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서

불안의 서

저/역자
페르난두 페소아 / 배수아
출판사
봄날의책
출판일
2014.03.27.
총페이지
463쪽
추천자
정이현(소설가)

도서안내

이야기는 하나의 궤짝에서 시작된다. 1935년 포르투갈의 작가인 페르난두 페소아는 미국의 평론가 헤럴드 블룸이 파블로 네루다와 더불어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꼽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작가이다 마흔 다섯해의 짧은 생애를 마쳤다. 그가 죽은 뒤 친구들은 작가가 살던 리스본의 방에서 커다란 궤짝 하나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페수아가 일평생 써온 원고 2만 7천여 매가 들어 있었으며, 그 중 불안의 서라 적힌 봉투 5개에 약 350편의 초고와 단상들이 남겨져 있었다. 거기에 페소아 연구자들이 불안의 서에 해당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골라낸 나머지 텍스트 150편을 더해 이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작가는 최소한 1914년 이전부터 <불안의 서>를 출간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추측되지만 모든 것은 그저 남겨진 이들의 추측일 따름이다. 연구자들의 기나긴 작업을 거쳐 <불안의 서>라는 이름이 붙은 책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것은 페소아 사후 50년이 흐른 1982년이었다. 그러므로 이것은 완결되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완결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독특한 의미를 가지는 저서가 되었다. 이 책의 장르를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으나 일기 혹은 자서전으로 읽히기도 하고 픽션으로 읽는다고 해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백 개의 조각들로 파편화된 서사들은 역자가 페소아의 준헤테로님(Heteronym,이명)이라고 표현한 리스본의 작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보조회계원 베르나르두 소아레스에 의해 서술된다. 베르나두 소아레스는 페소아의 ‘화자’인 동시에 분신에 가까운 존재라 할 만하다. 한 편당 짧으면 원고지 2-3매, 길어야 20매 미만의 단상들은 원칙적으로는 독립된 내용이다. 각 편에는 어둠, 모호함, 실패, 곤경, 침묵 등이 아득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들어있다. 그것은 실재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상징적 도시인 리스본 하늘에 빛나는 태양이거나 떨어지는 빗줄기, 익명의 사람들, 그 누구도 쓰지 않았을 편지 등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작가가 들여다보는 것은 그 일상의 외면 아래 도사린 끝 모를 ‘나’의 심연이다. 우리나라에는 2012년 이탈리아어판과 영어판을 참고해 발췌 번역된 <불안의 책>(까치)이 출간된 적 있으나, 이번에는 소설가 배수아가 독일어판과 영어판을 참고해 국내 최초로 완역했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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