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생존자

저/역자
이창래/나중길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일
null.
총페이지
661쪽
추천자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도서안내

아직도 6·25전쟁이 문학적 제재로 사용될 수 있을까. 그것도 전쟁 미체험 세대에 의해서 소설화하는 것이 가능할까. 더구나 한국 국적이 아닌 작가에 의해서 써질 수 있을까. 이런 우문(愚問)에 대해 이창래의 『생존자』는 현답(賢答)을 내놓는다. 6·25전쟁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질병이자 불행의 보통명사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전쟁 아닌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영원한 피난민이며, 3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 작가의 작품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 속에서 중요 등장인물들로 등장하는 준과 헥터, 실비는 서로 만날 필요가 없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전쟁 때문에 만나게 된다. 그것도 서로에게 가해자이자 피해자로서 말이다. 준의 아버지는 공산주의자로 몰려 총살당하고, 전쟁 포로로 끌려간 오빠는 미군병사였던 헥터의 손에 의해 전사자 처리된다. 어머니와 언니는 폭격으로 죽었고, 쌍둥이 동생들마저 같이 피난 기차를 타고 가다가 떨어져 죽는다. 전후 고아원에서 만나게 된 준과 헥터는 고아원을 경영하는 목사부인 실비를 어머니이자 연인으로 서로 사랑하면서 연적 아닌 연적 관계가 된다. 실비 역시 1934년에 일본군의 고문과 폭력으로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부모를 처참하게 잃어버린 후 자포자기적인 삶을 산다. 소설은 이 세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1934년-1950년-1986년’의 시간과 ‘만주-서울-미국-이탈리아’의 공간들을 교차서술하면서 퍼즐 식으로 탄탄하게 구성한다. 그러면서 한 치의 동정이나 신파를 허용하지 않는다. 전쟁에서 무엇을 배우거나 반성하라는 것이 그것을 실제로 체험한 당사자들에게는 얼마나 잔인한 요구이자 허황된 관념인지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기도 한 “살아남은 것이다.” 소설 제목이 내포하고 있듯이, 굴복해서라도 생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간주되기에 전쟁은 가장 중대한 유죄이자 가장 비인간적인 형벌인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슬프지 않고 아프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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