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연
화장을 고치고 Layers of Her
- 분야
- 전시
- 기간
- 2024.12.05.~2024.12.29.
- 시간
- 매일 11:00 - 18:00 점심시간 12시~ 1시30분
- 장소
- 서울 | 갤러리 도올
- 요금
- 무료
- 문의
- 02-739-1405
- 바로가기
- http://www.gallerydoll.com/
전시소개
인물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을 닮게 그려야 한다는 조건에는 형상 너머 보이지 않는 성격이 상상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외형으로 치우쳐도 안되며 적절한 비율과 조화로움으로 내면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기에 작품을 만든다는 건 그만큼 인내와 고통이 따른다. 인물이라 정했지만 사실 이건 예술작품이 되는 조건이다. 형상이 색과 만나 자연스레 어울리는 일로서 그 너머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삶과 연관된 다양한 사물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은유가 쉬운 세상에 살고 있기에 기나긴 시간으로 어떤 대상을 집요하게 관찰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좋은 것인지 이러저러한 생각은 이런 전시를 기획하게 된다. ‘화장을 고치고’ 전시는 인물이 바탕이 되지만 예술가의 시선, 대상을 접근하는 태도와 가치관을 들여다보는 전시이다. 집요한 시선 속에 대상을 바라보고 평면으로 입체물로 작업이 나오는 표현을 비교, 구별 짓는 전시가 구성된다. 조금은 원초적인 시선으로 아름다움의 대한 갈망이 누드로서 작품이 드러나는 과정을 살펴본다. 일상의 일부로서 화장을 고친다는 전제하에 모델의 몸짓은 평면의 회화가 되고 조각이 된다. 작가 두 명은 평면과 입체물로 여인의 누드를 비롯한 자유로운 몸짓이 표현된 작업을 같이 선보인다.
노광 작가는 사실적인 작업 세계관으로 형상을 지키는 입장에서 회화를 보여준다. 성실하게 무엇이든 간에 잘 그린다는 화가의 덕목을 잊지 않으며 감성적인 면모도 빼놓지 않는다. 충실한 묘사력으로 삶적 가치관이 묻어나는 자세로 대상을 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끊임없이 관찰해 평면을 보여준다. 사실적인 회화가 그러하듯 형상은 색이 입혀지고 치밀하게 안내되는 조화로움이 신비감마저 들게 한다. 예술의 본래적 가치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상을 발견하는 일들로 자연은 현장이 되고 작업실 안에 실제 모델이 인물로서 평면에 들어선다. 회화가 보여줄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실험한다. 형태와 색이 어울려 아름답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단순히 외형에 그치지 않는 묘사 연구로 그는 인물화 100호 그리기도 즐겨하는데 전신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새삼 흥미로운 점은 캔버스 안에 담아낼 수 있는 어울림이 그 너머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완벽하다가 있을 수 있을까. 선택되고 적당한 거리로 거기에 빛이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면 평면상 표현되는 환영적 대상은 작품이 나아갈 방향이 이러하다는 주장이 될 것이다. 작가의 삶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경험과 기억이 감각이 되어 돌아오는 정서가 회화를 보여 주는 것이다. 풍경과 인물은 대상이 되고 특히나 누드가 표현될 때 회화의 기본기를 보여주는 것이리라.
