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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고 싶어?”라는 질문에 ‘돌멩이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 집에 있으면서 “집에 가고 싶다.”고 하는 아이가 있다. 부모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질문에는 대부분 “몰라요.”라고 답하기 일쑤다. 자신의 마을을 몰라 방황하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이 책은 따뜻한 글과 함께 그림책 한 권을 건넨다. 저자는 마음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어렵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도 부끄러운 사춘기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처방하며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보고 단단하게 다질 수 있도록 돕는다. 돌멩이가 되고 싶은 아이는 일상을 살아내느라 지쳐 ‘숨어버리고 싶어’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생동감 있는 노란색 공으로 빠르고 느린 일상의 리듬을 표현한 그림책을 추천하면서 ‘지쳐있다고 느낄 땐 자기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주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저자가 추천한 그림책은 혼란스러운 아이들과 비슷한 감정, 생각을 가진 주인공이 ‘나도 너와 같아. 괜찮아’ 라고 위로하는 속 깊은 친구처럼 다가온다. ‘돋보기쌤이 건네는 쓰담쓰담’ 한 줄은 성장하려 애쓰는 아이들을 쓰다듬어 주는 따뜻한 어른의 손길처럼 읽힌다.
자신을 구하려던 아빠가 사람들의 냉담한 시선 속에 사고로 돌아가신 이후 타인과의 눈 맞춤을 어려워하며 관계 맺기에 서툰 중학생 ‘안율’의 이야기다. 진심 어린 교류를 이해하지 못하며 강약약강의 처세술로 친구들과도 피상적인 관계만을 유지하던 율은 어느 날 독특한 아이 ‘이도해’를 만나게 된다. 처음으로 타인의 마음을 궁금해하고 ‘진짜 친구’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율이다. 소설은 율의 시선을 따라가며 천천히 변하는 성장 과정에 공감하고 그를 응원하게 한다. 자신의 상처에만 매몰되어 타인의 불행에서 눈을 돌리고, 최선을 다해 무감각을 학습해왔던 율은 누구에게도 ‘지구는 너무 힘든 곳’이 되지 않기를 기원하는 아이로 성장한다. 또래 집단이 규정하는 정상과 비정상, 평범과 특별, 인기인과 왕따 등 극명한 이분법의 기준이 존재하는 교실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청소년들은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성장의 아픔과 울림, 인물의 비밀과 반전이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며 독자를 끌어당긴다. 연대의 손길을 내밀며 함께 나아가기를 스스로 선택할 청소년들에게 추천한다.
어느 해 초봄, 아파트 단지에 사는 ‘꽃님이네’ 가족은 주말농장을 분양받는다. 어릴 적 농촌에서 자란 아빠가 고구마밭에서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시작한 일이다. 신이 난 아빠와 호기심 많은 꽃님이, 그리고 아직은 심드렁한 엄마는 밭을 갈아 상추, 치커리, 깻잎, 미나리, 시금치 등 다양한 작물을 심기 시작한다. 한편, 꽃님이네는 열 평 남짓한 밭에서 검은 비닐과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잡초를 ‘들풀’이라고 부르며 농사를 짓는다. 농사에 방해가 되는 들풀을 뽑아 정리하는 대신 주검의 층을 만들어 생명의 순환을 돕는 등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탄소중립’ 농사를 실천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다소 낯설 수 있는 농사를 다루고 있어 선뜻 손길이 가지 않을 수 있으나, 봄날의 향긋한 쑥 부침개와 냉이된장국, 무더운 여름 땀 흘리며 딴 토마토가 들어간 파스타, 가을의 들풀 정글 가운데서 찾아낸 조선호박으로 만든 갈치 조림, 직접 수확한 무와 배추로 만든 김장김치 등 꽃님이네가 신선한 계절채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장면을 읽다 보면 군침이 돌며 자연의 순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씨를 뿌리고, 작물을 수확하기까지의 과정을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생동감 있게 담은 책으로, 농사를 지을 때 필요한 농기구부터 작물마다 다른 씨앗의 색깔과 모양, 계절마다 텃밭에서 볼 수 있는 식물과 곤충, 그리고 작물의 성장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먹거리를 기르는 일의 중요성과 더불어 수확한 작물을 이웃과 나누어 먹는 기쁨 등 건강한 기운이 가득 담긴 책이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각자가 가진 장점을 잘 떠올릴 수 있을까? 우리는 가족, 친구의 장점을 잘 알고 있을까? 자신을 소개할 때 우리는 종종 장점과 단점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끈기가 있다’, ‘피아노를 잘친다’ 등 남보다 뛰어난 점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막상 생각만큼 장점을 찾을 수 없어 고민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평소 찾기 어려웠던 장점 발견 안내서이다. 작가는 단점이 더 잘 보이기 마련이니 가까이서 오래 들여다봐야 장점이 보인다고 말한다. 주인공 ‘서준이’는 사람들의 좋은 점을 잘 찾는다는 본인의 장점을 활용해 가족, 친구, 주변인들을 관찰하고 저마다의 장점을 찾아낸다. 이길 때보다 질 때가 더 많은 게임 속 친구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어도 ‘기분을 잘 다스릴 줄 안다’는 장점을 찾는다. 기억력이 감퇴해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여러 번 되묻는 할머니에게서는 ‘잘못을 인정할 줄 안다’는 좋은 점을 발견한다. 온 동네의 이야기를 여기저기 전하고 다니는 동네 누나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귀 기울일 줄 안다고 칭찬한다. 주인공을 통해 어쩌면 단점으로 여겨졌던 성격, 개인의 특성도 장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무심히 지나쳤던 주변인들의 장점을 하나씩 찾아보면 어떨까. 