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사는 나무들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

저/역자
강판권
출판사
효형출판
출판일
2011.4.15.
총페이지
255쪽
추천자
이주은

도서안내

신윤복의 그림 <月下情人>에서 연인이 한밤중인 삼경에 만나는 게 아니라고 지적한 사람이 있었다. 미술 전문가가 아니라 달 전문가였다고 한다. 그림 속에 있는 눈썹같이 생긴 초승달은 낮에는 보이지 않다가 해가 지는 서쪽 하늘에서 잠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잘 알고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을 보아도 그것이 먼저 눈에 띈다.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책이다. 미술 전문가가 감상하는 법을 안내해 주는 글이 아니라, 나무에 폭 빠져 나무가 그림보다 먼저 보이는 사람이 들려주는 그림 속 나무 이야기인 셈이다. 나무는 땅과 하늘 사이에 수직으로 서 있다. 땅과 하늘 사이에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나무는 사람을 잘 이해해 주고, 사람은 나무에게서 세상의 이치를 찾고자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선 나무를 부모처럼, 아내처럼, 친구처럼 대할 줄 알게 되는데, 이렇듯 나무를 보는 감수성의 눈이 깊고 넓어지면 그림을 보는 시각도 더불어 확장되는 것 같다. 이정이 그린 <풍죽도>를 보여 주며 저자는 대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기 때문에 곧을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생명체든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철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흔들리면서 바로 서는 법을 배우는 것이란다. 윤두서의 <유하백마도>에서는 버드나무의 부드러운 속성과 백마의 우아한 기품을 연결시켜 이야기한다. 버드나무 아래 말을 매어놓고 말 주인은 어디서 마냥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나무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나무가 사람과 닮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그림 이야기에 줄곧 마음이 가는 것은 그림이 우리의 삶을 슬며시 드러내기 때문이다. 나무와 그림, 나무그림은 그래서 좋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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