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르는 심청이 이야기 <연극 달아 달아 밝은 달아>
게시일
2020.05.12.
조회수
2386
담당부서
디지털소통팀(044-203-2053)
담당자
정수림

우리는 모르는 심청이 이야기

<연극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소설가로는 잊힐망정 극작가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라고 말할 만큼 희곡에 대한 애정을 보였던 소설가이자 희곡작가 최인훈. 

 

그는 한국 현대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작품 <광장> 이외에도 <소설가 구보 씨의 1일>, <총독의 소리>,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등을 발표하였다.

작가 최인훈의 작품들을 연극으로 재조명하는 ‘최인훈 연극 시리즈’가 공연제작센터를 통해 기획, 지난 1월 공연을 올렸던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를 시작으로 <달아 달아 밝은 달아>가 두 번째 순서로 5월 1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진행된다.


작가 최인훈이 탄생시킨 '심청이' <달아 달아 밝은 달아>


포스터
[▲연극 <달아 달아 밝은 달아> 포스터 ⓒ공연제작센터]


제41회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인 <달아 달아 밝은 달아>는 고전소설 <심청전>을 작가 최인훈이 새롭게 탄생시킨 희곡을 바탕으로 한다. 극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효녀 심청이의 얘기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서사가 전개되는데, 우리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심청이'의 모습을 연극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와 <심청전>의 공통점은 장님인 아버지, 심청이라는 인물, 공양미 삼백 석 세 가지뿐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달아 달아 밝은 달아>속 심청이는 바다에 스스로 뛰어드는 <심청전>과는 다르게 강제로 매춘부로 팔려가게 된다. 이야기는 심청이를 성매매가 이루어지는‘용궁’으로 데려가는데, 환상 속의 화려하고 행복한 용궁이 아닌 성매매 노동자로 살아가야 하는 ’용궁‘이 극 속 심청이의 현실이다. 강간을 당하고 절망에 빠지는 심청이는 시간이 얼마 지난 뒤, ’용궁‘의 현실에 맞춰 변한다.

곽수정 배우
[ⓒ Fotobee 양동민]

‘염라국에 온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용궁’이라며 심청을 착취하는 매파는 절망스러운 현실에 타협한 심청이에게 말을 건넨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에서 달라진 것은 심청이가 마주하게 되는 시대 상황뿐 아니라, 이에 맞춰 변한 심청이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알고 있던 효녀 심청이는 없고, 최악의 현실에 굴복한 심청이만 남게 된 것이다.

김태윤 배우
[ⓒ Fotobee 양동민]


원작의 심청이에게 임금님이 있었듯 <달아 달아 밝은 달아>에서는 김서방이 심청이의 빛으로 등장한다. 심청이와 사랑에 빠져 심청이를 매춘으로부터 구해준 김서방은 아버지를 보고 싶다는 심청을 먼저 조국으로 돌려보낸다. 혼자가 된 심청이는 이전의 ‘용궁’에서 자신을 착취했던 남자들을 다시 마주하며 고난을 맞닥뜨린다.

이 장면에서 그들에게 이전의 심청이처럼 강간을 당하게 되는 다른 여자들이 등장한다. 그 누구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남자들에게 맞설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고전소설 속 인물이라면 무모한 용기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을 마주한 건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속 심청이고, 심청이는 결국 강간당하는 여자들을 외면하고 상황을 피한다.

배우진
[ⓒ Fotobee 양동민]

성착취를 당하며 살다가 결국 조국으로 돌아간 심청이는 전쟁통에 혼란스러운 사람들 사이에 섞여 또 다른 고난을 맞이한다. 조국을 위해 싸웠지만 붙잡혀 가야 하는 참혹한 현실들을 마주하며 다시 한번 좌절하게 되는데, 전쟁 중 피해로 장님이 된 심청이는 앞이 보이질 않는 현실 속에서 늙을 때까지 아버지와 김서방을 기다리며 현대의 인물들에게 미친 사람이라며 조롱을 당한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더 재밌게 관람하는 방법


