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무늬 영원

노랑무늬 영원

저/역자
한강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12.10.23
총페이지
310쪽
추천자
김미현(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 교수)

도서안내

2000년대 들어 장편소설에 집중했던 중진작가 한강이 12년 만에 펴낸 세 번째 소설집 <노랑무늬영원>은 글자가 아니라 그림으로 다가오는 소설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 그림의 주조는 노랑이다. 어떤 노랑인가. 표제작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노랑은 태양입니다. 아침이나 어스름 저녁의 태양이 아니라, 대낮의 태양이에요. 신비도 그윽함도 벗어던져버린, 가장 생생한 빛의 입자들로 이뤄진, 가장 가벼운 덩어리입니다. 그것을 보려면 대낮 안에 있어야지요. 그것을 겪으려면. 그것을 견디려면. 그것으로 들어 올려지려면…… 그것이, 되려면 말입니다.” 이 소설집에 자주 등장하는 이런 이탤릭체 글자 또한 그 자체로 그림의 기능을 하면서 인물들을 삶과 대면하게 한다. 노랑이 때로는 파랑이나 연두로 변주되기도 하지만, 이런 색의 메타포는 삶에 대한 한 줌의 환상이 제거된 삶의 색, 즉 ‘살색’에 해당한다. 물론 이런 살색의 치열함은 어둠을 상징하는 검은 색이 투명해지는 변색의 과정이나, 붉은 색이 피가 아닌 혈관으로 치환되는 변성의 과정을 동반해야 가능하다. 또한 ‘노랑무늬영원’이라는 이름을 지닌 도마뱀의 잘린 앞발에 새로운 발이 생겨나는 변태의 과정을 겪어야 가능한 경지이기도 하다. 이런 힘들고도 찡한 과정을 잘 견뎌야만 삶의 첫 문장도 다음처럼 바뀔 수 있다.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다”에서 “그녀가 회복되었다”로 말이다. 이런 변화를 위해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삶과 죽음의 경계 혹은 부재와 존재의 접점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그런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신체기관인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것은 가슴이 아니라 (왼)손임을 알려준다. 이 소설집을 읽게 되면 심장은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만지는 것이라는 삶의 진리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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