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의 비언어, 단추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게시일
201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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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들의 비언어, 단추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프랑스인들의 비언어, 단추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정혜정]

 

비-언어(非言語). [명사] 언어가 아닌, 의사나 감정을 표현하거나 전달하는 데 쓰이는 몸짓,

손짓, 표정 따위의 신체 동작을 통틀어 이르는 말. <국립국어원>

 

위 정의에서 비언어의 마지막 조건은 신체 동작이다. 이 조건의 범위를 신체의 측면에서 조금 넓혀본다면, 비언어는 ‘의사나 감정을 표현하거나 전달’하기 위한 의복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박쥐 매듭 

[▲ 박쥐 매듭 ⓒ정혜정]

 

예컨대 옛날 우리나라 의복 형태의 비언어는 문양, 장신구, 매듭 등이 있었다. 왕의 고귀함은 곤룡포로, 복을 빌거나 귀신으로부터 지켜주고 싶은 마음은 박쥐 매듭으로 나타났다. 같은 맥락에서 프랑스인들에게는 단추가 있었다. 단추는 옷을 여미기 위한 당연한 존재였고, 게다가 커봐야 지름 4cm일 정도로 작았기 때문에 은근한 비언어로 활용되기 좋았다.

 

프랑스 혁명 단추 

[▲ 프랑스 혁명 단추 ⓒ정혜정]

 

풍자 단추 

[▲ 풍자 단추 ⓒ정혜정]

 

단추의 황금기라고 여기는 18세기에는 ‘비언어로서의 단추’가 많았다. 첫 번째 사진은 프랑스 혁명의 느낌과 생각을 담아낸 단추들로, 왼쪽의 단추에는 프랑스 국기 위에 혁명 당시 있던 풀과 씨앗을 넣어 현장을 생생히 기억하려는 이의 생각이 담겨 있다. 어딘가 독특한 두 번째 사진의 단추는 180도를 돌려 보면 또 다른 얼굴이 나타난다. 이는 특정한 정치가나 혁명가들을 풍자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가브리엘 샤넬 

[▲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Bonheur Chanel, 1883~1971) ⓒnamu wiki]

 

엘자 스키아파렐리 

[▲ 엘자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 1890~1973) ⓒSANT Magazine]

 

디자이너 개개인의 독창성과 개성을 표현할 때도 단추가 중요했다.

샤넬(Gabrielle Chanel)과 경쟁했던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가 그 대표적인 디자이너다. 창의적인 금은세공 장인인 프랑수아 위고(François Hugo, 1899~1981)가 그녀만을 위한 단추를 만들었을 정도다. 특히 지금은 도금한 알루미늄과 놋쇠 단추들을 흔히 볼 수 있지만 두 사람의 단추는 당시에는 충격적으로 새로운 소재와 형태여서 두 사람의 독창성을 드러내기 충분했다.

 

스키아파렐리를 위한 단추 

[▲ 스키아파렐리를 위한 단추 ⓒ정혜정]

 

스키아파렐리를 위한 단추(도금한 알루미늄과 놋쇠 단추) 

[▲ 스키아파렐리를 위한 단추(도금한 알루미늄과 놋쇠 단추) ⓒ정혜정]

 

나아가 단추 자체를 캔버스 삼아 자신의 예술 세계를 보여준 이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순수예술과 장식예술의 경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소니아 들로네(Sonia Delaunay, 1885~1979)가 있다. 그녀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색의 쓰임과 구조는 그대로 단추에 반영되었다.

 

소니아 들로네 

[▲ 소니아 들로네 ⓒPinterest]

 

Simultaneous Dresses (The three women), 1925 

[▲ Simultaneous Dresses (The three women), 1925 ⓒPracusa]

 

소니아 들로네가 제작한 단추들 

[▲ 소니아 들로네가 제작한 단추들 ⓒ정혜정]

 

“단추 수집가는 열정에 휩싸여 장인과 예술가, 의복 장식품 제작자와 디자이너를 찾아 시간과 공간을 누빈다.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나니 수집가의 관심은 꽤 빠르고 자연스럽게 단추라는 대상에서 인간으로 옮겨진다. 단추는 결국 사람이 고안하고 디자인하고 창조하고 제작하기 때문이다.”  - 로익 알리오(LoÏc Allio) -

 

오늘날의 단추와 비교했을 때 이런 프랑스의 단추들은 때로 실용적이지 않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시대와 자아를 표현하는 사람들의 비언어로 보면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도 우리가 만든 모든 것들의 출발이 되는 누군가의 생각에 관심을 가져보자. 나아가 합리적이라 판단해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무언가를 새로운 관점으로 본다면 이번 전시의 내용처럼 재미있는 역사가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8월 15일까지 진행된다.

 

*원문 : 도란도란 문화놀이터(http://blog.naver.com/mcstkorea/221036996023)

 

정혜정 이화여자대학교/교육공학과 jgouna@naver.com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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