림이 선생님과 함께 본격적인 경복궁 투어에 나섰습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에 위치한 경복궁은 약 600년 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고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세운 최초의 궁궐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곳에서는 오늘날까지도 태조 이성계가 만들었던 새로운 나라 조선의 포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요.


수문장 교대의식 퍼포먼스

▲ 수문장 교대의식 퍼포먼스 ⓒ박미영


경복궁의 입구 수문장에서는 교대의식 행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수문장 교대의식은 왕이 계시는 궁궐을 방어 수비하고, 출입자의 통제 및 관리를 맡아보는 임무교대로 궁궐에서 열리는 퍼포먼스 중 하나입니다. 조선시대 수문장은 도성문과 경복궁 등 국왕이 임어하는 궁궐의 문을 지키는 책임자로 엄격한 절차에 따라 궁의 문을 여닫고 근무를 교대함으로 왕실의 안녕과 국가의 안위를 수호했다고 전해지는데요.



“높은 빌딩과 넘치는 자동차들에 비하면 경복궁은 친숙하죠”


전통공간이 단순히 박제된 유물로서가 아닌 역사적 자료를 근거로 한 재현 및 각종 퍼포먼스로 채워지자 새터민 친구들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준비해온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큰 관심을 보이는 친구도 있고, 오히려 “북한에서 자주 보던 건물 모양들이라 경복궁은 친근하다. 찌를 듯 높은 건물과 쌩쌩 다니며 도로를 메우는 자동차들이 훨씬 재밌다” 며 밝게 웃는 이도 있었지요. 몇몇은 “여자들 옷차림이 왜 이렇게 짧은가요?”  “햄버거랑 피자로 끼니를 해결하는 게 너무 의아해요” 란 말도 덧붙였습니다.


경복궁을 관람하는 관람객들

 

언어는 같지만 억양의 차이 때문에 새터민 친구와 문화알림이 선생님 사이에 종종 작은 오해가 생겨 모두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 이 곳은 깊이 생각하고 정치를 하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사정전입니다. 이 곳에서 임금님은 어떤 일을 했을까요?”

- 오존이요!

- 오조니? 그게 뭔가요?  이 곳은 임금님이 새벽부터 공부하고 어전회의를 하는 곳이에요.

- 거봐요. 제가 처음에 오존이라고 했잖아요! 


지난 1월, 어머니와 중국에서 장사를 하던 중 우연히 함께 남한으로 건너오게 되었다는 설화 씨는 “아직 언어를 비롯한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지만, 이 곳 사람들의 따뜻한 표정과 여유있는 마음과 참 좋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라틴어 교육만 받다가 여기선 영어를 배워야 하는 것이 만만치 않지만, 늦었더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싶다”는 작은 포부도 내비쳤고요.



우주만물의 원리가 우리 건축에

자연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조선 궁궐


봄기운이 완연한 경회루의 모습

▲ 봄기운이 완연한 ‘경회루’의 모습 ⓒ박미영


경회루에 들어서자 선생님이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을 읊어주셨습니다.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 연회를 베풀었던 경회루는 단일 평면만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누각인데요. 24절기, 음양오행, 우주만물의 원리가 경회루에 다 들어있다는 설명에 이어 연산군이 기생들과 놀던 자리라는 선생님의 설명에 친구들의 눈도 반짝였습니다. 메모를 하고 사진을 찍기에 정신이 없었지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집현전으로 알려져 있는 수정전

▲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집현전으로 알려져 있는 ‘수정전’ ⓒ박미영


경회루 옆 수정전으로 이동했습니다. 세종대왕 때 집현전으로 있었던 이 곳은 경복궁 중건시 수정전으로 건립됐는데요. 서쪽의 인왕산, 북쪽의 북악산 풍경과 더불어 경회루 누각과 연못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장소에 학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세종로 빌딩숲 속에서 넓은 궁궐과 산으로 어우러진 도심 속의 정원 경복궁은 이렇게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고요하게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도시의 높은 건물들이 시야를 가로막고 위협적인 와중에도 우아하게 자태를 뽐내는 우리 유산을 보고 있으니 마음도 절로 느긋해졌지요.



곳곳에 숨어있는 조상들의 지혜

가슴에 품은 우리의 보물


아름다운 처마의 단청

▲ 아름다운 처마의 단청 ⓒ박미영



한 친구는 “북한에 있을 때도 여기저기 문화명소들을 방문해본 적은 있지만, 그 때마다 위대하신 수령님이 방문하신 곳, 위대한 수령님이 들렀던 곳이란 설명만 반복해 들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며 이번 체험이 소중했던 이유를 귓속말로 들려주었습니다.


근정전의 넓은 조정에 주변의 회랑과 함께 자연스럽게 경사를 줘서 비가와도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했다거나, 돌담에 층층이 차이를 두어 빗물이 곧바로 흐르며 떨어지지 않고 건축을 보호하며 운치를 만들어 냈다는 조상들의 지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지요.


이렇게 우리 건축술의 정수와 지혜가 집대성된 경복궁에 대한 이해는 우리 전통 건축이나 문화재를 보는 안목을 높여 줍니다. 한국의 보물을 마음 가득히 품고 돌아가는 길,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 따뜻한 하루였습니다.



☞ 다른 체험 프로그램 정보도 알고 싶다면?

한국문화재보호재단 공식 홈페이지 http://www.chf.or.kr/



문화체육관광부 박미영 대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조형학부 vv-atom@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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