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연

감각온도 : Affective temperature
- 분야
- 전시
- 기간
- 2025.05.27.~2025.08.13.
- 시간
- -
- 장소
- 부산 | 소울아트스페이스
- 요금
- 무료
- 문의
- 051-731-5878
- 바로가기
- http://www.soulartspace.com/?page_id=220&vid=3
전시소개
<감각온도 Affective temperature>
김 지 원
인간이 생리적, 심리적으로 다르게 느끼는 온도를 수량적으로 나타낸 것을 감각온도라고 한다. 이 네명의 작가들은 서로 다른 차원의 재료, 방식, 개념을 다룬다.
김지원은 '그리기란 무엇인가'같은 기본적인 문제를 그리기라는 행위로 매진하며 회화의 본질을 탐구해왔다. 오래된 재료인 오일물감과 네모난 캔버스는 그의 믿음이며 한편 으로는 허망함을 느끼는 공간이기도 하다. 김지원은 특별하지 않은, 너무나 친숙한 공간, 사람, 사물, 자연과 같은 대상에 몰입하는 그리기 방식으로 그것을 경험한다. 그린다.
"맨드라미"는 식물이지만 동물같이 중의적이다.
"맨드라미"와 타오르는 모닥불은 "형태 있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와 같이 생의 욕망과 숭고함을 피워내고, "하염없는 물줄기"와 "이륙하다"는 생의 기대와 공허의 진공 상태를 환기한다.
정승운의 작업실은 전형적인 목공실의 외양을 띠고 있다. 합판이나 각목 나무가 주된 사물 들로 가득하 다. 그리고 활시위처럼 당겨진 무명실 위에 슈밍케 유화물감을 바르고, 바르고, 바르고, 바른다. 오랜 시간 칠해진 작업은 겨우 부피감을 드러낸다. 그는 칠하고 남은 물감을 비닐에 모아 이쑤시개에 뭉쳐 캔디처럼 세워놓았다. 그것은 손가락 하나 크기 인데 나는 그것이 100배로 커지는 상상을 한다. 직각과 예각의 각도를 정밀하게 열심히 재는 작가는 그 행위로 “집” “숲” “꿈”같은 ‘나무문자’ 작품도 만 들지만, 작품을 보존 보관하는 함도 만든다. 각도를 잰다. 정승운은 와이어 줄로 공간을 가로질러 깨진 사금파리 항아리 밑 둥을 당겨진 줄 위에 올려놓아 줄타기 어릿광대의 팽팽한 발란스를 보여준다. 그리고 하늘과 육지의 공제선을 오려내어 “섬”의 풍경을 만들 고, 얇디얇은 푸른색의 유선 방안지를 구겨 쌓아 올려 종이로 된 빙산 같은 벽“무제”를 만들었다.
박기원은 일주일에 한번 인천에 간다. 그곳에 ‘차’를 팔던 오래된 건물을 고쳐서 자신이 꾸민 전시 공 간‘차 스튜디오’가 있기 때문이다. 건물의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온 이름에 천연덕스러움이 있다. 건물 공간에 바람을 쏘여주려 일주일에 한번 인천에 간다. 바람을 쏘이다. 그 옆에 ‘개항로’ 맥주공장이 있 다. 나는 박기원이 다루는 여러 가지 공산품 재료에서 느끼는 감정은 늘 온도라고 생각한다. 얇은 불투 명 비닐은 부풀어 오른 대로의 연약함이 있고, 금속 가구에서는 차가운 무게의 온도를 느낀다. 그리고 일련번호가 매겨진 수행적인 드로잉인지 회화인지 중간지점 같은, 장지와 캔버스 위에 오일스틱으로 색 면 그림을 그린다. 칠한다.
지금 그는 “넓이”400몇 십 번 대를 그리고 있을까? “넓이”500번 대를 그리고 있을까? 일명 ‘중간그림’ ‘중간회화’근사하지 않은가? 채우승은 나뭇가지 몇 개로도 구조와 공간에 개입하여 작업을 한다. 나는 가끔씩 그의 조각 “자락”이 사찰이나 한옥 기둥에 걸리는 생각을 한다. 기다란 판자에 좋은 글귀를 써넣은 대련이 걸리는 자리에 서로 다른 형태의 “자락”이 설치되면 안성맞춤이겠다는 생각을 한다. 완주 화암사 우화루 기둥에 하얀 “자락”하나, 둘, 셋 턱 걸려있다. 오래된 기둥에 걸려있는 “자락”하나 생각한다. 석고나 폴리코트를 개 어 형태를 만들거나 덧대거나 떠내는 것이 조각가의 일인데, 조각가의 손은 류마티즘에 시달리며 조각 은 완성된다. 주무른다. 채우승의 “실내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풍경”인 한지그림은 사각사각하고 하늘거리는 굿판이며, 도자기 를 완상하는 선반이며, 책가도 이기도 하고, 그 손으로 주물러 만든 그릇에 코발트색 문양은 액막이 부 적이 되기도 한다. 김지원, 정승운, 박기원, 채우승이 4명 작가의 감각온도의 무게는 가늠 할 수 있는 것인가? 이들의 작 품 속에는 무거움, 가벼움, 뜨거움, 생각함, 미지근함, 차가움, 묵직함, 청량함, 메스꺼움, 유머러스함, 당혹감, 성실함 그리고 의외성 등 다양한 레이어가 서로 다르게 엉키어 존재한다. 이들은 그리고, 각도 와 거리를 재고, 칠하고, 주무른다. 이것들이 조합 되어 만나면 마디마디가 나누어져있는 절지동물 로봇처럼 작품이 된다. 결국 전시는 이 서로 다른 모습의 “감각온도” 차이를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 들 감각의 세부를 들여다보면 정밀하거나, 허술한 규칙과 습관, 약속과 끝맺음이 있다. 우리는 우리의 감각으로 생각과 신체를 소모하며 무언가를 만들어 창조해 낸다. 매일 매일 반복한다는 것은 예술의 숙명이다. 엄지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 눈에 갖다 대어 망원경 보듯이 세상을 본다.
2025. 3. 29 김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