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구상미술의 단면: 사실과 재구성 展

한국 현대 구상미술의 단면: 사실과 재구성 展

분야
전시
기간
2025.03.07.~2025.05.06.
시간
화-일 10:00-18:00 / 월요일 휴관
장소
경기 | 양평군립미술관
요금
성인 1,000원 / 청소년 700원 / 어린이 500원
문의
양평군립미술관 031-775-8515
바로가기
https://www.ymuseum.org/home/sub02.php?mid=16&uid=201

전시소개

  사진이 발명되고 회화의 종말이 선언된 지 150년이 넘었지만, 회화는 여전히 건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시대를 초월한 천재들은 감각과 기술을 총동원해 표현 욕구를 분출해왔다. AI가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동시대의 기술과 담론을 반영하는 또 다른 표현 방식일 뿐이다. 인간의 창작은 계속될 것이고, 회화는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따라 형태와 형식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며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실주의적(寫實主義的)이고 구상적(具象的)인 작품들을 선보인다. 구상회화는 겉으로 보면 모방과 재현(mimesis)을 기조로 하는 형식이지만, 작가가 재구성하고 창조한 허구와 낯선 형태의 결합을 통해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이를 ‘사실적 재구성’이라 명명하겠다. 기존의 일반적인 형태와 작가의 계획적이거나 또는 무의식이 만들어낸 형태가 만났을 때, 제3의 생경한 풍경이 만들어진다. 작가는 낯선 풍경 속에 작가의 사고와 철학을 녹여 넣는 것이고 관람자가 그 의도를 알아차리면서 비로소 작가와 소통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크게 ‘사실주의’, ‘극사실주의’, 그리고 ‘구상적 초현실주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9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사실주의는 이상적인 미를 추구한다기보다 여러 사회적 담론들을 흡수하며 재구성되고 발전해왔다. 동시대의 사실주의 작품에는 우리가 지금 닥쳐있는 여러 사회적 이슈들, 예컨대 환경, 기후, 자본, 산업화에 따른 인간 존중 문제와 같은 것들이 작품의 주요한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사실주의는 초현실주의(Surrealism)나 극사실주의(Hyperrealism)와 같은 예술 운동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극사실주의는 사실주의 특유의 세밀한 묘사 방식을 더욱 강조하여 사진 기술로는 담아낼 수 없는 극한의 회화적 특수성을 강조한다. 이는 사실성에 그치지 않고 사물 자체가 갖는 상징적 의미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 것이었으며, 과학과 기술의 한계를 넘어 예술의 복권을 시도하고자 한 의도도 있었다. 현대의 사실주의 회화는 단순한 실증적 표현이나 과학적 이론의 반영을 넘어서, 개인의 경험과 감수성, 그리고 역사적?사회적 이슈들을 서사라는 방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내러티브 효과와 회화적 재구성은 관객들이 작품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도록 하며, 사실주의 회화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사실주의가 일상적 삶이나 현실 세계를 중시한 데 비해, 극사실주의 작품들은 현실적 요소를 바탕으로 비현실적 상황이나 설정을 포함하기도 한다. 이는 강한 시각적 충격을 주거나 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런 면은 현실과 실재를 있는 그대로 화면에 담으려는 사실주의 회화와 대치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사실주의와 극사실주의 작품을 구분해 보는 것은 전시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한편, 구상적 초현실주의 작품들은 구체적 형태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사실적 재현보다 의미 전달에 중점을 둔다. 즉, 작가의 사고나 경험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이성적 계획보다 무의식적이고 잠재적 형상들을 사실적 형상과 결합하는 방식을 취하며, 이는 이성적 접근이라기보다 반이성적 경향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언뜻 사실주의나 극사실주의와 대조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주의적 표현기법 위에 초이성적인 작가의 감성을 결합해 일반적 사고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상징화되고 기호화된 점, 선, 면이나 색을 구성적으로 표현한 구성미술(構成美術)과는 다르게, 구상미술(具象美術)은 현실과 일상의 것들을 구체적인 형태를 통해 재현하는 미술을 의미한다. 한국구상화가협회와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25명의 작가를 통해 한국 구상미술의 단면을 조명하는 특별한 자리다. 구상미술이라는 광범위한 회화 분야를 대표하는 원로 및 중견작가들이 독창적인 화풍을 선보이며, 이를 통해 수준 높은 한국 구상화의 깊이를 차분히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양평군립미술관 학예실장 이 홍 원


회원 방문통계

통계보기

전체댓글(0) 별점 평가 및 댓글 달기를 하시려면 들어가기(로그인) 해 주세요.

  • 비방 · 욕설, 음란한 표현, 상업적인 광고, 동일한 내용 반복 게시, 특정인의 개인정보 유출 등의 내용은 게시자에게 통보하지 않고 삭제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 및 자료 등에 대한 문의는 각 담당 부서에 문의하시거나 국민신문고를 통하여 질의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