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연
김보경 개인전 <우연적 질서>
- 분야
- 전시
- 기간
- 2024.11.13.~2024.11.25.
- 시간
- 10:00 ~ 18:00 (입장마감 17:30, 일요일 휴관)
- 장소
- 인천 | 연수문화재단
- 요금
- 무료
- 문의
- 032-858-7661
- 바로가기
- http://www.ysfac.or.kr/user/cultural/events_view.php?sq=285&search=YToxOntzOjEwOiJldmVudF9jb2RlIjtzOjk6IjAwMjAwMjAwMyI7fQ==
전시소개
한 화면에 여러 시선이 있음을: 이미지라는 공통 분모 위에서
콘노 유키
한 공간은 한 공간 안에서 여러 면을 가질 수 있다. 그 안에 놓이는 것들, 그 하나하나의 배치, 시선의 방향이 조금씩 바뀔 때마다, 다른 인상을 가진다. 설령 같은 것들이 놓일 때라도 말이다.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 위치를 바꿔 보는 행위는 더 좋은, 가장 이상적인 하나의 뷰(view)를 추구하기만 할까? 스마트폰에 여러 장 쌓인 비슷한 사진들을 보고, 혹자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저장 공간이 없어질 때마다, 유사한 이미지를 지우라고 권고받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미지들은 나열되어 보관되어 있다. 하나만 골라서 나머지를 버리는 방법도 있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다—남기지 않고 지우는 선택은 간결한 결정이며, 여러 장 이미지를 소유하는 경험보다 간결한 결과를 낳는다. 우리가 비슷한 이미지를 여러 장 소유하고 싶어 한다면, 그 이유는 하나가 아닐 것이다. 이미지마다 제각각의 순간이 있고, 그 순간만이 가진 면모가 있다. 차등을 두거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이미지들이다. 우리는 이미지에 단일한 이상(ideal)을 추구하는 대신, 지우거나 지우기 힘든 선택을 고민하면서(도) 변용(variation)을 하나하나 간직한다.
김보경의 개인전 《우연적 질서》에서 작가가 선보이는 회화를 보면 비슷한 구도를 가진 연작도 있고, 단독 장면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그의 회화는 이미지를 수집하는 단계에서 시작하는데, 작가는 잡지나 SNS 게시물에서 이미지를 모으고 편집툴로 가져와 장면을 여러 버전 만든다. 그중에서 몇 개를 선택하여 회화로 그리는데, 캔버스나 종이에 옮길 때 색감이나 형태를 변화시키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 변화하거나 덧붙여지기도 한다. 회화라는 한 공간, 그 안에 놓이는 것들은 비슷한 구도와 소재(가 되는 이미지)는 물론, 원본 이미지와 이를 편집하는 과정에서도 다른 인상을 가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보경의 회화에는 ‘수집’의 두 단계가 겹친다. 바로 회화 평면 안에 들어오기 전과 들어올 때이다. 신문 기사를 스크랩하듯이 작가는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다시 화면 안에 수집—즉 보관의 단계로 넘어가는—한다. 심지어 여기에는 ‘편집’의 두 단계가 겹친다. 바로 이미지를 선택하(기 어려워 하)는 정도로 몰입하여 모으는 ‘편집(증적)’ 태도를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로 다듬는, 즉 ‘편집(editing)’하는 태도로 연결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보경의 회화가 보여주는 한 장면은 여러 장면 중의 하나인 동시에 여러 장면을 담는다. 그의 회화 공간에서 사물과 장면의 이미지는 ‘복사’나 ‘오려내기’, ‘붙여넣기’의 단순 반복에서 벗어나 사물과 장면, 기존 이미지와 나의 이미지가 어우러지는 결과를—결과물을 낳는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내 외부에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복사’하거나 ‘오려내고’ ‘붙여넣음’으로써)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시선을 경유하여 공간을 만든 것이다. 회화 공간 하나에 여러 공간이 있고, 평면 하나에 여러 면이 보인다. 그것은 이미지들의 나열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김보경의 시선으로 만들어지는 또 다른 공간이다. 변용의 공간은 주체성이 놓이는 곳이다. 김보경의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작업을 통해서 공간-나 사이에 주체성을 획득하는 점이 아닐까? 이미지가 도처에 있는 시기에, 우리는 기록하는(남기는) 것과 기록하지(남기지) 않는 것을 쉽게—‘복사’, ‘오려내기’, 붙여넣기’ 못지않게—결정 내린다. 단일한 선택으로 나아가기 전에, 여러 장에 여러 공간이, 한 공간에도 여러 면이, 사실은 이미지마다 담겨 있다. 김보경의 회화는 이를 하나하나 바라보고 나만의 시선으로 고르고 또 담는다.
김보경의 ‘수집’과 ‘편집’은 이미지를 기술적으로 생성하는 동시대적 관심사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핵심은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나-이미지-공간을 구성하는 점이 아닐까? 비록 작품 화면은 하나일지라도, 그 한곳에 담긴 이미지와 시선들은 단일하지 않다. 뒤집어 말해, 이 단일하지 않음은 작가의 시선과 손을 통해서 비로소 작품 화면 안에 응집된다. 어떤 이미지를 보고 마음이 끌린 ‘한’ 사람의 ‘여러’ 시선이 함께 있을 수 있다. 본인의 작업을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김보경 작가 작가노트 中)이라는 말로 설명하는 것처럼, 김보경의 회화는 ‘구축’이라기에 배경과 대상이 상호 침투하는 흐름을 가지며, ‘추상’으로 보기에는 어떤 이미지는 구체적이고 회화 공간은 무대처럼 공간적이다. 이미지에 현혹되어 ‘쓰러질 듯’하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시선과 인상이 회화에/로 (남아) 있다. 이미지라는 공통 분모 아래—어쩌면, 그 위에—만들어지는 공간은 ‘수집’과 ‘편집’을 거쳐, 나-이미지-공간에/로써 함께 세워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