아름답다 추함, 순수하다는 느낌이 여안과 어울려 몸짓이 달라질 때마다 갈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회화가 나아갈 방향을 다시 생각한다. 이성적이다와 원초적인 사이 그 어디 즈음 신체는 어떤 걸 보여줄 수 있을까. 입체물 보다 평면이 자유로운 건 화가의 시점이 공간을 만들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새하얀 피부로 늘 미인이며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조용한 분위기가 사물들과 어울린다. 때로는 색의 연구로 사물들과 만나고 감정을 느끼는 몸짓이 그림이 될 때 작품은 이데아 Idea처럼 꿈을 꾼다. 현실에서는 알지 못하기에 화가의 정념情念은 당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인물은 한마디로 정의되지 못한다. 헤아릴 수 없는 표정이 숨어있다. 때로는 단호함이 순간의 인상이 초상이 되지만 인물 속에 가려진 숨어 있는 면모를 찾기 위해 예술은 그렇게 노력해 왔고 그림이 되는 것이다. 작가의 작업은 사실이 추구하는 바를 최대치로 이끌어 내는 힘이 있다. 빠져들게 만든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앞에 다가서서 유혹된다. 누드는 인물이 가지는 원초적인 에너지로 무한하다. 신체이지만 인물이 살아가면서 돌아가지 못하는 그리움인 것이다. 세상의 흐름 속에 열심히 살아가다 어느 날 문득 알게 되는 감정이다. 작가의 누드가 투명하게 빛나는 것처럼 긍정의 시선 속에 인물을 바라보려는 노력일 것이다. 축약된 인체는 정의된다. 그리움으로. 화가의 내적 갈망은 계속돼야 한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기에.
이행균의 인체 조각은 단단한 해부학적 지식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는 수십 년간 작품세계를 펼쳐왔는데, 입체적 특성으로 작품의 비례와 구조, 조각적 볼륨감은 내적 에너지로 연결되어 살아 숨 쉬는 듯한 아름다운 면모를 자랑한다. 인체를 표현하지만 인물의 범주 안에서 변화가 시도된다. 돌의 접합으로 물성과 물성이 만나고 색이 입혀지면서 신체는 흥미로워진다. 분명하고도 부드럽게 다른 사물을 접목시키기도 하여 구상과 추상을 오간다. 어느 면에서 균형감은 다른 것과 만날 때 비로소 드러난다. 각자의 다른 모습을 보여 주듯이 소녀는 여인이 되고 부부도 된다. 친근하며 편안하게 때로는 윤회라는 주제를 들고 단단한 화강암 속에 삶과 죽음을 회전시켜 보여준다.
작가의 내적인 변화라 해야 할까. 삶을 객관화시키는 탐구 정신으로 돌을 다루어 생명체를 만드는데 탁월하다. 그것은 인간 존재를 비롯한 나아가 세상을 비춰보는 자세로 작업은 그에게 삶과 연결된 중요한 요소이다. 오십대 후반,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태리 유학 길에서 그가 바라본 것은 무엇인가. 누구보다 자신 있게 단단한 물성을 다루어 왔지만 또다시 조각가로서 이루고픈 바람이 국내가 아닌 머나먼 타국의 생활로 더 많은 곳을 보게 한다. 까라라 산맥으로 형성된 대리석의 질량과 다양한 종류의 석질을 알고 작가는 국내 토양과 질의 성격을 새삼 구별, 비교한다. 이태리 곳곳의 유적처럼 쌓인 조각들을 확인하며 미술사 안에 대가들의 작품도 감상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작업의 방향을 확인한다. 장인의 길과 예술가로서 사이에 선택의 길을 알고 고뇌하며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관찰이 내적 정서로 대상을 분석하는 태도로서 작가의 시각은 조심스러워진다. 인물을 완성한다는 자체에 중점을 두고 스케치 후 흙 작업이 수개월에 걸쳐 나오는 대리석과 브론즈로 나오는 형태가 남달라 보인다. 강인함을 유연하게 자연스럽게 만드는 힘이 생겼다. 외형 너머의 간직된 정서로서 코기토 Cogito의 자유를 심어 놓는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로 누드는 작가의 이런 사유와 맞물려 좀 더 진지한 자세로 몸짓에 중점을 둔 작품들을 보여준다. 무사유를 비롯한 순수함을 간직한 소녀, 일상적인 시각으로 포착된 말을 탄 여인까지 육체에 실린 생각이 아름다움과 추함, 순수하다와 사실주의적 조각이 보여줄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실험하는 듯하다. 드러나지 않는 문제들을 돌에 새겨 환원적으로 돌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