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런데

아름다운 그런데

저/역자
한인준
출판사
창비
출판일
2017.4.17.
총페이지
124쪽
추천자
이근미(소설가)

도서안내

소설은 설득당하고 싶을 때, 시는 현혹되고 싶을 때 읽는 것 아닐까? 시시하기만 한 일상을 기막히게 매혹적으로 불러들이는 사람이라면 단연 시인을 꼽을 수 있다. 한인준은 낯선 시인이다. 『아름다운 그런데』가 첫 번째 시집으로 2013년에 데뷔한 신인이다. 작가들은 첫 작품집에서 방향과 지향점을 들키게 되는데 『아름다운 그런데』는 갸웃하게 만든다. 아름다운데, 음미하고 싶은데, 그런데 뭐지? 줄긋고 싶은 구절이 그득하면서도 약간은 생경한 느낌을 주는 시집이다. 입안에서 자꾸 궁글리고 싶은 운율과 매혹적인 시어, 불규칙한 배열로 세상을 아름답게 지적한다. ‘어쩌면 우리는 구름을 구름 ‘같다’고 부르던 사람들/ 이 곳에 비가 내린다. 우산을 펼친다. 비가 그치길 기다린다. 너를 기다린다/ 지금도 비가 내리는 것 같아’(「확신」부분). 비가 그쳤는데도 우산을 든 사람들에게 시인은 ‘그들에게 아직도 비가 내린다’고 단정한다. ‘같다’가 뒤덮은 확신 없는 세태의 풍경화다. 문법 파괴로 낯설게 만드는 시들도 있다. ‘방파제로 운다/ 주문진과 바다 하지는 않았다. 아무도 몰래는 왜 자꾸와 함께 닫혀야 했나/ 당신의 열린 핸드백처럼/ 그것은 립스틱과 핸드백에 담긴 한꺼번이었을까’(「종언:없」부분)라는 시를 읽으면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시인이 파괴한 언어를 어떻게 조립해야 하나, 고민되기도 한다. 시집마다 평론가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시인이 어떤 의도로 썼든, 평론가가 무어라 해설하든, 시는 읽는 사람의 것이다. 『아름다운 그런데』는 다양한 느낌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관심이 간다. 시인은 분명 결구로 택했지만 어쩐지 말을 보태야 할 것 같은 여백을 선물한다는 점도 이채롭다. ‘우리는 다시 음악에 앉아’‘내가 웃어도 너는 나의 눈동자처럼 가만히’‘다만 다만을 우리는’이라는 결구는 독자에게 들어와 함께 이어가자고 말하는 듯하다. 독특한 화법과 아름다운 시어들이 가득 찬 젊은 시인의 시집은 낯설지만 다가가보면 익숙하고 아름답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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