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작은 기억을 따라서, <마당 깊은 집><미망><어둠의 혼>의 김원일 작가를 만나다!
게시일
201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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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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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유년의 작은 기억을 따라서, 김원일 작가를 만나다

 


지난 3월 12일 2012년 첫 '예술가의 명강의' 의 주인공인 김원일 작가가 대학로 예술가의 집을 찾았다. 김원일 작가는 가족사에 새겨진 분단의 상처를 주로 집필하신 분단문학 작가로 대표작으론 <어둠의 혼>,<미망>,<마당 깊은 집> 등이 있다. 강연장은 고등학생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원고지 두 장을 들고 강단에 올라온 백발의 김원일 작가를 모두가 박수로 맞았다.

 

 


항상 그리운 곳 고향


“모든 유행가의 절반은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 노래는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고향을 만나게 하죠.”라며 운을 띄운 김원일 작가는 “고향이라는 곳은 모든 기억의 저장소이고 문학을 떠나서 내 삶의 원천으로 중요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부모, 형제와 도란도란 한 솥 밥을 먹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명절이 되면 고향에 내려가게 되고 그 시간은 살아가는데 힘이 된다. 그리고 그곳에는 유년시절이 있다.

 

김원일 작가 강연



나는 지금도 밤마다 내 고향을 그리고 엄마를 만난다. ‘엄마 나를 끌고나가줘’라며 골목을 뛰어나간다. 내가 쓴 책 속에 고향의 이야기가 있다. _ 박완서 작가



유년시절의 기억을 따라


김원일 작가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 2년까지만 다니다가 서울에 올라왔다. 하지만 전쟁을 만나 다시 고향에 내려가게 되었고 그 후 초등학교 졸업까지 고향에서 산 기억은 5년 정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집필한 책 40여권의 책 중 2/3이 고향의 이야기다. “별로 기억도 없고 경험도 없지만 계속 그 시절을 들여다보고 그 시절에 대한 기록이나 책을 읽으면서 작은 기억을 확대 재생산하여야 합니다.”라며 체험하지 못한 것을 체험한 것처럼 만들어 놓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했다.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는 글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체험이 변형된 것이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작가가 받은 감동을 독자들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소설은 자서전이라는 말이 있다”며 박경리 선생님, 박완서 선생님도 모두 자기 고향의 이야기를 썼음을 거듭 강조했다. 독일의 유명 작가인 토마스만이 작가의 고향인 뤼베크를 중심으로 쓴 <부덴브로크家>도 4대에 걸친 가족의 이야기이며 미국의 윌리암 포그너나 푸로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역시 유년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보통 자기의 고향에 대해 소설이나 시를 쓰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30세 전후에 써요. 자신의 지식사고나 경험 체계가 완전히 성립되기 전에 원초적인 체험, 기억 즉, 유년시절의 기억에 따라 쓰게 된다는 것이지요.”

 

김원일 작가 강연



모래밭에 모래를 하나 던져서 내가 던진 모래를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그 기억을 계속 밟으면 된다. -김원일 작가



가장 오래 남는 기억 유년시절


김원일 작가는 “치매가 오면 오늘의 기억, 어제의 기억, 결혼할 때의 기억은 못해도 어렸을 때 기억은 하고 다시 어린아이가 되죠.”라며 이는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기억이 잠재의식 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라 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결국은 유년이나 초년의 기억을 따라간다는 것이었다.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기억이라고만 생각되는 유년시절을 끊임없이 회상하고 그 자취를 찾아가야한다고 강조한 김원일 작가는 그와 더불어 내게서 잊혀져버린 것을 다시 찾아내는 과정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골목 돌아갈 때 가게 앞의 짜장면 집

7살 때 창문을 내다보면 마당에 빨래를 널던 누이

봄에 피던 작은 옅은 꽃


“이런 유년시절의 작은 기억들을 생각하다보면 생각이 깊어지는 거지, 생각을 안 하면 안 떠오릅니다.” 좋은 글은 생각의 깊이에 따라 좌우된다는 그는 요즘 젊은 작가들은 우리 세대와 달리 <해리포터>와 같은 환상적이고 몽상과학적인 자기 삶과 고향과는 관계없는 상상으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했다. 우리에게 고전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소설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말이다.


