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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는 조수가 없는 까닭에 물이 탁하지 않아 벽해라 부른다. 경치가 나라 안에서 참으로 제일이다.”는 『택리지』의 구절로 강원도 바다가 조선 시대에도 인기 있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21세기 택리지』는 ‘시공간 초월 조선 핫플탐방기’라는 부제처럼, 강원도 평창·정선·태백, 경상북도 안동 등 『택리지』에 묘사된 18세기 모습을 시작으로 오늘날의 변화된 풍경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지리, 경제, 문화, 역사적 맥락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 책은 일 년 열두 달, 각 시기에 여행하기 좋은 열두 지역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국내 여행 심화반’이라는 꼭지를 통해 다섯개 지역은 보다 깊이 있게 소개한다. 독자는 전국을 여행하듯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또한 『택리지』에 등장하는 지역들이 근대화를 거쳐 20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는지, 지방 소멸, 오버투어리즘,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문제들을 함께 조명한다. 이 모든 탐구를 아우르는 것은 곳곳에 배어 있는 저자의 따듯하고 애정 어린 시선이다. 『택리지』에서 ‘형식에 얽매이며 도량이 좁고 실질이 적다’ 고 비판했던 지역을 『21세기 택리지』에서는 ‘정중하고 경우 바르며 해학과 재치가 넘치는 곳’이라 재해석하는 태도에서 그 진심이 드러난다. 저자는 『택리지』속 옛 모습에서 출발해, 그 땅이 지나온 역사, 현재의 아픔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 그리고 희망적인 미래까지를 폭넓게 보여준다. 이 책이 청소년 독자들에게는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넘어 우리 땅 곳곳에 대한 관심을 넓히는 계기가 되고, 지리와 역사, 문화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공감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황인찬, 박준, 박소란 등 젊은 시인 20명이 자신이 지나온 청소년기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청소년을 위한 시 3편씩을 써 엮은 시집이다. 청소년에게 다정한 언어로 공감과 위로를 건네며 따뜻한 응원과 격려의 손길을 내미는 시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청소년기의 알 수 없는 감정, 걷고 느끼고 먹고 나누는 일상의 순간들,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처럼 익숙하지만 복잡한 '기분'들이 시를 통해 솔직하게 표현된다. 이 책은 청소년기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은 물론, 그 시절을 이미 지나온 어른들도 함께 읽으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진로나 학교생활, 사춘기 등으로 다소 한정되었던 기존 청소년 시의 주제를 확장하고, 교과서에서 자주 접하는 형식을 넘어 언어로는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청소년의 모호한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덕분에 청소년 시 감상의 심리적 거리감도 한층 낮아질 수 있다. 청소년기의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나온 시인들이 그 시절을 차분히 되돌아보며 써 내려간 이 시들은, 청소년 독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의 숨구멍을 활짝 열고 싶은 청소년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우리는 지금 슬퍼하는 걸까? 화를 내고 있는 걸까?” 괴짜 담임 선생님의 제안으로 5학년 4반의 달걀 부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친구들 몰래 달걀의 온기를 느끼고 싶은 우주는 누구보다 먼저 학교에 도착한다. 하지만 우주가 마주한 건 엉망진창이 된 교실과 깨져있는 달걀 ‘호랑이’. 순간, 검은 모자를 쓴 누군가가 복도를 빠르게 뛰어가고, 우주와 반 친구들은 우주의 목격담과 CCTV를 토대로 달걀 깬 범인 추리에 나선다. 초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작가는 『호랑이를 부탁해』를 통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실수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주는 “달걀을 깨뜨린 실수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더라도, 잘못한 행동 그 자체에 대해서는 사과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을까? 반대로 실수를 한 상대방이 사과할 때까지 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용서할 수 있을까? 우주가 이성적으로 단서를 모아 범인을 추리하는 줄거리가 흥미롭다. 동시에 처음 겪는 두근거리는 감정의 묘사와 연약한 달걀이 알을 깨고 나와 늠름한 닭으로 자라나는 모습, 입체적인 등장인물들은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다. 부드럽지만 단단한 다정함이 느껴지는 『호랑이를 부탁해』. 함께 읽으며 용서와 이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나에게 익숙해서, 아니면 당연하다고 여겨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 종종 있다. 이 책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던 일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던진다. 어느 날 심부름을 하던 주인공 소타 앞에 말하는 고양이가 나타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바로 고양이가 미래의 소타이고, 자신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시다 외롭게 죽어가는 독거노인이 되었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고양이의 몸을 빌려 어린 소타에게 제대로 살라는 충고를 하기 위해 왔다는 거다. 지금 당장은 야구부의 주전 선수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소타지만 점차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실마리를 찾아간다. 소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들, 가족 구성원의 역할 분담 등이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임을 깨닫게 된다. 