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광복 70주년 기념음악회
게시일
2015.08.27.
조회수
7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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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담당관(044-203-2053)
담당자
고금희

아리랑 칸타빌레 국립극장 광복 70주년 기념음악회

 ▲ 아리랑 칸타빌레 Ⓒ국립극장 페이스북 페이지


 2015년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곳곳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열렸다. 국립극장에서는 기획공연 <아리랑 칸타빌레>를 준비해 광복의 기쁨을 나눴다.

 <아리랑 칸타빌레>는 우리나라 각 지역의 다양한 아리랑과 한국환상곡 등 한국을 대표하는 곡을 국악 편성으로 연주하는 공연이었다. 국립극장의 전속단체인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연주를 했고, 지휘는 계성원이 맡았다. 여기에 이희문, 박애리, 장사익 세 명의 소리꾼을 초청해 그들의 목소리로 아리랑을 들었다.

 

국립극장 전경

 ▲ 국립극장 전경 Ⓒ한채현


 아리랑은 민족의 혼이 담긴 음악이다. 누군가가 처음 아리랑을 만들었을 때 악보를 적어 배포한 것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흥얼대던 노래가 자연스럽게 각 지역에 자리를 잡아 정착 및 전승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까지, 다양한 형태의 아리랑이 계속 전해지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이 오랜 가락이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즐겨 불러서가 아닐까. 요즘은 아리랑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그 가치를 새삼 다시 느끼게 하고, 또 한 세대로의 전승을 시도하는 노력도 보인다. <아리랑 칸타빌레>에서 국립극장은 광복절을 기념하는 행사의 주제로 ‘아리랑’을 선택했고, 신시컴퍼니는 올해 뮤지컬 <아리랑>을 발표하며 아리랑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실험하기도 했다.

 아리랑은 일제 강점기, 그 고통스러운 시절을 우리 조상들과 함께한 곡이기에 그 가치가 더 크다. 당시 일제는 아리랑이 민족의 정서가 가득 담긴 음악임을 눈치채 의도적으로 변형하거나 금지하곤 했다. 아리랑은 식민지배에 저항하는 민족의 의지로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을 사는 우리의 마음마저 꿈틀대게 하는 노래가 되었다.


 광복 70주년, 국립극장은 우리의 노래 아리랑을 극장에 가득 채웠다. 특별한 날 열린 특별한 공연을 함께 만나보자.  

 

국립극장으로 가는 길. 태극기가 걸려 있다.

▲ 국립극장으로 가는 길. 태극기가 걸려 있다. Ⓒ한채현


아리랑 환상곡, 남도 아리랑

 국립극장의 <아리랑 칸타빌레> 1부에서는 아리랑을 주제로 만들어진 관현악곡, ‘아리랑 환상곡’이 연주되었다. 국악기를 연주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과 함께, 서양악기 연주자들도 곡을 연주했는데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조화가 퍽 좋았다. 사람의 목소리를 닮은 국악기에, 서양악기의 비교적 부드러운 음색이 더해져 하나의 음악을 완성해 갔다. 조용한 가운데 주선율을 연주하는 피리 소리가 맑았다. 가늘면서도, 그 안에 호흡이 꽉 찬 살아 숨 쉬는 소리가 우리 민족의 생명력을 떠올리게 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극장 페이스북 페이지

 

 아리랑 환상곡에 이어 연주된 곡은 ‘남도 아리랑’이었다. 남도아리랑은 진도아리랑과 밀양아리랑을 기본 선율로 한 곡으로, 타악기의 연주가 특히 돋보인다. 곡의 중반부 즈음, 타악기가 연주를 주도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순간 웅장함이 극에 달했다. 합주의 중심에서 크게 울려 퍼지는 꽹과리 소리가 고막을 찢고 들어와 가슴을 울렸다. 장단이 변화하는 순간에는 짜릿함이 느껴졌고, 장단의 변화에 따라 나도 모르게 호흡을 달리하게 되기도 했다.

 

열창하는 이희문 소리꾼

 ▲ 열창하는 이희문 소리꾼 Ⓒ국립극장 페이스북 페이지


젊은 소리꾼, 이희문

 국악 관현악의 매력에 푹 빠져들 때쯤, 드디어 첫 번째 소리꾼이 등장했다. 바로 젊은 목소리, 고운 음색의 이희문 소리꾼. 이희문은 ‘긴아리랑, 구아리랑’, ‘창부타령’, ‘신고산타령 궁초댕기’ 총 세 곡을 선보였다. 먼저 첫 곡인 ‘긴아리랑, 구아리랑’에서는 서정적인 가락에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더해져 아름다웠다. 모든 악기가 연주하며 소리를 키울 때는 공연장 전체에 가득 차는 음악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이희문이 노래하고 그에 맞춰 악기 소리가 최소화되었을 때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의 소리에 집중했다.

