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개인전《FOLLOW THE CRACK》

이영희 개인전《FOLLOW THE CRACK》

분야
전시
기간
2025.05.27.~2025.06.08.
시간
화-일 12:00-18:00 /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 | 온에어갤러리
요금
무료
문의
on-air@naver.com
바로가기
https://archivist.kr/exi?m=gov&i=1747723247

전시소개

FOLLOW THE CRACK

이영희 개인전주1주2



“2025 주요 시선은 <흔들림>이다. 핸드헬드 촬영으로 만들어진 사진 속에는 흐릿한 초점, 비틀린 색감, 기울어진 수평이 존재한다. 이는 단순한 카메라 기술의 결함이 아니라, 손끝에서 태어난 감각적 진동이자 시선의 균열이다. 흐려진 초점은 오히려 평소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드러내며, 색의 본질, 사물의 근원적 형상, 시간의 진동을 감각하게 만든다. 흔들리는 시선 속 몸짓은, 자신의 감각적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태도이자, 그것을 예술로 전환하려는 능동적 수용의 흔적이다.” ─ 작가노트 중



틈 (CRACK)

이영희는 1990년대 초부터 지속적으로 ‘틈(CRACK)’이라는 주제 아래 설치작업을 전개해왔다. 그녀에게 ‘틈’은 단순한 공간적 간극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삶의 균열 지점이자, 자기 존재에 대한 질문이 가능해지는 일종의 통로로 기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영희는 〈틈/CRACK〉 연작을 통해 ‘여성적 쓰기’의 주체로서 발언하고자 했다.


그녀의 이러한 태도는 출판이라는 형식으로도 확장되었다. 1년간 자연의 리듬에 따라 자발적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한 과정을 엮은 『틈 Crack: 12』(2012), 국민교육헌장의 393자를 해체하여 파편화된 특수문자들로 채운 논문집 형식의 『393_Ellipsis』(2014), 공휴일을 제외한 251일간 말없음표와 더듬거림으로 가득 찬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공적 영역에서 시도한 『251_ellipsis』(2017) 등이 그 사례다.


이영희는 또한 다양한 장소에 유기적으로 설치되는 〈틈/CRACK〉 시리즈를 통해 민속문화와 관련된 토기 문양, 농기구, 솟대 등의 모티브를 끌어오고, 바느질과 재봉질을 통해 파편을 덧대는 방식으로 재구성해왔다. 특히 ‘틈’으로서의 대지는 분리와 융합을 반복하는 파편들의 집합이며, 그 불확정성과 방향 없음 자체가 하나의 내러티브로 읽힌다. 이영희는 그 미지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삶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방식대로 나아가는 존재의 궤적을 제시한다.




《FOLLOW THE CRACK》(2025)

이번 전시 《FOLLOW THE CRACK》에서 이영희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명령어 ‘Follow the Rabbit’을 전복적으로 차용하여, 그것을 틈을 따라가라는 새로운 명제로 전환시킨다. ‘토끼’ 대신 ‘틈’을 따라간다는 이 행위는, 작가에게 있어 다른 세계로의 진입이며, 단절이 아닌 재구성의 출발점으로 기능한다.


틈을 통과함으로써 이영희는 자기 존재의 균열과 대면하고, 흩어진 의미의 조각들을 새롭게 조합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전시의 주된 매체는 사진이며, 이 사진들은 대부분 초점이 나가거나 흔들린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실패한 사진’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이 이미지들은, 오히려 작가가 의도한 바에 가까운 결과물이다.


이영희는 노년기라는 생애주기의 문턱에서, 시선의 흐림과 손의 떨림, 피부 위에 드러나는 흔적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녀는 이러한 육체의 변화를 실패가 아닌 경험으로 받아들이며, 핸드헬드 카메라로 일부러 흔들린 이미지를 촬영하고, 눈에 띄지 않는 틈과 그림자에 렌즈를 들이댄다. 그것은 단지 시각적 결과가 아니라, 삶의 균열 자체에 대한 예술적 태도이자 선택이다.


출력된 사진은 배접광목천이라는 재료 위에 평판 인쇄된 것으로, 쨍하거나 선명한 인화를 거부한다. 색은 천 속으로 스며들며 바랜 듯한 인상을 주고, 점점이 박힌 검은 점들은 오히려 오염과 흔적을 강조한다. 뒷면에 덧댄 한지, 그리고 낙서처럼 반복해 적힌 이름과 날짜는 노년기 망각의 예감을 투영한 몸짓이며, 사라질지도 모르는 자기 자신에 대한 희미한 기록이다.


이영희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기억의 층위와 감각의 균열, 존재의 변형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잉크를 뿌려 오염을 입히고, 솜을 채워 우글거리는 볼륨을 만들어내며, 바느질을 통해 감각의 지형을 직조해간다. 그 결과물은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한 표면을 지닌다. 이는 오랜 겨울을 견디며 헤진 누빈옷, 혹은 솜이 비져나온 오래된 이불과 같은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FOLLOW THE CRACK》은 흔들리는 시선과 늙어가는 몸, 그리고 사라져가는 기억의 조각들을 끌어안고, 그것들을 ‘틈’이라는 시공간의 포털을 통해 감각하고 재조합하는 이영희의 자기 전환적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마치 다른 세계를 지나온 앨리스가 달라진 모습으로 되돌아오듯, 그녀의 작업은 존재의 균열 속에서 또 다른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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