또한 평소 아니꼽게 생각하던 야구부 후배와의 대화를 통해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며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유일한 가치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과연 고양이는 마음 편히 미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소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 속 여전히 남아있는 편견이 무엇인지, 스스로의 생각에 갇혀 내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흔히 깊은 고민 없이 익숙한 생각을 그대로 옳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내가 하는 생각은 당연한 걸까?", "내가 믿는 것이 정말 맞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태도는 지금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더욱 중요하다. 이 책은 일상의 예시를 통해 ‘내 생각이 진짜 맞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주변 얘기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현명하게 판단하는 힘을 기르도록 알려준다. 또한 생각과 사람을 구분해야 함을 가르쳐준다. 다른 의견에 반대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람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네 생각은 틀렸어!"가 아니라 "나는 네 생각과 조금 다르게 생각해."라고 말하는 방법을 배우며, 이성적으로 토론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작가는 어릴 적 질문이 많다는 이유로 '버릇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요즘 아이들이 오히려 따져 묻지 않고 넘어가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래서 합리적으로 따져 묻는 것이 나쁜 게 아니며, '나답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꼭 필요한 힘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만화풍 그림과 흥미로운 예시로 풀어내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주체적인 사고로 자신만의 길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스스로 사고하는 힘과 건강한 의심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우리나라 전통문화가 외국에 알려지면서 외국인들이 검은 망사와 둥근 챙의 갓을 멋스럽게 생각하고, ‘god’이라고 부르며 관심을 보인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갓을 포함한 전통 모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모자 나라 이야기』는 동쪽 나라 어흥이들의 모자를 소개한다. 어흥이들의 나라에는 성별에 따라, 나이에 따라, 계절에 따라, 직업과 용도에 따라 쓸 수 있는 다양한 모자가 있었으며, 여러 모자 중 어흥이들이 가장 사랑하고, 많이 착용한 모자가 바로 ‘갓’이었다. 갓은 때로는 높게 솟고, 때로는 어깨를 덮을 정도로 넓어지는 등 시대에 따라 모양이 달라졌다. 정자, 풍잠, 패영, 관자와 같은 장신구를 부착해 개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채로웠던 모자들은 어느 날 내려진 ‘단발령’과 함께 점차 사라지고, 새로운 모자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옛 머리 장신구, 머리 모양 등에 대한 지식을 넓힐 수 있는 도감 같은 그림책으로, 전통문화를 세밀하면서도 귀여운 그림으로 표현하여 책장을 넘기는 내내 미소 짓게 만든다. 우리 조상의 미의식과 더불어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감기철만 되면 콧물이 줄줄 흐르는 아이의 모습은 도서관을 찾는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특히 소풍처럼 기대되는 날을 앞두고는 더 긴장해서 코를 훌쩍이기도 한다. 작가는 이런 익숙한 상황을 기발한 상상으로 전환한다. 노란색, 검은색, 흰색의 세 가지 색만으로 표현된 단순하지만 명료한 그림이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주어 아이의 감정과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기대하던 소풍을 앞두고 시작된 훌쩍훌쩍 콧물! 들뜬 마음으로 예쁜 옷과 맛있는 간식을 준비하지만, 이 눈치 없는 콧물은 ‘쓰-읍’ 닦아봐도 ‘후르릅, 날름’ 해봐도 계속해서 흐른다. 코를 닦은 휴지가 산을 이루지만 콧물은 멈출 생각을 안 한다. 이대로 소풍도 못 가게 되는 게 아닌지 걱정인 주인공. 그러던 중 할머니가 알려주신 방법들로 ‘콧물 노랑이와의 헤어지기 대작전’이 시작된다. 따뜻한 수건으로 노랑이를 닦아주고 할머니가 끓여주신 뜨끈한 탕과 레몬 꿀차도 마시고 반신욕을 하며 폭신한 이불 속에서 잠이 솔솔 오는데…. 과연 주인공은 친구들과 즐거운 소풍에 갈 수 있을까? 콧물이라는 소재를 독창적인 이야기와 시각적 즐거움으로 표현하여 콧물이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최소화했다. 아이들에게 콧물의 불편함 대신 따뜻함과 웃음을 전할 것이다.
삐뚤빼뚤한 그림과 서체가 마치 아이의 그림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한 이 그림책은 친숙한 소재인 머리카락을 통해 유쾌한 상상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머리카락 한 가닥이 빼꼼 올라온 주인공 아이는 머리카락이 자라면 무얼 하고 싶은지 상상한다. 머리카락으로 뾰족 머리 거품 요정이 되고, 위험에 빠진 친구를 구해주고, 여기저기 갈 수 있는 길도 만들고 노래도 만든다. 길게 자란 머리카락으로 뭐든 할 수 있다는 아이다운 기발한 상상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점점 확장되고, 아이의 익살스러운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 이토록 밝고 명랑한 주인공은 실은 병원에 입원한 아픈 아이다. 환자복을 입은 채 머리카락이 자라는 상상을 하는 중이다. 누구보다 긴 머리카락을 갖고 싶은 아이지만, 그는 애써 기른 머리카락을 자기보다 더 아픈 친구에게 주겠다고 말한다. 그 모습엔 미련이나 아쉬움보다 오히려 설렘과 기쁨이 묻어난다. 아이의 상상은 결국 친구 봄이에게 ‘뭐든 할 수 있는 힘이 세진’ 머리카락을 선물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보면, 처음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이 밀려온다. 이 그림책은 단순히 머리카락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진 가장 최고의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친구에게 나눔으로써 아픔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주는 작은 아이의 큰 사랑을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