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단
- 게시일
- 2011.03.28.
- 조회수
- 6008
- 담당부서
- 홍보담당관(02-3704-9044)
- 담당자
- 이유진
이만기를 만났다. 현재의 이만기는 ‘씨름 선수’보다 ‘방송인’으로 더 익숙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씨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고의 천하장사였으며, 그 누구도 깨지 못한 기록의 사나이다. 지금 우리에게 씨름은 ‘한때 강호동이 했던 운동’이고, 조금 더 알면 ’이만기라는 사람이 있는데 엄청 대단했었다더라.’ 정도가 전부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씨름은 우리가 모르는 매력이 넘치는 강렬한 스포츠임에 분명하다. 그 매력을 이만기에게 직접 물었다.
세계에서 기량을 펼치는 후배들이 좋다
씨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제 2의 직업을 선택하지 않고 특별히 교수, 그것도 운동생리학이라는 전공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은사님이신 교수님께서 “만기야, 너는 앞으로 문무를 겸비한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거라. 감독이나 코치보다는 앞으로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하는 말씀을 듣고 대학원 진학했다. 또 그 당시에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누구에게나 좋은 직업이었기에 큰 고민 없이 사범대학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은퇴, 선수 생명이 끝나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했다. 고민 끝에 씨름을 이론화, 체계화 시킬 수 있도록 교수가 되고, 또 운동생리학 쪽을 공부해 씨름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했다. 체육인에 대한 편견이나 잘못된 인식은 체육인 스스로가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인지도가 높다보니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을 것 같다. 첫째 아드님의 나이도 제자들과 또래인 걸로 알고 있는데, 요즘 대학생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 단순히 인기가 많다고 해서 교수의 위치에서 학문적으로 제자들에게 다가가는 게 또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교수든, 아빠든 지난 세대의 입장에서 바라본 요즘 세대들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점 때문에 정서가 메말라가고 이기주의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것이 또 스포츠가 앞으로 더 중요해지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스포츠를 통해서 단결, 화합, 인내심을 기를 수 있다. 법, 규칙이라는 것의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명확한 분별력을 가질 수 있다.
씨름 외에 특별히 배드민턴, 골프, 산악자전거 하는 사진을 봤다. 요즘은 어떤 운동을 즐기나?
MTB, 배드민턴, 골프 세 가지만으로 체중 관리, 체력 관리, 건강 관리 모두를 하고 있다.(웃음) 그 중 MTB는 자연 속에 머무르며 즐길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
▲ <이만기의 샅바 인터뷰> 오프닝 (KBS N) ⓒ<이만기의 샅바 인터뷰>(KBS N) 방송 캡쳐
2008년에 <이만기의 샅바 인터뷰>(KBS N)를 진행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나?
누구 하나 꼽기 힘들 정도로 기억에 모두 남는다. 출연한 모든 친구들이 최고의 위치에 스포츠 선수였기 때문이다. 체조 유원철, 펜싱 남현희 등 정상에 있는 그 선수들은 제각기 다른 다양한 종목에서 활약하고 있었지만 하나같이 자기 종목에 대한 강한 집념과 철저하게 혼을 불사르는 훈련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만나본 모든 선수를 통해 좋은 경험을 했고, 모두가 소중하다.
팬의 입장으로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있나?
박찬호 선수를 참 좋아했다. 그리고 박지성을 좋아하고 김연아도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 줄 혹시 아는가? 나는 한국의 씨름을 했지만, 이 좁은 나라에서 태어나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세계의 여러 훌륭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이 멋지다.
기록을 넘어서 전설로, 나는 ‘천하장사’다
현역 시절 "대답은 이만기다."란 유행어가 있을 정도였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했던 것은 체구가 작았음에도 큰 선수들과 겨뤄 이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대리만족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민족성 때문에 국민들이 강한 것을 싫어하는 성향이 있는데, 그랬기에 나의 승리에 더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고, 희열을 느낀다고까지 해줬던 것 같다. 그랬는데! 계속 이기다보니 ‘이만기를 꺾는 놈’을 찾더라. 그게 강호동이였다. (웃음)
많은 전문가들이 이만기의 승률은 83%라고 하는데, 이 정도면 지는 게 이상했었을 것 같다. 익히 들어왔지만 강호동 선수에게 졌을 때도 그렇고 그 당시 시합에 졌을 때 어땠나? 패배가 인정이 됐나?
