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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수) 싱크로나이즈 수영(싱크로나이즈) 국가대표 선수 박현선·박현하 자매는 올림픽 수영장 다이빙 풀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물속에 잠긴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두 자매는 한 모습으로 움직였다. 그들의 안무는 물론 튀어 오르는 물방울마저 똑같이 튀어 올랐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위해 맹훈련 중이던 그들을 인터뷰 했다. 현선·현하 자매는 솔직하고 깨끗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너는 나의 거울, 한 모습이 되어버린 현선&현하 자매

오늘 훈련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어떻게 물속에서 그토록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나요?

현하1996년부터 물속에서 살았으니 당연하죠. 겉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물속에서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어요. 물속에서 서 있을 때는 손은 ‘?’모양, 다리는 ‘8’ 모양으로 움직이니 보기보다 훨씬 힘들어요.

마치 우아한 모습이지만 물속에서 발버둥치는 백조와 비슷하군요! 박현선·박현아씨는 현재 싱크로 국가대표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싱크로나이즈를 하셨나요?

현선 1996년 엄마의 권유로 시작했죠. 맨 처음에는 리듬체조를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당시 크게 부상당한 리듬체조 선수를 보시고는 비교적 안전한 싱크로나이즈를 시키셨죠. 현하는 곧 저를 따라 시작했어요. 저는 2003년부터 국가대표를 했고요. 현하는 1년 뒤에 같이 국가대표에 합류했어요. 

듀엣은 두 선수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아요. 자매라서 더 도움이 되나요?

현선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그런가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세계랭킹 2위 듀엣 팀인 중국인 선수들도 쌍둥이로 유명하죠. 또 쌍둥이나 자매로 구성된 듀엣팀은 심판의 눈에 띄기 유리한 측면도 있어요. 그런데 다른 듀엣 팀들은 오히려 자매보다 몸매가 비슷하고 오랜시간 호흡을 맞춘 동료가 더 낫다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저랑 현하도 몸매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거든요.

현하아무래도 언니는 다른 사람보다 더 가깝고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호흡이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늘 같이 다니는 건 아니에요.(웃음) 놀 때는 서로 따로 나가 놀죠.

연습이었지만 물속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현선 코치님이 쇠막대로 풀장 사다리를 치시면 그 박자를 세어가며 호흡을 맞춰요. 남들에겐 시끄럽지만 싱크로나이즈 할 때는 박자가 생명이라 어쩔 수 없어요. 또 수중 스피커를 설치해서 음악을 활용하기도 하죠. 보통 각자 박자를 세어가며 동작을 맞추지만 서로 신호를 보내야 할 때에는 “음(하나), 음(둘)!”하고 타이밍을 맞추기도 해요.

현하서로가 서로를 보는 것도 중요해요. 각도에 따라 제가 언니를 보고 동작을 맞출 때가 있고 반대 방향으로 각도를 바꿨을 땐 언니가 저를 보고 동작을 맞추죠. 거리조절도 해야하고요.

▲ 그들의 완벽한 호흡은 서로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 지금 물속에서 그들만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음, 음!”

이렇게 오랜 시간 고생해서 만든 작품을 상대방의 실수로 망쳤을 땐 누구보다 원망스럽겠어요.

현선 서로가 말하지 않으면 틀렸는지도 몰라요.(웃음) 거꾸로 있는 상태에서 상대방 다리를 볼 수는 없거든요.

현하다 끝나고 나와서 서로에게 고백하는 식이죠. “언니, 나 아까 다리 방향 틀렸어….”

서로 싸우기도 하나요? 싸우면 운동할 때 악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현선 평소에는 거의 안 싸우는데 수영장에서 늘 싸워요. 안무에 대한 의견충돌 때문에 부딪히죠. 그런데 운동 욕심 때문에 생기는 갈등이라 운동에는 악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현하다른 선배와 듀엣을 한다면 오히려 후배인 저로서는 제 의견을 피력하기 힘들었을 게에요. 선배가 하자는 데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친언니가 듀엣 파트너니까 허심탄회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아요.

싱크로나이즈 듀엣에서 중요한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현선 피겨스케이팅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기술을 순서대로 수행해야 하는 <테크니컬>과 자유롭게 안무를 짤 수 있는 <프리>가 있어요. <테크니컬>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동작을 두 사람이 똑같이 해야 해요.

현하두 사람이 가까이 붙어있는 것도 좋은 점수 요소 중 하나에요. 최대한 가깝게 붙어서 하려고 하다 보니까. 물속에서 발질을 하다 상대방을 발로 차기도 해요. (인상을 찡그리며)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죠.

현선 음…그리고 싱크로나이즈는 수위(水位)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물속에서 차오르는 높이가 중요해요. 물속에서 몸을 세우고 평영발차기로 위로 치솟는 기술이에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의 경우 허벅지와 무릎부근까지 올라오기도 해요. 또 20m×30m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죠. 이밖에도 중요한 요소는 정말 많아요.

싱크로나이즈를 하다가 부상을 당할 수도 있겠군요. 다른 종목과 달리 부상위험이 적을 줄 알았는데요.

현하간혹 상대방 다리에 부딪혀 멍드는 것은 물론 다리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다니까요.

현선 한쪽 다리를 쭉 펴는 하체 기술이 많아서 골반이 틀어지는 경우, 물속에서 ‘8’자 모양으로 킥을 쉴 새 없이 킥을 하다 보니 무릎관절이 아프기도 해요. 수영선수처럼 어깨가 상하기도 하죠.

▲ 물 속에서 높이 차오르는 박현선·박현하 선수

오늘도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위해 땀을 흘린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이 1년도 남지 않았네요.

