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의 낙원을 꿈꾸는 자여, 학예연구사에 도전하라!
게시일
2011.08.04.
조회수
6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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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이유진

미(美)의 낙원을 꿈꾸는 자여, 학예연구사에 도전하라!

 


최근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전시를 찾는 사람들의 안목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많은 미술관들이 더 좋은 전시를 선보이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는데요. 과천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지난 25일 <오늘의 프랑스 미술> 개관행사가 열렸답니다. 그리고 이 전시를 위해 세 달 내내 늦은 밤공기를 맡으며 집으로 돌아간 분, 바로 박미화 학예연구사(큐레이터)입니다.



Impossible is nothing (불가능,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번에 맡으신 ‘오늘의 프랑스 미술’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이번 전시는 현재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전시에 소개된 16명의 작가들은 프랑스의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Marcel Duchamp Prize)’ 수상자 혹은 후보자 중에서 선정됐습니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16명 가운데 간간히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가들도 있지만, 이렇게 16명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처음이라는 점이죠. 물론 관람객들이 전시를 다 둘러보고 나서 뭐라 딱 꼬집어 “이번 전시는 어떻다.”고 말할 수 없을지 몰라요(웃음). 하지만 전 분명 관람객들이 ‘이것이 프랑스인들의 감수성이구나.‘라고 생각할뿐더러 ’프랑스 미술은 어려워.’란 선입견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


어떤 계기로 이번 전시 기획이 이뤄졌나요?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를 주관하는 아디아프 협회는 프랑스 현대미술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그 일환 중 하나로 일본에 먼저 연락을 해서 전시를 하게 됐고, 이후 가까이 있는 우리나라에도 대사관을 통해 얘기가 오고 간 거죠. 사실 일본에서 전시를 하고 그 전시 그대로 들여왔으면 쉬웠을 텐데 문제는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거죠. 우리가 생각하기에 지진이 나면 전시를 일찍 끝낼 것 같은데 오히려 일정이 연기가 된 거에요. 그 결과 우리는 예정된 기간에 일본에서 들여오기로 한 전시 작품들을 가져올 수 없었죠. 결국 우리 정서에 맞는 프랑스 현대 미술 작가들을 선정하는 등 전시 준비를 새롭게 하게 됐습니다.


개관행사 때 축사를 하는 모철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위)과 작품설명 중인 박미화 학예연구사(아래)의 모습

▲ 개관행사 때 축사를 하는 모철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위)과 작품설명 중인 박미화 학예연구사(아래)의 모습


기획에서 전시까지 얼마나 걸리셨나요?

전시를 새롭게 준비하게 되자 모든 사람들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데?”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결국 해냈잖아요? 지금은 다들 기적이 일어났다며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있죠. 3, 4월엔 작가들에 대해 조사하고 누구를 뽑을 것인지 정했습니다. 그 후 실질적인 작업에 들어가서 작가 선정, 작품 운송 및 보험 문제 처리, 전시장 구성에 이르기까지 꼬박 3개월이 걸린 거죠. 토요일, 일요일 할 것 없이 지난 세 달간은 매일 밤 11시까지 작업했답니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제일 특별한 에피소드는 중앙홀에 설치되어 있는 셀레스트 부르시에-무주노란 작가의 작품과 관련되어 있어요.


작가 셀레스트 부르시에-무주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박미화 학예연구사

▲ 작가 셀레스트 부르시에-무주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박미화 학예연구사 ⓒ박미래


작가가 한국에 오기 전에 우리 쪽에서 미리 기본적인 설치는 끝내놨어요. 근데 작품을 고정시키는 장비가 파리에서 안 온 거예요. 회사에 전화하니까 자기들이 그건 잊어버렸다고 미안하다 하는데 앉아서 멀뚱히 있을 순 없잖아요? 그래서 다들 비슷한 재료를 찾으려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맘에 드는 게 없는 거죠. 그러다 결국 계단 끝에 사람들 미끄러지지 말라고 붙여 놓은 고무 패킹 아시죠? 그걸로 작품을 둘러서 얼추 해결했다 싶었는데 이젠 펌프가 작동을 안 하는 거예요.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인 거죠. 물을 부었더니 녹물이 확 나오는데 얼마나 당황스러워요. 우여곡절 끝에 펌프도 제대로 움직이게 하고. 또 그 작품은 물이 30도 이상 되어야 그릇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더 예뻐요. 문제는 물을 데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80일 내내 스위치를 끌 수 없는 거죠. 월요일이 오픈인데 일요일 밤 10시 반에 작품이 완성됐어요. 그 때 함께 있던 직원들 모두 어찌나 기뻐했던지(웃음).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놓쳐선 안 될 포인트를 꼽자면 뭐가 있을까요?

관람객들이 반드시 오늘날 프랑스 미술의 감수성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프랑스 미술에 대해서 난해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잖아요?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우리의 정서와 맞는 작품들이 굉장히 많아요. 깊은 역사의식, 섬세한 감성, 그들 특유의 유머 감각이 작품에 오롯이 녹아 있죠.



