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 Lots of People
2023 어린이 갤러리 《많은 사람들》 전은 미술관과 관람객이 소통하는 기존의 구조 체계 대신, 김홍석 작가와 미술관이 공동으로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스스로 작품을 제작하고, 제목을 짓고, 작품의 의미를 부여하고, 이에 대해 서로 대화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김홍석은 번역, 차용, 사회와 정치, 문화 이슈 등의 요소들을 작품에 담아내며 미술에 대해 갖는 일반적인 선입견 대신 일상적 주제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역할과 용도는 보조적이지만 존재 자체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재료에 대해 고찰한다. 그는 가볍고 보존이 영구적이지 못한 재료인 스티로폼을 작품으로 선보이며 부차적 소재가 미술관에서 전시되었을 때의 새로운 시선을 느끼게 한다.
그는 기존의 미술이 우리에게 주었던 경직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일반적인 미술 형태의 관념을 거부하며, 이러한 미술 형태에 대한 관념은 오랫동안 인간이 만들어 낸 합의된 인식이라 말한다. 그리하여 이번 전시에서는 스티로폼이라는 재료를 선택하여 작품으로 선보이며 재료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재고한다.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란 프로젝트를 통해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레고와 같은 정형적 배열을 통해 입체화하는 것이 아닌 크고 작은 형태로 잘린 조각을 재배열하여 나만의 작품을 제작해보길 제안한다. 각자의 스토리를 만들고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들을 유도하며 아이들의 자유분방함, 어질러짐,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들이 새로운 미술의 체계가 될 수 있음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의 프로젝트는 잘 만들었다 또는 못 만들었다는 기준이 없으며, 미술이라고 해도 되고, 아니라고 해도 되는, 딱히 무엇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실천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참여하는 어린이들이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만들고, 그 안에서 뜻밖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