현하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목표는 결승진출인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웃음)

현선 오늘 연습한 작품도 런던 올림픽을 위해 준비하는 테크니컬 프로그램이에요. 외국인 안무가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받았어요. 이제 완벽하게 연습할 일만 남은 거죠.

물속에서 잠수한 채로 동작을 하려면 숨을 참는 게 관건이겠어요. 두 분은 잠수 실력이 어떻게 되죠? 올림픽 준비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현하잠수실력은 2분정도 되요. 일반인에 비해서는 잘 참는 편이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는 우수한 수준은 아니에요. 또 물속에서 잠수만 하는 게 아니라 동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빨리 숨이 차죠. 길어봤자 30~40초뿐이에요. 이렇게 최대치로 숨을 참으면 다음 동작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안무를 구성할 때 적절한 호흡량까지 고려해야 해요.

현선 또 물속에서 거꾸로 서 있는 동작은 10초만 하더라도 팔이 저려올 정도로 힘들어요. 그래서 체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죠. 평소에 물 밖에서는 폐활량을 늘리는 유산소 운동과 싱크로나이즈에 필요한 근육 운동을 집중적으로 해요.

▲물속에서 거꾸로 서서 빙글빙글 돌아 하강하는 기술(좌) & 박현선 선수가 직접 손동작을 보여주고 있다(우)

지난 베이징 아시안 게임에서 동메달을 땄죠. 메달을 목에 걸 때 기분이 어땠나요?

현하당연히 기분이 좋았죠. 아시아 선수들만 출전하는 경기였지만 그래도 국제대회 메달을 목에 건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죠. 시상식이 끝나고 중국, 일본 선수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한 것도 독특한 경험이었어요.

현선 그런데 마침 그날 야구 결승전이 있었고 한국국가대표가 극적으로 금메달을 따는 바람에 저희가 묻혔죠(웃음). 기자회견장에 한국기자가 한명도 없었어요. 그래서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2시간동안 저희에게는 질문이 하나도 오지 않았어요.

정말 가만히 앉아만 있던 건가요?

현하중국 기자가 마지막에 저희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질문 했어요. 아니, 해줬어요.(웃음)

어떤…?

현선 “중국에 오니까 기분이 어때요?”하구요 (손뼉을 치며 웃음)…갑자기 슬퍼지네요.

물속에서 추는 춤. 싱크로는 재미있다?

▲ 화려한 싱크로나이즈 수영복과 화장

오늘 사용한 코마개는 싱크로나이즈의 상징이죠. 코마개를 해서 코가 높아진 건가요?(웃음)

현선 글쎄요. 별로 안 높은 것 같은데요.(웃음) 어릴 때는 코마개를 하면 절대 물이 코로 들어가는 경우가 없었는데 크면서 힘이 좋아지다 보니 이제 간혹 코마개가 빠지는 경우가 있어요.

현하그래서 여분의 코마개를 수영복 허리춤에 끼워 놓죠. 안무 도중에 코마개가 빠지면 물속에서 재빨리 다시 끼우죠. 시합 때에는 물안경도 감점요인이기 때문에 쓸 수 없거든요. 그래서 시합 때 표정은 웃고 있어도 눈, 코가 아파서 펑펑 울고 있죠. (웃음)

선수들은 짙은 화장을 하고 항상 웃고 있는 것 같아요. 의상도 화려하던데 어떻게 준비하죠?

현선 음악 분위기에 따라 화난 표정, 웃는 표정, 슬픈 표정 등 다양한 연기를 해야 해요. 의상은 저희 엄마가 다 만들어 주세요. 솜씨가 좋으셔서 외국 선수 의상이나 리듬체조 의상을 착안해 직접 만드시죠. 집에 남은 것만 20~30벌 되는 것 같아요.

현하싱크로나이즈는 심판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기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화장, 수영복, 표정, 음악까지 가능한 방법을 활용해서 시선을 받는 게 중요한 전략이 되죠.

곧 다가올 전국체전에 출전하시나요?

현하시범종목으로 출전해요.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이 됐다가 다시 밀렸다가 반복하죠. 올해는 시범종목으로만 있어요.

현선 싱크로나이즈 선수층이 너무 얇아요. 그리고 선수들이 세대별로 종적으로 분포돼 있어서 저희가 그만두면 저희보다 훨씬 어린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될 상황이죠. 같은 세대에 경쟁자가 없다보니 국가대표가 교체될 때마다 실력의 기복이 커요.

몇 년 전부터 취미로 싱크로나이즈를 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현하그나마 다행인 것은 취미로 싱크로나이즈를 하는 분들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에요. 일반인들이 싱크로나이즈를 하시면 생각보다 재미있어 하시는 것 같아요.

현선 싱크로나이즈는 여성 종목인데요. 취미로 하시는 분들 중에는 남성분들도 계세요. (잠시 멈추었다가) 상상은 하지마세요.(웃음)

선수생활이 끝난 뒤의 진로를 어떻게 세워두셨나요?

현선 우선 대학교 먼저 졸업하고 싱크로나이즈 교육자의 길을 가려구요.

현하저두요! 싱크로나이즈가 가장 자신있으니까요.

▲ 물 밖에 있는 현선/현하 자매

박현선 선수는 현재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운동선수로서 특기자로 진학한 것이 아니라 3수를 하면서까지 공부를 다시 시작해 진학한 학교라 학교생활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주변에서도 박현선 선수의 도전과 끈기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동생 박현하 선수도 이화여대에 재학 중이다. 지금도 독보적인 싱크로나이즈 국가대표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들의 특유한 발랄함으로 더욱 빛날 것을 기대해본다. 그녀의 마지막 말이 인상에 남는다. “자신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