나는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게 더 힘들었다. 지고 난 다음 날에는 바깥에도 못 나갈 정도였다. 그러는 동안 ‘왜 졌을까…, 바보같이..’하고 생각을 하면서도 아쉬워할 겨를 없이 더 철저히 분석하려고 했다. 많은 선수들이 그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정상에 설 기회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운동에서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도 중요하다. 달리다가도 한 번쯤 멈춰서 돌아보는 자세를 갖는 것처럼 실패가 와도 포기하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스포츠에서 인생의 진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작은 체구로 어떻게 그렇게 많은 기록을 세울 수 있었나. 신체적 한계에 부딪혀 슬럼프를 겪는 많은 운동선수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비법을 전수한다면?
씨름은 力七技三이기 때문에 한계를 느끼는 게 당연하다. 체격, 체구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체력을 키워야 했다. 그를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체계적으로, 또 혹독하게 했다. 일류 요리사가 되기 위해 손가락을 얼마나 베어가며 요리를 했겠나. 김연아가 엉덩방아를 얼마나 찧어가며 그 아름다운 자세를 몸에 익혔겠나. 나도 그랬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죽기 살기로 했었고, 그 당시 체중 100kg에 스쿼트를 260kg정도 들었던 것 같다.
씨름의 전성기를 되찾고 싶다
씨름 팬의 저변이 약하고 젊은 층, 여성, 어린이에게 흥미를 끌지 못하는 점이 안타까운데 그런 현실을 타개할만한 방법은 없을까.
너무 고전만을 고수하면 안 된다는 것. 새로운 방식의 도입,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퓨전화 할 수 있어야 하고, 씨름이 노인 관객의 전유물이었던 점을 극복하기 위해 젊은 남녀가 열광할 수 있는 씨름이 되어야 한다. 근데 젊은 사람들 뚱뚱한 것 싫어하지 않는가?(웃음) ‘몸짱, 얼짱’을 좋아하지…. 그래서 스타플레이어 양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방식의 변화이다. 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홍보할 수 있어야 한다.
▲ <1박 2일>에 출연한 이만기 ⓒ<1박 2일>(KBS) 방송 캡쳐
씨름이 잊혀 가는 현실에 대해서 매우 안타까워하는 걸로 안다. 씨름의 활성화를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방송 출연이나 교수로서의 활동말고도 다른 계획은 없나?
올해 내가 마흔아홉이다. 이제 오십인데, 내 카카오톡에는 ‘또 다른 이만기, 또 다른 나를 만들자.’ 라고 써 놨다. 50대는 여러 모습의 또 다른 이만기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다. 65세까지는 안주하고 싶지 않다.
2011년부터 씨름 체중상한제가 도입된다. 씨름의 활성화를 위해 경기 운영 방식을 개선하자는 것인데, 종전까지는 최중량급인 백두급 선수들의 체중에 제한이 없었으나 앞으로는 160kg 이하의 체중으로 경기에 참가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수들은 체력과 기술을 비롯한 경기력을 보완해야 하며,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흥미진진한 씨름 경기를 즐길 수 있다. |
씨름 활성화 정책과 관련한 생각을 듣고 싶다. 체중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최중량급인 백두급 선수의 체중 상한선을 160kg으로 제한하여 올해부터 적용한다고 하는데, 이런 체중 상한제 등 경기규칙 및 경기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씨름이라는 운동은 일본의 스모와는 달리 체중에만 의존하게 되면 기술력이 떨어진다. 국민들도 타이트한 경기를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일단은 선수들의 적응이 필요하겠다.
경남 문화재단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처음에 반대가 많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현재는 어떤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 지도 궁금하다.
어떤 반대와 편견이 있든 묵묵히 내 자리에서 할 도리를 다 하며, 지역과 문화예술 발전을 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진심이 통하고, 노력이 인정받게 된 것 같다. 문화예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또 전통 놀이 문화의 하나인 씨름을 했기 때문에 스스로도 애정을 갖고 일해 나가고 있다. 나는 이런 활동을 통해 문화 소외 계층들에게 문화향유를 즐길 수 있고 예술인들 에게는 활동을 할 수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다. 전관예우도 물론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해 예술계, 체육계의 신인 발굴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만기의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젊은 선수들과 그들이 설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노력한다.
이만기와 씨름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것 같다. 지금 씨름을 하고 있는 유소년 친구들을 보면 남다른 생각이 들 것 같은데, 그 친구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한다면?
미안하고, 고맙다. 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주목 받지 못하는 모래판 위에서 땀을 흘리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선배들이 잊혀져가는 씨름을 살려내고, 나아가 새로운 씨름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고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그를 살아있는 씨름의 전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터뷰가 끝난 후 다시 바라본 이만기는 ‘전설’이라는 단어 속에만 가두기에 아직 씨름 인생을 채 끝내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머지않아 10회의 천하장사와 백두장사18회, 한라장사 7회라는 기록 그 이상의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내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