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저/역자
민병일
출판사
아우라
출판일
2011. 2. 21.
총페이지
240쪽
추천자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도서안내

요즘엔 만년필로 글을 쓰는 사람이 드물다. 이제 그것은 실용적인 물건이라기보다는 고릿적 낭만시대의 유물처럼 아득한 정서로 다가올 뿐이다. 중학교 입학할 때 처음으로 만년필을 선물 받았던 일, 그리고 줄이 그어진 영어 공책에 그 만년필을 살짝 눕혀 필기체 연습을 해보던 때의 흐뭇한 추억이 되살아난다. 예술이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창의적인 활동과 그 결과물은 아니다. 완전히 아무 것도 없는 허허 벌판에서 새로운 것을 불현듯 떠올리거나 창출해 내는 예술가는 거의 없을 것이다. 예술적 상상력을 주도하는 것은 의외로 창의성이 아니라 기억이다. 물건을 썼던 사람이 살았던 시대와 장소, 그리고 다시 그것이 누군가에게로 입수되기까지의 경위, 그 과정 중에 얽힌 갖가지 기억이 상상의 꼬리를 이어나가고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늦깎이 독일 유학생이던 저자는 벼룩시장을 돌다가 삶의 흔적이 살아 숨쉬는 많은 이야기들을 발견해 낸다. 몽당연필, 단추, 진공관 라디오, 닭장 습도계, 여행기념 액자 등 오래된 일상 사물들을 예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이 독특하거나 새롭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물건이라고 해서 저절로 값어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그 물건이 품은 사연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의 눈에 들어와야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이 책은 무엇이 예술인지 또 예술에 대한 애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찬찬히 생각해 보게 해 줄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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