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연

김영훈 : 아무 것도 아니다
- 분야
- 전시
- 기간
- 2025.06.17.~2025.07.06.
- 시간
- 화요일~일요일 11시-18시 / 월요일 휴관
- 장소
- 강원 | 개나리미술관
- 요금
- 무료
- 문의
- 070-8095-3899
- 바로가기
- https://www.gallerygaenaree.com/
전시소개
인물을 통해 가장 평온한 얼굴로 내면에 집중합니다. 그렇게 감정과 기억과 느낌과 이성 너머에 있는 깊은 내적 우주로의 여행을 다닙니다. 어차피 외적 우주의 끝을 저는 알 수 없을 테니까요. 그렇습니다. 저는 그동안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분명 삶이 지속되는 참으로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삶을 살아가면서 가끔 공허하고 허무했습니다. 그리고 이토록 방대하고 영원한 미지의 세상 속에 아주 미약한 하나의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직시할 때마다 내게 주어진 이 질문들의 대답은 한 결 같았습니다. “나는 내가 결코 알 수 없다는 것을 아주 분명히 알고 있다” 그렇습니다. 저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리고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것이 몹시 궁금했고 지금도 궁금합니다. 이렇게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질문이 저의 작업의 시작이었고, 그 답이 없는 질문은 여전히 계속됩니다. 끝이 없는 시작을 하였으니까요.
내가 열 살 때 바라본 하늘, 그것은 우주였습니다. 낮에는 빛의 산란으로 대기권 안에 모습만 볼 수 있었다면 밤에는 저 우주의 끝까지 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그 열 살 어린아이의 맑은 눈동자가 지금은 흐릿한 막으로 여러 겹 겹쳐 있을 테지만 그래도 가끔 밤하늘을 보면서 나름 우주여행을 하기도 하고, 어린 나를 추억하곤 합니다. 만약 지속 가능하다면 저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끝이 있다면 다음 그리고 또 그다음이 너무나 궁금해하면서 지금까지 살았습니다. 나는 그렇게 분명히 알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토록 알고 싶어 그림을 그리고 판을 만들고 그 이미지들을 찍어내고 그것들로 반복적인 질문들을 합니다. 판화 작업은 주로 메조틴트 기법으로 판을 만들고 그것을 찍어 완성합니다. 작업 과정은 같지만 결과물은 크게 두 개의 형태로 나눠집니다. 하나는 자아 내면에 집중하는 이미지입니다. 이미지 속 두 인물 중 하나는 현실의 ‘나’이며 다른 하나는 내면의 ‘나’, 무의식의 ‘나’ 즉 자아입니다. 공존과 갈등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이렇게 저의 작업들은 주로 나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들, 우주의 끝이 궁금했던 아이, 가볍고 투명한 존재, 그리고 내 안의 나와 지금 나의 아이들의 따뜻한 손길까지, 한 인간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런 이야기들을 나지막이 속삭이고 싶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지금 내가 여기 이곳에 살고 있음을 증명하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멀리 보면 이것조차 모두 다 부질없는 생각들이라는 것을 나 또한 왜 모르겠습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삶은 그렇게 계속 이어지리라는 것을 시간이라는 개념조차 없을지도 모를 지금 이순간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이 아이러니를 누구든 그림 속 주인공이 되어 느껴보기를 바랄 뿐입니다. 부질없다 하더라도, 그렇다 하더라도...
(김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