상대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높여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엄마가 문어로 변했다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과 어리둥절한 표정의 아이, 옆에는 보라색 문어로 변한 엄마가 여러 개의 팔을 휘두르고 있다. 왜 문어일까? 요리하랴, 청소하랴, 아이와 놀아주랴, 바쁜 일상에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엄마라면 짐작하게 된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척척 해내는 엄마를 보고 아들 데니즈는 팔이 여럿 달린 문어를 떠올린다. 혼자 아이를 키우며 집안일과 회사 일까지 해야 하는 문어 엄마는 저녁이 되면 팔이 축 처진 채 지친 모습이다. 그러다 데니즈는 외갓집 근처로 이사를 간 뒤부터 문어 엄마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온전히 엄마의 몫이었던 것을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그리고 이모와 엄마 친구까지 함께 나누자, 문어 엄마의 팔이 하나씩 사라지게 된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데니즈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엄마를 돕기 시작하는데... 엄마는 과연 예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문어가 되어서라도 최선을 다하고, 힘든 일상에서도 행복을 찾는 엄마의 긍정적인 힘과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데니즈의 다정한 마음이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반짝이는 별을 좋아하는 빛나의 가족들은 저마다 빛나가 커서 뭐가 될지 생각했다. 아빠는 별을 여행하는 우주비행사가 될 거라고 했고, 엄마는 빛나가 엄마처럼 훌륭한 배우가 돼서 영화계의 별이 될 거라 했지만 빛나는 별 관심이 없었다. 발레를 좋아하는 할아버지는 별처럼 반짝이는 최고의 무용가가 되기를, 할머니는 스타 요리사가, 이모는 물에서 별을 만드는 수중발레를 추천했으나 빛나는 그뿐이었다. 물론, 가족들의 얘기에 귀 기울인 빛나였다. 가족들이 안타까워하며 묻자 그제야 빛나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얘기한다. 가족 모두 빛나 스스로 찾은 별을 응원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장면은 사랑과 배려를 드러내며 아이의 독립성을 존중한다. 책의 일러스트는 흑백을 기본으로 하여 주인공인 빛나만 노란색으로 강조되어 표현하고 있다. 섬세한 색감과 손으로 그린 듯한 느낌이 스토리의 부드러움을 잘 표현하였다. 특히 책장을 펼치자마자 보이는 밤하늘과 빛나의 이야기가 지나고 책장을 덮기 전의 빛나의 모습까지의 일러스트 또한 몰입감을 높인다. 부모와 가족들의 기대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부담을 경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 책이다. 나만의 별을 찾는 어린이들뿐 아니라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는 ‘어른이’들에게도 추천한다.
지구는 처음에 어떻게 생겼을까? 생명체는 어떻게 변화한 것일까? 지구의 나이는 얼마나 된 걸까? 아무것도 없는 우주에서 작은 알갱이가 생기고 작은 그것들이 서로의 둘레를 매우 빠르게 돌며 수십억 년이 지난다. 지구가 만들어지고 화산이 폭발할 때 돌멩이들은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다. 돌멩이는 수백만 년을 굴러떨어지고 오랜 기다림이 지나 주위에 작은 거품이 생겨나고 작은 생물인 박테리아를 만나게 된다. 수백만 년이 지나 바닷물이 출렁이며 땅이 솟아올라 산이 생기고 꽁꽁 얼어붙은 눈과 얼음의 시기가 지나고 생명체가 나타난다. 책은 짙은 안개가 휩싸여 긴 잠이든 돌멩이가 눈을 떴을 때 다시 수백만 년이 지나고 공룡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새가 물어 온 작은 열매의 씨앗이 자라 숲이 생기고 손재주가 좋은 새로운 동물이 등장하며 수십억 년이 지나간다. 인간의 등장은 수백 년 만에 도로와 건물을 지으며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돌멩이의 수십억, 수백만, 수백 년의 기다림은 지구가 특별해지는 시간이다.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그려진 그림 속에서 귀여운 표정의 돌멩이를 찾다 보면 지구의 길고도 복잡한 역사와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생물의 진화과정을 어려운 설명 없이 이해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림책 <곤충 호텔>에는 겨울을 맞아 호텔을 청소하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무당벌레 가족이 등장한다. 바삐 움직이는 곤충들의 모습에 생생하게 그려지고, 가을에서 겨울 사이의 계절 변화가 아름답게 표현되어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이 책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여러 곤충에 관한 정보와 성장과정을 담고 있다. 호텔 안의 짙은 갈색의 튼튼한 상수리나무방, 빨간 단풍잎이 폭신하게 깔린 단풍나무방, 잎과 가지가 얽힌 신갈나무방을 보며 곤충 생태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하늘소가 될 애벌레, 나비가 될 번데기, 알을 낳을 사마귀가 차례로 곤충 호텔을 찾아오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무당벌레 할머니 ‘다다’는 “겨울은 누군가를 키워내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아직 어린 ‘무무’는 처음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손님들의 모습이 기대와 달라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다 호텔의 존재가 소중한 것은 겨울을 지나 무언가가 될 연약한 존재들이 힘든 시기를 잘 지나갈 수 있도록 보듬는 공간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곧 깨닫는다. 우리가 인생의 겨울을 지날 때, 이처럼 따스하게 견뎌낼 수 있는 장소와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세차게 부는 찬바람을 막아주는 곤충 호텔에서 겨울을 잘 보내고 힘차게 떠나는 곤충들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더없는 위로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