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민중이다

나무가 민중이다

저/역자
고주환
출판사
글항아리
출판일
2011.4.5.
총페이지
415쪽
추천자
손수호

도서안내

또 하나의 나무 책이 나왔나 했는데, 내용을 살펴보니 땀 냄새가 많이 배어 있다. 제목이 좀 과격하다 싶었으나 읽어 보니 여기서 민중은 계급의 단위가 아니라 백성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래서 부제도 ‘민초의 삶에 깃든 풀과 나무 이야기’로 했다. 그러니까 풀과 나무 등의 생태를 현미경으로 들여보다가, 이런저런 예문을 들며 문화사적인 해석을 풀어놓은 뒤, 식물에 얽힌 구체적 삶의 애환을 덧붙이는 기술이다. 이 순서는 바뀌기도, 생략되기도 한다. 엄나무의 예를 들면 이렇다.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저자는 고려 말 문신 우탁(禹倬·1263∼1343) 선생의 시조에 등장하는 가시나무를 엄나무로 보고 이야기의 물꼬를 튼다. 이어 발음이 비슷한 음나무로도 불리는 이유를 설명하고, 봄철 나물로 사랑받는 두릅의 맛을 묘사한다. 다음으로 비를 잘 흡수하지 않은 엄나무의 습성을 들어 악기와 가구, 나막신의 재료로 쓰였다는 정보를 전하고,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체험을 덧붙인다. “아버지는 안방 앞에 집을 짓는 제비가 싫었다. 그래서 제비집의 흙을 긁어내고 엄나무 가시를 걸쳐 놓았다. 그런데도 제비들은 막무가내였다. 거친 가시에 흙을 붙이고 나섰다. 결국 아버지는 제비집 밑에 받침대를 달아주고 말았다.” 저자에 관해서는 소략하게 적어 놓아 신상을 자세하게 알 수 없고, 치악산 자락의 물려받은 집에서 오랫동안 텃밭농사를 짓는다고 하는데, 1960년생치고는 어린 시절 농촌살이에 대한 기억이 풍성하다. 엔지니어 출신이면서도 영화와 미술, 시문에 관한 조예가 깊고 독서량도 있어 보인다. 그것들이 잘 조합해 조화롭게 어우러지니 읽는 재미가 배가되는 것이다. 자료적 가치가 뛰어난 도판이 많은 것도 다른 책이 가지지 못한 장점이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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