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단
- 게시일
- 2012.03.28.
- 조회수
- 4072
- 담당부서
- 홍보담당관(02-3704-9044)
- 담당자
- 이유진
3월 24일 서울 동승동에 위치한 ‘예술가의 집’과 ‘엘림홀’에서 이주배경청소년 문화감성증진 프로젝트 평가발표회와 꿈-아트 페스티벌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문화복지정책의 하나로 이주청소년 문화예술 프로그램 개발과 문화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었는데요, 여러 복지기관과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 문화단체 예술가들의 협력으로 이주배경청소년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 내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되었습니다.
이주민 140만 시대, 그러나 지금 한국은?
평가 발표회는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진행되었습니다. 1부는 이번 문화감성 증진사업에 대한 배경과 활동내역 등을 간략히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2012년 현재 이주민 140만 시대를 맞고 있는 지금, 한국으로 온 부모를 따라 이주 청소년들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주민 아이들을 받아들일 체계적 시스템이나 교육환경이 준비되지 않은 채로 이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이주 청소년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번 문화감성 증진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사업에서는 전문 연주자가 다문화 가정을 찾아가 음악을 들려주는 ‘가정방문형 작은공연’, 다문화청소년들이 만드는 마음을 여는 마임 ‘마마 프로젝트’, 도봉구 다문화지원센터와 연계한 한국아이들과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함께 하는 ‘연극놀이’, 도봉구 필리핀여성모임을 지원한 ‘뮤지컬’ 이 시행되었습니다.
문화예술은 이주청소년들에게 비타민 같은 존재
2부는 라운드 테이블 형식으로 프로젝트 기획,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들어보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중 마임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영빈(17), 김려화(19) 학생과 청소년 아들을 둔 하세가와 히로꼬 씨, 한국예술종합원 3학년에 재학 중인 바르샤 골드 씨, 레인보우 스쿨 교사 박상현 씨, 그리고 몽골에서 13살에 한국으로 이민을 와 현재 대학생인 허유진(22) 씨를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중국에서 온 김려화 학생과 몽골에서 온 지영빈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김려화 학생은 “전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집에서 책을 보는 것밖에 없었는데 이번 마임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로는 주말마다 즐겁게 놀면서 연습하고 친구가 많이 생겨 기쁘다”며 “한국어를 잘 모르는 친구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영빈 학생 역시 아직은 어색한 한국어였지만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처음엔 다른 사람들을 만나 같이 하는게 두려웠는데 마임을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하세가와 히로꼬 씨는 아들과 함께 다양한 다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한국에 적응 할 수 있었다며 아들 이야기를 하던 중 눈물을 보여 청중들을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둘 다 한국인이라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한 바르샤골드 씨와 허유진 씨 역시 문화감성증진 프로그램이 청소년들에게 주는 유익함과 효과를 강조하며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사회자인 아시아문화인권연대의 이완 씨는 이번 문화예술사업이 비타민 같은 존재라며 아이들에게 당장은 필요 없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동등한 눈높이와 능동적 참여 이끌어 내는 것 필요
이번 평가발표회에서 앞으로의 시행방향과 진행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으로 크게 세가지를 뽑았습니다. 레인보우스쿨 교사 박상현 씨는 ‘다문화’라는 용어가 아이들의 이름대신 꼬리표처럼 사용되지 말아야 될 것을 당부했습니다. 무심코 쓰는 용어에서 오는 차별성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유진 씨는 주최측에서 결과와 성과물을 내놓으려는 태도를 버리고 아이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이용당하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인간 대 인간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을 또 기획할 때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공통적으로 아이들이 잘하는 것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지속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자신감상승효과를 배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문화의 꿈이 피어나다. ‘꿈-아트 페스티벌’
3개월간의 문화감성 증진사업의 결실인 꿈-아트 페스티벌이 오후 3시에 시작되었습니다. 무대는 몽골인, 베트남인, 한국인이 어우러져 각국의 악기로 환상적인 화음을 자랑하는 아시안 뮤직 앙상블의 축하공연으로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축하공연이 끝난 후 문화체육관광부 곽영진 차관님의 축사가 이어졌습니다. 차관님은 “문화예술은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수단이자 자원”이라며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했습니다. 이어지는 순서는 한국인아이들과 다문화가정아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귀여운 율동, 노래, 연기를 하는 연극놀이가 이어졌습니다.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까지 작은 몸동작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관객들의 흐뭇한 미소를 자아냈습니다.