 

관객에게 말을 건네는 이희문 소리꾼

 ▲ 관객에게 말을 건네는 이희문 소리꾼 Ⓒ국립극장 페이스북 페이지


 두 번째 곡인 창부타령을 노래하기 전, 이희문은 관객들에게 간단한 추임새를 가르쳐주었다. ‘얼씨구’, ‘좋다’, ‘잘한다’, ‘어이!’ 외치는 그의 큰 소리를 따라 관객들도 목소리를 냈고, 서먹했던 분위기는 한층 따끈해졌다. 관객이 어색함과 창피함을 떨치고 용기 내 추임새를 넣어보는 순간! 객석에는 신기할 정도로, 순간적인 친밀감이 형성된다. 이희문의 노래에 실컷 추임새를 외쳐보며 관객은 하나가 되었다. 함께 박수를 치다가 갑자기 장단이 변하더라도, 마치 오케스트라가 지휘자를 따르듯 모든 관객이 이희문을 바라보며 귀신같이 새로운 장단을 맞췄다.

 

노래에 맞춰 흥겹게 춤추는 이희문과 신승태, 전현수

▲ 노래에 맞춰 흥겹게 춤추는 이희문과 신승태, 전현수 Ⓒ국립극장 페이스북 페이지


 이희문이 마지막으로 선보인 곡은 ‘신고산타령 궁초댕기’. 느리지 않고 재미있는 곡이었다. 이희문은 한복을 입고 익살스럽게 박자를 타며 춤췄는데, 그런 그의 모습에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였다. “제가 힘든 만큼 여러분은 즐거우시겠죠?”라는 그의 말에, 또 한 번 객석이 웃음으로 뒤덮였다. 신고산타령 궁초댕기는 저절로 어깨춤이 춰지고, 발로 장단을 맞추게 되는 즐거운 노래다. 분홍, 연두, 하늘색으로 의상을 맞춰 입은 소리꾼들의 모습에서 한복 특유의 고운 빛깔을 만끽할 수 있어 눈도 즐거웠다. (신고산타령 궁초댕기는 메기고 받는 곡으로, 이희문과 함께 두 명의 국악인이 더 등장했다) 긴 한복이 발에 걸릴라, 손으로 잡아 올리고 무대 왼편, 오른편을 종종걸음으로 가로지르는 세 사람의 모습을 관객이 바쁘게 좇았다. 흥과 재치가 넘치는 그의 무대에 “하는 짓이 귀엽다”, “아이고~ 예뻐 죽겠네!” 등의 환호가 쏟아졌다.

 

인사를 건네는 박애리 소리꾼

▲ 인사를 건네는 박애리 소리꾼 Ⓒ국립극장 페이스북 페이지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박애리

 젊고 에너지 넘치는 이희문이 어머니 관객의 마음을 공략했다면, 공연장을 찾은 남성 관객들의 마음도 한번 공략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다음 협연자는 국립창극단의 대표배우. 아름다운 국악인 박애리였다.

 본격적으로 연주를 시작하기 전, 관객이 곡과 친밀감을 가지게 하려고 박애리는 직접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편안하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아나운서처럼 나긋나긋하고 우아한 목소리였다. 특히 ‘쑥대머리’에 관한 그녀의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쑥대머리는 춘향전에서 옥에 갇혀 칼을 쓴 춘향이 이몽룡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인데, 헝클어진 춘향의 머리 모양이 꼭 ‘쑥대’같다 하며 ‘쑥대머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문화 탄압 정책으로 판소리마저 위협받았던 일제 강점기 때, 임방울 명창이 부른 ‘쑥대머리’의 앨범이 백만 장 넘도록 팔렸다고 한다. 본 무대에서, 호흡이 꽉 찬 박애리의 소리가 진한 인상을 남겼다.

 박애리는 또 다양한 지역의 아리랑을 엮은 ‘아리랑 연곡’을 선보였다. 아리랑은 누가 부르느냐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멋과 맛이 다르다며, “아리랑으로 팔도 유랑을 할까 한다. 함께 불러달라.”고 노래를 시작하는 그녀였다.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이 담긴 아리랑이었다. 부드럽고, 느리게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왠지 모를 슬픔과 감동이 느껴졌고, 빠르고 강한 부분에서는 용기와 힘이 솟아나 마치 독립 운동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장사익 소리꾼

장사익 소리꾼 ▲국립극장


행복한 미소, 깊은 소리. 장사익

 드디어 그 날 공연의 마지막 소리꾼, 장사익이 무대로 걸어 나왔다. 등장만으로도 객석을 뜨겁게 하는 사람이었다. 큰 박수와 환호에 반갑게 웃는 그가 정말 행복해 보였는데, 그의 얼굴에 시종일관 꽃피우는 함박웃음이 공연 내내 객석에 행복을 전파했다. 그 편안한 얼굴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그리고 곧이어, 장사익의 놀라운 무대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의 소리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힘이 담겨 있었고, 풍부하고 깊은 감정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소리를 듣는 것만큼이나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는데, 행복한 표정과 박자에 자연스럽게 몸이 흔들리도록 맡기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다. 정말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노래를 하는 것 같았다.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객석에 손 키스를 보내며 감사를 전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가 ‘찔레꽃’을 부를 때, “아~ 찔레꽃처럼 울었지”라고 외치는 절정 부분에서 터져 나오는 그 에너지가 매우 강렬해 관중들은 숨소리를 아껴야만 했다. 웃고 즐기던 관중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촉촉한 눈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사익 소리꾼은 2015년 유니세프 문화예술 부문 친선대사로 임명되었다.

