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노래

지상의 노래

저/역자
이승우
출판사
민음사
출판일
2012. 8.24.
총페이지
365쪽
추천자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도서안내

소설의 끝에서 시작하고, 소설의 시작에서 끝을 맺는 독서를 해보자. 소설의 끝에서는 천산 수도원이라는 곳의 72개 지하방에서 성경을 옮겨 놓은 벽서(壁書)와 각각 1구씩의 유골들이 발견된 것에 대해 다음처럼 설명한다. “세상의 권력은 그들의 구별된 공간인 천산을 침범하고 파괴하여 카타콤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침범하고 파괴하는 권력이 행사되는 이 세상이야말로 카타콤에 다름 아님을 그들의 구별된 삶과 특별한 죽음으로 증거했다.” 천산 수도원의 형제들은 군부 독재의 폭력으로 인한 희생양이 되어 몰살당했다. 그것이 역사적 사건이다. 하지만 그 카타콤을 ‘죽은 자들의 장소’라는 뜻을 가진 ‘네크로폴리(Necropoli)’이 아니라 ‘쉬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체메테리움(Coemeterium)’으로 만든 것은 무덤 벽에 성경을 옮겨 적으면서 그 고난을 견딘 형제들의 믿음과 소망 때문이었다고 부연한다. 이때 세상의 권력이 난무하는 바로 이곳이 오히려 카타콤이기에 그런 세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넘어서는 것이 성경의 진정한 의미가 되는 역설이 발생한다. 이런 역설이 소설의 시작에 이미 암시되어 있다. “천산 수도원의 벽서는 우연한 경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 어떤 우연도 우연히 일어나지는 않는다. 운명을 만드는 것은 누군가의 욕망이다.” 모든 인간은 욕망의 노예이기에 죄를 짓는다. 소설 속 인물들은 근친상간의 욕망이나 권력욕에 대한 죄의식이나 속죄의식으로 천산 수도원의 형제들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형제들은 세상에서 도피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넘어서고자 했으며, 세상이 그들을 버리기 전에 그들이 먼저 세상을 버렸다. 이런 과정 속의 지난함과 간절함, 그럼에도 없어지지 않은 부끄러움과 더러움이 이 소설을 역사소설이나 종교소설이 아닌, 그냥 ‘소설’도 만든다. 이것이 바로 작가 이승우의 저력이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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