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단
- 게시일
- 2011.12.05.
- 조회수
- 5320
- 담당부서
- 홍보담당관(02-3704-9044)
- 담당자
- 이유진
모래판의 황제를 가려라! <2011 천하장사 씨름대축제>가 경북 김천시에서 5일간 치러졌다. 특히 올해는 천하장사전과 함께 세계 씨름 친선 교류전, 어린이 씨름왕 선발대회 등이 함께 열려 관중들이 더욱 흥미진진하고 다양한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천하장사의 영예를 누릴 주인공을 찾는 동시에 씨름의 세계화를 위해 외국인 선수의 참여를 환영하는 ‘열린 모래판’, 씨름의 맥을 이을 꿈나무들의 발굴을 위해 모든 씨름인들이 한마음으로 뭉친 그 현장을 찾았다.
국민스포츠에서 국제스포츠로, 끊기지 않은 씨름의 맥
▲씨름 아직 죽지 않았어! 여전히 관중들을 웃게 하는 스포츠 씨름 ⓒ이혜린
<2011 천하장사 씨름대축제>는 씨름을 축제화한 대회로 씨름인들의 적극적인 변화 의지를 확인시켜주며 축제다운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한씨름협회 최태원 회장은 “씨름을 축제화해 국민 모두가 즐길 수 있게 하고, 세계화를 위한 디딤돌로 천하장사대축제를 정례화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대회는 기존 대회와는 달리 국적에 관계없이 남자 15세 이상이면 누구나가 참가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의 유일한 천하장사의 탄생을 축하하는 대축제이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화제가 된 <2011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이혜린
천하장사전의 16강전이 있던 26일에는 32강에 출전한 7명의 외국인 선수 중 스페인의 마르코스 레데스마 페레즈(25)와 몽골의 산자담바(26)가 16강에 진출해 씨름의 세계화가 먼 이야기가 아님을 증명했다. 페레즈와 산자담바는 각각 스페인의 루차카나리아와 몽골의 부흐라는 경기의 챔피언이다. 루차카나리아는 반바지의 양끝을 말아 올려 잡고 상대를 넘어뜨리는 경기이고, 부흐는 체급 구분 없이 부츠를 신고 몸에 착 달라붙는 짧은 조끼를 입은 채 상대를 잡지 않고 시작하는 방식의 경기로 민속씨름과 유사하다. 우리나라 씨름과 루차카나리아, 부흐는 5년 전부터 교류전을 통해 소개된 바가 있다. 이로써 씨름을 통해 관중들이 해외의 문화까지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다.
▲승자와 패자의 표정, 부상 투혼도 마다치 않는 진정한 스포츠, 예의가 강조되는 민속 경기 씨름 ⓒ이혜린
두 선수 중 산자담바는 2008년 천하장사 윤정수(현대삼호중공업)에게 패해 중도 탈락했지만, 페레즈는 8강 선발전에서 금강급 최강자 임태혁(수원시청)을 2-1로 제압했다. 임태혁은 자신보다 무려 58kg 무거운 상대를 누르고 16강에 진출한 선수로 82kg의 체중으로 140kg인 거구 박정석을 순식간의 제압해 씨름팬들을 놀라게 한 선수이다. 그는 제2의 이만기로 불리며 ‘기술 씨름’의 진면모를 보여주었다.
식지 않은 씨름인들의 열정
▲모래판의 유망주들 뒤에서 노력하는 선배, 지도자들 ⓒ이혜린
이번 씨름대축제에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제2의 씨름 인생을 살며 애쓰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이번 대회의 해설인 이만기 교수는 지난 3월 도란도란 문화놀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플레이어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씨름계의 살아있는 전설답게 잊혀져가는 씨름을 살려내고 나아가 새로운 씨름을 만들겠다던 대중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한국 씨름의 전설, 이만기를 만나다 http://culturenori.tistory.com/1641
그 외에도 후진 양성에 힘쓰며 경기 내내 진지함으로 일관하다가도 후배들의 승리에 함께 즐거워하며 흐뭇해하는 감독이자 선배 씨름인들의 모습이 비춰졌다. 이들의 노력으로 오늘날 씨름은 전통 문화 계승과 스포츠로서의 발전을 내다볼 수 있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이날 대회에서는 다음날인 27일 은퇴식을 앞뒀음에도 대회를 찾아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이태현 선수를 만날 수 있었다.
3회의 천하장사, 20회의 최다 백두장사를 하고, 최고의 전성기에 이종격투기 선수로 진출한 그는 다시 씨름판으로 돌아와 용인대학교 교수 임용과 함께 은퇴를 앞두고 있었다. 은퇴 하루 전 경기를 보는 감회를 묻자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든다. 아직도 저 위에서 샅바를 한 채로 모래를 묻히며 경기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말이다.”고 말했다.
▲“씨름의 홍보와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어디라도 가서 힘을 보탤 겁니다!” ⓒ이혜린
그는 “아직까지도 국민들 마음속에 씨름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믿는다. 나를 비롯한 씨름인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더 많은 지원을 이끌어낼 것이다. 지금 경기를 뛰고 있는 이 선수들은 씨름을 하는 본인이 경기 중 보여야 할 자신만의 색깔과 솔직한 표현을 통해 즐거움과 씨름의 매력을 부각시켜줘야 한다.”고 선배로서의 조언을 전했다.
씨름계의 밝은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 씨름왕
▲미래의 천하장사들 ⓒ이혜린
이번 씨름대축제에서는 또한 씨름계의 밝은 미래를 점쳐볼 수 있었다. 바로 어린이 씨름왕 선발대회를 통해서였다. 이날 펼쳐진 어린이 씨름왕 선발대회 준결승 및 결승전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며 장사가 된 어린이는 청주 금천초등학교 6학년 신희호 선수이다. ‘들배지기’가 특기 기술인 신희호 선수는 천하장사가 꿈이라고 말하는 씨름계의 유망주이다. 2011년 소년체전과 대통령기 등에서 당당히 장사 1위를 하며 초등부 5관왕에 등극한 이 꿈나무의 미래에 한 번 더 귀추가 주목되며 결승전이 끝났다.
▲어린이 씨름왕 선발대회 장사 신희호 선수와 박창용 감독 ⓒ이혜린
어린이 씨름왕 신희호 선수의 장사 등극에 누구보다 기뻐하던 박창용 감독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저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씨름 선수는 절대 뚱뚱하지만은 않아요. 그리고 아직도 씨름은 건재합니다. 침체되지 않았어요!” 그의 말처럼 씨름은 많은 이들의 노력 속에 국민스포츠를 넘어선 세계화를, 관전스포츠를 넘어선 생활체육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어쩌면 국민들은 이만기, 강호동, 이태현을 이을 또 다른 모래판 위의 스타를 기다리며 여전히 마음속 한 곳에 씨름을 저버리지 않은지 모른다.
씨름계는 경기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경기 룰의 변화,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열린 태도를 취하며 전통 보존과 더불어 발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씨름 활성화를 위한 전용경기장 건립, 국가 브랜드화 및 국기화, 기술 위주의 룰, 지역연고제 도입 등의 주장을 내세우며 열정을 다하는 씨름인들의 노력에 씨름이 머지않아 우리 곁에 한결 더 가까이 와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