 ▲ 장사익 소리꾼은 2015년 유니세프 문화예술 부문 친선대사로 임명되었다. Ⓒ국립극장


관객과의 대화

공연장을 찾은 이정민씨

 ▲ 공연장을 찾은 이정민씨 Ⓒ한채현


Q. 광복 70주년 기념음악회 <아리랑 칸타빌레>. 어떻게 보셨나요?

A. 어제 힙합을 들은 사람이 오늘 이 공연을 보아도 적응이 잘 될 정도로 괜찮은, 좋은 음악이었어요. 슬프고, 늘어지고, ‘어른들이나 듣는’ 그런 음악이 아니지요. 친근감도 있고 좋았어요. 처음에는 ‘아리랑’과 ‘칸타빌레’라는 두 단어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을 보고 나니 왜 ‘칸타빌레’를 썼고, 쓸 수 있었는지 이해가 돼요.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 음악이 예스러움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단 말이에요.

 ‘아리랑은 우리나라 음악의 모든 것이다’라고 설명하는 것 같아요. 슬픔을 표현할 수도 있고, 절규도, 흥도, 절정도.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더군요. 편곡도 잘 되어 있어서 누가 다 했나 했더니 이분(계성원 지휘자)이셨네요.

 우리나라 안에 젊은 사람들이 찾는 게 다 있어요. 찾지 않고, 경험해보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나라에 젊은이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다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아리랑 칸타빌레>의 마지막을 장식한 곡은 안익태 작곡의 ‘한국 환상곡’이었다. 한국 환상곡의 가락에 가사를 붙인 것이 바로 애국가인데, 이 곡을 계성원 지휘자가 처음 국악관현악으로 편곡했다고 한다. 안익태 작곡가는 “한국환상곡이 온 세계에 울려 퍼지는 것이 나의 평생소원이오. 나는 내 음악을 통하여 조국의 이름을 만방에 빛낼 결심이오.”라고 했다. 광복 70주년이자 안익태 서거 50주년이 되는 2015년. 1,500명이 넘는 국민이 당신의 음악을 들었고, 먹먹해지는 가슴에 대한민국을 새겼다.

 한국환상곡은 처음 들었을지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면서 수백 번은 들었을 애국가 가락이기에 관객은 함께 노래할 수 있었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입술이 저절로 움직이는, 다양한 변주의 애국가 선율이 공연장을 채웠다. 환상곡의 특성상 (환상곡은 특정한 형식에 맞춰 쓰지 않고, 작곡가가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풀어쓴 곡이다) 아주 무궁무진하게 곡의 가능성이 확장되는 느낌이었는데, 종잡을 수 없이 뻗어 나가는 음악이 꼭 우리 민족의 기개를 상징하는 듯했다.

 

계성원 지휘자와 국립국악관현악단

▲ 계성원 지휘자와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극장 페이스북 페이지


 곡이 연주되는 중간, 계성원 지휘자가 갑자기 객석을 향해 뒤를 돌았다. 그는 관객을 향해 지휘하며 입으로는 애국가를 부르고 있었다. 가장 많은 시간 동안 객석에 등을 돌리고 있어야 하는 지휘자다. 그의 뒷모습에서도 충분히 열정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애국가의 선율이 흘러나오는 그 극적인 순간에 지휘자가 객석을 바라보니, 관객은 찰나의 순간에 완벽히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곡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만세’를 연속해서 불렀다. 또 한 번 강하게 꿈틀거리는 가슴 속의 뜨거운 것을 느끼며 이 멋진 곡이, 우리의 노래가 멈추지 않기를 바랐다.

 

왼쪽부터 장사익, 박애리, 신승태, 이희문, 전현수, 계성원

 ▲ 왼쪽부터 장사익, 박애리, 신승태, 이희문, 전현수, 계성원 Ⓒ한채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원하게 내린 소나기에 몸을 씻은 무궁화가 관객을 반겼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원하게 내린 소나기에 몸을 씻은 무궁화가 관객을 반겼다. Ⓒ한채현


 70주년이라는 숫자가 특별해 평소보다 많은 행사가 진행된 경향이 있다.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일회적 행사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좋은 행사들이 이어졌으면 한다. 71년이 지나도, 72년이 지나도 광복은 변함없이 뜨거운 기쁨이니 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한채현 대학생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론과 sparkling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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