1. 시대 배경을 생각하기

조선시대 혹은 그 이전을 배경으로 하는 <심청전>과는 달리 <달아 달아 밝은 달아>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그리고 이를 넘어 현대까지의 시대 배경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상상 속 행복한 용궁의 심청이가 아닌, 현실의 심청이의 서사는 참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사 속의 인물들이 실제 겪었을 고난들을 마주해 끝없이 추락하는 심청이의 모습이 우리가 원래 알고 있는 심청이의 이야기는 정말 ‘소설’ 속 이야기라는 것을 말해준다. 극 마지막의 현대 배경에서는 인물들이 핸드폰을 손에 쥐고 바쁘게 돌아다니는데, 이들은 말투마저 기계적이고 감정이 없는 듯하다. 심지어 마스크를 쓰고 연기를 하는 모습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도 극에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2. 노래와 움직임, 음악극적 요소

달아 달아 밝은 달아 /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저달 속에 / 계수 나무 박혔으니

옥도끼로 찍어내어 /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 양친 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 지고 / 천년만년 살고 지고

극은 ‘달아 달아 밝은 달아’라는 전래민요를 부르는 인물들의 등장과 함께 시작한다. 극의 중간 몇 번 더 등장하는 이 민요는, 원작 속에서 효녀로 살아가는 심청이의 얘기와 <달아 달아 밝은 달아>의 대비를 더욱 극대화한다. 민요의 사용 이외에도 극 속 인물들의 움직임은 마치 안무처럼 다가오는데, 이는 자극적인 내용의 장면을 극적이고 예술적으로 표현해낸다. 현대의 장면에서도 핸드폰을 쥐고 이동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또 하나의 공연을 보는 듯하다.


윤광진 연출가 인터뷰


연출 윤광진
[ⓒ Fotobee 양동민]


기자는 연극을 관람한 후 작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윤광진 연출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옛날 옛적 훠어이 훠이>도 연출했는데, 최인훈 작가의 작품으로 극을 올리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니까 최인훈 선생님 작품이 40년 전에 쓰였지만 현대적이고 시적이더라고요. 제가 최인훈 선생님의 가치를 잘 몰랐어요. 이후 최인훈 선생님에 대해 새로 공부하게 되었고, 최인훈 연극 시리즈를 하게 되었습니다.

Q. <달아 달아 밝은 달아> 희곡에서 특히 신경 써서 연출한 부분이 있다면?

이 작품은 원래 조선시대가 배경이에요. 최인훈 선생님이 1979년도에 이 작품을 쓰셨는데, 그 당시에는 검열이 심할 때라서 시대를 조선시대로 밖에 못쓰신 것 같아요. 원래 최인훈 선생님은 자기 삶을 쓰시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최인훈 선생님의 삶 속에서 일어났던 여러 가지 사건들, 일제시대부터 한국전쟁까지, 현대로 옮겨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Q. 극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심청이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극에서 보셨듯이 심청이가 여성상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여성들이 시대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고난과 수난을 당했는데, 심청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넣어서 심청의 변화를 보고 싶었어요.

Q. 극 중에서 인형을 활용해 일부 인물을 표현하셨는데 의도가 무엇인가요?

극을 조금 더 양식화시키고 관객과 거리감을 두고 생각하게 하고자 하였습니다. 최인훈 선생님의 작품에서도 인형들의 마임, 무언극 등이 많이 사용되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걸 적극으로 사용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작품에서 심청이의 매춘, 강간, 착취 같은 힘든 일들이 많이 기술되었는데, 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예술적으로 거리감을 두고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관객들에게 조금 덜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현대의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이를 연출하신 의도가 무엇인가요?

앞에 장면이 조금 무거운 부분이 있어서, 현대 장면에서는 조금 더 밝고 가볍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오늘날 현대의 모바일 세대들의 기계적인 움직임을 통해 과거와 대비를 시키고 싶었습니다.


역사 속 고난에 놓인 심청이의 현실은 너무나도 암담하다. 현대에서 심청이의 얘기를 믿지 않고 미친 사람처럼 바라본 아이들의 모습처럼, 우리는 심청이가 살아온 곳이 어떤 ‘용궁’일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심청이의 이야기, <달아 달아 밝은 달아>를 관람하고 새로운 심청이를 만나보는 것이 어떨까


<달아 달아 밝은 달아> 공연정보

■ 일자 : 2020년 5월 5일(금) ~ 2020년 5월 10일(일)

■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 관람연령 : 만 12세 이상

■ 관람시간 : 100분 (인터미션 없음)

■ 관람료 : R석 50000원 / S석 30000원



고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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