김원일 작가는 까뮈나 토마스만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문학적으로 좋은 글을 쓰는 것과 좋은 학벌을 가지는 것은 상관이 없다며 한 평생에 남을 글자, 남이 봐서 심금을 울릴만한 글은 세월이 많이 지나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자신처럼 70세까지 살았다고 해서 더 좋은 글을 많이 썼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며 ‘이상’이 만약 70세까지 살았다고 한들 <날개>나 <오감도>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 작가가 자기 생애 평생을 대변하는 글을 젊은 시절에 쓰는 것은 왜 그럴까? 결국은 유년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김원일 작가

 

이번 강연은 학생들에겐 겪어보지 못한 시절에 대한 새로운 만남을, 어르신들에게는 과거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소중한 시간을 선물한 김원일 작가에게 강연이 끝난 후에도 질문이 이어졌다. 그 후에는 추첨을 통한 작가의 사인이 담긴 대표 소설을 선물을 받을 수 있는 행운도 있었다.




 


“자기 고집을 개성으로 만들어야 해요.” _ 김원일 작가


Q.작가님의 가장 기억에 남는 유년시절은 무엇인가요?

장터에서 태어나다보니 글에 장터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8살에 전쟁을 겪으면서 청계천과 을지로에서 본 시체나 우리 군이 시가지를 지나가던 것 등 전쟁의 참혹함이 다 기억이 나요. 그래서 인생의 2/3을 서울에서 보냈으면서도 유년시절의 기억 때문에 전쟁소설을 많이 쓰게 되었습니다.


Q.시나리오나 극본을 쓰는 경우 자신들의 성격이나 가치관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것 같은 데 순수문학을 하시는 소설가 같으신 경우 그런 아집을 어떻게 탈피하시나요?

벗어나지 않아요, 개성화시켜야 되는 거지. 자기 고집을 가져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보편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소수 문학은 자기 개성과 고집을 가지고 소수의 독자를 만나는 사람들이 사회에 있을 생겨요. 그 사람들이 그 사회와 시대를 선도해 나갑니다. 꼭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만을 해야 좋은 것은 아니에요.


Q. 요즘 학생들이 바쁘게 살아가는데 학창시절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요?

예전에는 대학생이 되면 방학에 배낭여행 등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요즘은 안 그러죠. 다들 도서관에 앉아서 취직 공부를 하면서 4년 동안 어떻게 취직을 할까만 걱정하고 있어요.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는 것 같아요. 놀토를 만들어서 토요일은 놀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모두 학원에 가서 공부만해요.  똑같은 사람을 만드는 것 같잖아요. 빵공장에서 빵 찍어내는 것처럼. 책도 많이 읽고 운동도 하고, 그룹을 만들어서 야외활동도 하고 하세요. 꼭 서울대를 가야하는 것도 아니에요. 부모들의 욕심과 자신의 욕심이 합일되어서 마음껏 놀게 하고 독서도 많이 하고 이것이 더 성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유년시절을 좀 더 풍성히 보내야겠어요.”_ 신재우(보인고 1)


Q. 작가님 강연 재미있었어요?

네! 재미있었는데 조금 어려웠어요. 정리해서 필기하기도 조금 어려웠는데 작가 선생님 말씀 계속 듣다보니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이 유년시절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 해주셨고 저는 이제 고등학교 올라갔거든요. 지금부터라도 저의 유년시절을 좀 더 풍성하게 하려고요. 여기에 데려와주신 학교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강연 덕분에 영감을 얻었어요!” _ 오주영(학생, 22)


Q.어떻게 알고 오시게 되셨나요?

문학카페에 가입되어있는데 거기서 강연한다고 올라와서 신청하게 되었어요. 김원일 작가님이 유년의 기억과 문학에 대해서 강연을 하신다고 하셔서 관심이 생겼어요.


Q.혹시 글 쓰는 일을 하시나요?

아니요, 저는 글 아니고 미술을 해요. 그래도 같은 예술 쪽이라고 볼 수 있죠. 이런 강연 보고 영감도 얻고 해서 많이 다니고 있어요. 오늘 강연도 기대 되요.

 

 


 

 

 

문화체육관광부 홍다솜 대학생기자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forcheckmat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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