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화랑초대 박진성개인전 《MISTER》

맥화랑초대 박진성개인전 《MISTER》

분야
전시
기간
2024.06.15.~2024.07.13.
시간
화~토 10:30 - 18:30
장소
부산 | 맥화랑
요금
무료
문의
051-722-2201
바로가기
http://www.gallerymac.org/

전시소개

행복을 위한 여정 - 눈물의 카타르시스

박진성 개인전 《MISTER》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웃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어른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감정 표현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편적인 성향이 강한 어린 시절의 감정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복합적이게 되고, 어른으로서의 책임감 아래 마음속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사회성이라는 가면으로 숨기게 된다. 특히 슬픔이라는 감정과 눈물은 부정적인 감정과 나약함의 상징으로 치부되며 참아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여기, 박진성 작가의 작품은 슬픔의 감정과 눈물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하며 우리를 위로한다.


어린아이의 외형에 민머리, 거뭇거뭇한 수염과 깊은 주름. 한 발자국 떨어진 자리에서 작품을 바라보면 웃음부터 난다. 한 발짝 가까이 다가와 작품을 면밀히 살펴보면 눈에 맺힌 한 방울의 눈물이 보인다. 우스꽝스러운 인물 조각이라 생각하며 웃으며 다가왔다가 ‘아..!’하는 탄식과 함께 마음 한구석이 찡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지만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인물들. 어린아이의 모습 속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어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박진성 작가의 작품은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감정을 표출하고 있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


1982년생 박진성 작가의 아버지는 경쟁 사회 속에서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조직적이며 체계적인 삶을 살아온 이 시대의 가장이었다. 자식이 안정적인 삶을 살길 바라온 아버지에게 미술가와 예술활동은 불확실한 미래였다. 자유로운 예술 작업을 희망하던 박진성 작가와 그의 아버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부딪혀왔고, 아버지에 대한 동경과 작업을 향한 욕구 사이에서의 괴리감은 지속적으로 작가를 괴롭혔다. 가족 간의 대화 자체가 단절되었던 대학 시절,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과 소외감은 갈수록 커져 가족을 벗어난 주변인과의 불화로 이어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위태로운 현대인’을 작업의 소재로 삼는 계기가 된다. 이후 오랫동안 쌓여있던 감정의 응어리를 가족에게 울분을 토하듯 쏟아낸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 작가는 ‘눈물’을 통한 순수한 감정 표현이 강력한 내적 치유로 작용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회복된 가족과의 관계는 작가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고, 위태로운 현대인을 표현하던 작가는 현재 '눈물 흘리는 인물조각상'인 '아저씨'라는 독자적인 캐릭터를 구축하여 이를 통해 현대 사회의 난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눈물’은 박진성 작가의 작품 속 중요한 포인트이다. 눈물은 슬픔의 감정을 대변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기쁠 때나 큰 감동을 받았을 때 역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어른이라는 탈을 쓴 우리는 사회적 시선과 체면 때문에 마음껏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 이 때문에 박진성 작가의 작품 속 눈물 한 방울이 유독 강렬하게 와 닿는다. 관람자는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인물 조각에 본인의 모습을 투영하고 눈에 맺힌 눈물에 숨겨왔던 본인의 감정들을 대입한다. 실제로 작품을 관람한 관람객이 작품 앞에서 펑펑 울음을 터트리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관람객은 박진성 작가의 조각 속에서 본인의 아버지를, 남편을,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보았다며, 한참을 울고 난 후 후련해진 마음으로 작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작품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등장하는 이 단어는 ‘정화(淨化)'를 의미한다. 무대 위의 비극을 봄으로써 연민이나 공포의 감정을 정화시키며 오히려 마음이 후련해지는 즐거움을 경험한다는 말이다. 정신분석적 측면에서는 무의식 속에 잠겨있는 마음의 상처나 콤플렉스를 말이나 행동, 감정으로써 밖으로 발산시켜 치료하는 정신요법의 일종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초기의 작업들이 눈에 맺힌 눈물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대변하는 아저씨가 주된 작업이었고, 이후 같은 맥락 속에서 다양한 오브제들이 등장했다. 눈물 한 방울로 대변했던 감정의 표출을 넘어, '위로, 위안'의 의미를 담고 있는 꽃 '양귀비'와 감정 표현에 서툰 인간을 대변하는 동시에 뾰족한 발톱을 방어기제로 삼은 '앵무새', 모성애와 여성성을 상징하는 '분홍빛 덩어리' 등 시각적으로 풍부한 효과와 함께 '위로'와 '위안'의 의미로서 오브제가 사용되었다. 오브제와 함께 있는 아저씨를 통해 독백 형식의 '자가치유'를 선보였다면, '파랑새'의 등장은 '행복'의 메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가시화한다. '풍선'과 ’책‘도 오브제로 등장했는데 ’풍선‘은 그 동안 마음 속에 억눌려 왔던 이야기를 불어내고 바깥으로 끄집어낸 상징적인 소재로, ’책‘은 그 감정을 글로 풀어낸 시각적 형태로 조형된다. 이러한 오브제들은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아저씨 조각에 시각적으로 풍부한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이번 개인전에는 부조 형태로 만들어진 책 조각 위에 페인팅이 덧입혀진 ’액자‘ 시리즈와 기존 두 명의 인물이 서로를 안아주는 <괜찮다 괜찮다> 시리즈에서 연장된 <나와 나> 시리즈가 새롭게 출품된다. 작가는 작업을 관통하는 큰 메시지 중 하나인 ’위로’를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하는데 이번 <나와 나> 시리즈는 ‘나’가 아닌 이상 상대의 입장을 100%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출발한 이야기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완벽한 위로’를 꿈꾸는 작업의 진행 과정을 보여준다.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이 마주하는 상황과 그에 따른 감정은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이성적 사고에 의한 합리적인 판단 못지않게 직관과 본능을 바탕으로 한 감정과 감성의 중요성 또한 꾸준히 강조되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사회적인 체면과 어른이라는 탈 속에서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 채 마음 한켠에 소모되지 못한 감정의 벽을 쌓는다. 작품 속 모든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행복을 위한 준비라고 말하는 작가는 어른스러움을 잠시 내려놓고 솔직한 자신을 꺼내 놓을 때 진짜 행복이 온다고 믿는다. 박진성 작가의 작품이 현대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이유이다.

맥화랑 큐레이터 김정원(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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