마임 공연은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만큼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실제로 앞에 사물이 있는 듯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간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 자체를 즐기면서 마임 동작 하나 하나를 구사하는 청소년들의 표정 어디에서도 마임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전 있었다던 어두운 그림자를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필리핀여성들의 뮤지컬은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하며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으로 이주해 와서 겪게 되는 스토리들을 재미있게 풀기도 하고 ‘한국어학당’ 안에서 예쁜 교복을 맞춰 입고 아련한 필리핀 노래와 구성진 한국 트로트를 번갈아 부르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예상대로 관객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문화복지협회에서 왔다는 인전옥 씨는 “정말 감동적인 무대였다”며 “앞으로 이런 공연이 많이 열려 서로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풍부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오전에 열린 평가발표회에서 만났던 김려화 학생을 공연이 끝나고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친 소감을 묻자 “많이 연습했는데 잘 끝나서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 마임을 할 거에요” 라고 말하며 이번 공연을 같이 한 친구들과 함께 참가할 춘천마임축제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의 매력은 순수함이에요”
마임강사 강정균 인터뷰
12월부터 레인보우 스쿨 아이들과 함께 하며 마임을 가르친 강정균 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를 인터뷰를 하는 내내 레인보우 스쿨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처음에 어떻게 레인보우 스쿨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나요?
전에 사랑의 봉사단이라고 제가 계속 봉사활동을 했었어요. 그걸 계기로 이번 프로그램을 맡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한국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몸으로 표현해 보는건 어떨까 그래서 아이들과 같이 스킨십하면서 노는 의미로 마임을 시작했었어요.
Q. 아이들과 많이 친해지셨나요?
네. 많이 친해져서 서로 문자도 하고, 전화도 하고 그래요.
Q.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들었던 생각은?
처음엔 아이들이 많이 낯설어 하고 경계심도 많았는데 이제 열 번 넘게 만나고 하면서 보니깐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자기네들끼리도 서로 연락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깐 되게 뿌듯하기도 하고 친동생들 같기도 하고요. 그런 느낌이 참 좋아요.
Q. 마임을 가르치면서 어려웠던 점은?
초반에 아이들이 말을 잘 못 알아듣는걸 알고 있지만 저희 습관처럼 막 말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멍하게 있게 되거든요. 그럼 ‘아, 참 아이들 한국말 잘 모르지’ 하고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설명하고 아이들 눈빛을 보면서 이해했는지 안했는지 파악하는 부분들이 조금 오래걸린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들이 의외로 마음의 문을 빨리 열어주어서 금방 편해졌어요. 그래서 의사소통 부분에서는 나중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죠.
이주민들의 수는 급격히 늘어났지만 여전히 그들에 대한 배타적 시선은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한국 사람이라고 모두 말이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어가 같다고 그 사람이 나와 맞는 것이 아닙니다. 언어가 달라도, 외모가 달라도 그저 눈빛만으로 소통 가능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만남의 현장을 이번 꿈-아트 페스티벌에서 직접 보고 느끼고 왔습니다. 아직 완전히 받아들이기에 어색한 단계인 것은 부정할 순 없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소통을 시작하려 할 때 우리의 어울림은 시작될 것입니다. 이번 문화감성 증진사업을 출발점으로 이주 청소년들을 위한 보다 더 다양하고 지속적인 행사가 개최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