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였구나

너였구나

저/역자
전미화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17.3.15.
총페이지
52쪽
추천자
김서정(동화작가, 아동문학평론가)

도서안내

어떤 경우, 모호함에서 명확함이 나올 수가 있다. 이 책의 경우다. 최소 스무 살의 혼자 사는 여자라는 것 외에는 아무 정보가 없는 주인공에게 느닷없이 공룡이 찾아온다. 거리낌 없이 눌러앉아 주인공의 일상을 휘저어놓는 공룡에 대한 정보도 아무 것도 없다. 이 모호하고 어리둥절한 정황을 작가는 유머로 끌고 간다. 공룡의 식탐은 어마어마하고, 잘 때는 코 골고 방귀 뀌는 게 장난이 아니다. 영화 보면서는 어찌나 생뚱맞은 반응을 보이는지 창피해 죽을 지경이다. 바이킹을 열 번도 더 타재서 나는 토할 것만 같다 ... 혹시 아이 키우는 이야기일까? 그러나 아니다. 주인공의‘너 누구니?’하는 질문에 모든 전모가 환히 밝혀진다. ‘그제야 기억 속 친구가 보인다. 우리는 짧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나만 어른이 되었다.’라는 글에서. 유머러스하지만 무채색에 가까운 일상을 완전히 뒤집는 무지갯빛 추상 그림에서. 열다섯 살, 배낭과 모자와 목에 두른 스카프라는 나들이 차림, 멸종된 공룡 ... 한순간에 명확해진다. 이것은 어떤 것들이 거의 멸종 수준으로 암흑 속으로 잠겨간 ‘그때의 시간’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 이 책은 그냥 기억에 관한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으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은 세계 어느 나라 독자에게든 깊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만 있는 어떤 공감대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 어떤 사람들에게도 그들만의 공룡이 없었던 적이 없으니까. 기억해줘서 고맙다며 오랜만의 여행을 마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공룡의 뒷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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