작가와 관람객의 징검다리, 학예연구사


학예연구사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전 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했었어요. 그 때 저 스스로 제가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이론 공부를 하는 게 저한테 더 맞았고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 선발시험이 있어 응시를 했는데 처음엔 떨어졌어요. 사실 공부를 제대로 안했거든요 처음엔. 시험을 치면서 ‘공부했으면 이 정도는 쓸 수 있었을 텐데.’란 아쉬움이 계속 들었죠. 근데 다행히 이듬해 시험이 또 있는 거예요. 그래서 1년간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1997년에 학예연구사가 됐답니다.


학예연구사는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요?

미술관의 전시 기획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학예연구사는 미술관의 컬렉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어요. 즉 소장품 관리를 우선으로 하는 거죠.


기획에서 전시에 이르는 전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아침에 출근하면 이메일 체크부터 합니다. 그 후 맡고 있는 전시 구성에 대해 회의하면서 계획을 구체화하죠. 전시에 소개될 작가들과 계속해서 연락을 취하면서 계속 전시와 관련된 공부를 합니다. 어떤 작품이 좋을지, 어떻게 주제를 잡아 나갈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되니깐요. 그런 것들이 확정된 순간 업무는 세부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작품 선택 후 작품 운송과 설치가 완료되면 전시를 위한 큰 틀은 완성된 거죠.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전시가 뭔가요?

2000년도에 기획했던 ‘루이즈 부르주아’ 전시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프랑스 출신의 미국 조각가에요. 작년에 98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죠.  그 당시 제가 조각에 관심이 많아서 그 전시를 맡고 싶다고 지원했죠. 이 전시를 준비할 땐 무려 10개월 동안 11시까지 일하고 집에 돌아갔던 것 같아요. 작가에 대해 공부도 엄청 많이 했고요. 그 때 관람객이 공식적으로 약 27만 명 정도 왔었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학예연구사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면?        

작가들과 일대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요. 그들과 만나 그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직접적으로 듣고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점인 것 같아요. 또 전시에 선보일 작품을 직접 고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선택할 땐 사실 굉장히 두려워요. ‘대중이 과연 이 작품을 좋아할까’부터 시작해서 ‘전시장 구성에 잘 맞을까?’까지 다 고려해야 되니까요. 하지만 그런 것들도 돌이켜 보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죠.


앞으로 기획해보고 싶은 전시가 있다면?

중국의 '차이 쿼 치엥'이란 작가가 있는데 꼭 전시해보고 싶어요. 우리나라에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데 제일 속상한 점은 대표적인 아시아 국가들 중에 우리나라만 그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지 못했단 점이에요. 비용 문제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하지만 꼭 기회가 된다면 그 작가의 전시를 기획해보고 싶어요.

 

오늘의 프랑스 미술 French Art Today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학예연구사가 되기 위해서 특정 커리큘럼을 수료해야 되거나 아님 자격증이 필요한가요?

준학예사, 정학예사 자격증이 있다고 들었어요. 저는 그 제도가 있기 전에 들어와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요. 그 자격증을 딴 사람이 아무래도 유리하겠죠? 본인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니까.


앞으로의 학예연구사에게 더 요구될 능력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시대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잖아요? 앞으로의 학예연구사는 미를 바라보는 눈이 더욱 풍부해야 할 거예요. 기존의 과거에 묶여 있으면 안 되겠죠.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한 작품이 쏟아지고 있어요. 그런 작품들 중에서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거죠.


학예연구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무작정 달려들었다가 호되게 혼나기 십상인 직업이에요. 하지만 꼭 하고 싶다면 금방 주저앉지 말고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세요. 그러면 언젠가 여러분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학예연구사를 꿈꾸는 사람들 설명글

Tip1. 이런 사람에게 학예연구사 적극 추천합니다!

참을성이 있는 사람이요. 학예연구사는 긴박함 속에서 뭔가를 이뤄내야 하니깐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도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Tip2.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일하기 위해선?!

예전엔 시험을 봤지만 지금은 면접을 봅니다. 기본적으로 석사과정은 마쳐야 하고요. 무엇보다 전시를 한 경험이 중요합니다.


 


개관 이후 계속 비가 내려 걱정이라는 박미화 학예연구사. 하지만 폭우가 쏟아진 지난 수요일에도 관람객이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 10만 명 돌파는 시간문제인 듯합니다. 여러분도 이번 주말 프랑스인들의 감수성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Marcel Duchamp Prize 설명글

오늘의 프랑스 현대미술: Marcel Duchamp Prize

주최/후원 : 국립현대미술관, 프랑스 Adiaf, 프랑스 문화원

전시 기간 : 2011.07.26 - 2011.10.16

전시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안내 : http://www.moca.go.kr

관 람 료  : 5,000원


 

문화체육관광부 박미래 대학생기자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mirap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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