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저/역자
박완서
출판사
현대문학
출판일
2010.08.02
총페이지
268쪽
추천자
신경숙(작가)

도서안내

소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산문 또한 출간될 때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찾아 읽는 독자군을 형성하고 있는 노(老)작가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제목처럼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닿지 못했던 것들을 향한 박완서식 입심이 이 책에서 황홀하게 펼쳐진다. 그는 여전히 까다롭고 짱짱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는 작가다. ‘또 책을 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내 자식들과 손자들에게도 뽐내고 싶다. 그 애들도 나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 라고 책 머리말을 쓴 그의 글은 독자로 하여금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이 문장들이 휘몰아쳐 간다. 그가 어떻게 그렇게 오래 ‘정신의 탄력’을 잃지 않고 팔순이 다 되는 지금까지 어느 젊은 작가 못지않게 작품 활동을 해왔는지의 토대가 드러날 때면 경건해지기도 한다. 자서전격으로 읽어도 좋을 대목들이 수두룩하고 죽비로 등을 얻어맞는 듯한 따끔한 비판이 수두룩하고 노년의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의 미미하고 보잘 것 없는 생명들을 향한 예찬이 또한 음표처럼 수두룩하게 불려 나온다. 친구에게 가족에게 후배에게 망설임 없이 권할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박완서라는 이름과 박완서가 쓴 글처럼 적격인 경우도 드물다. 그는 명분이 있다 하여 무작정 받아들이지도, 옳지 않다고 하여 날을 세워 비판하지도, 해결되지 않는 쪽에 서 있다 하여 그저 옹호하거나 감싸지도 않는다. 그에게 무조건이라는 게 있다면 살아 있는 것들을 향한 감탄이다. 그 감탄은 그저 나온 게 아니다. 시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정리될 틈도 없이 진군해 온 불행에 쓰러지지 않고 그 불행을 껴안거나 딛거나 자신도 모르게 극복하면서 오늘날까지 새로운 글을 써내고 있는 노작가가 내지르는 감탄이라 ‘쓰는 일은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의 유혹으로부터 나를 구하고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주었다’고 하는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되는 것일 터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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