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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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상자-아트스타Ⅰ 윤영화
- 분야
- 전시
- 기간
- 2025.01.24.~2025.03.30.
- 시간
- 10:00 ~ 19:00 *사전 퍼포먼스: 2025. 1. 17.(금) 17:00, 매주 월요일, 설 연휴 전시 없음
- 장소
- 대구 | 봉산문화회관
- 요금
- 무료
- 문의
- 봉산문화회관 053-422-6280
- 바로가기
- https://www.bongsanart.org/bongsanart/exhibition/sub_0101_view.html?num=2094&sYear=2025&sMonth=01
전시소개
2008년부터 이어진 봉산문화회관 기획 「유리상자-아트스타」 전시공모 선정작가展은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시각과 담론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 전시는 봉산문화회관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공간인 유리상자(=아트스페이스)에서 펼쳐집니다. 사면이 유리로 이루어진 유리상자는 미술관의 화이트큐브와 같이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외부에서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구조로, 설치된 작품을 언제든지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람객에게 열려있는 생활 속 예술공간입니다.
「유리상자-아트스타」는 이러한 공간적 특성을 활용해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담고자 기획된 전시공모 프로그램으로, 작품 형태와 형식에 있어 제한과 한계를 넘을 수 있도록 작가의 도전정신을 북돋아 실험적인 미술작품을 창작하는 공간의 창조적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지역의 경계 없이 역량 있는 작가들이 누구나 참여해 참신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전국공모 예술가지원프로그램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2025년 「유리상자-아트스타」 첫 번째 전시는 윤영화 작가의 <유산-항해>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과 삶의 항해를 탐구합니다. 윤영화 작가는 회화와 설치를 바탕으로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적 언어를 결합하며, 그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펼쳐 보입니다. 2024년 공모 당시, 그는 인간과 사물의 생과 사멸의 흔적을 의미하는 ‘유산(遺産)’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내는 빛-영상 설치 작업과 이를 신체적 행위로 완성하는 퍼포먼스를 구상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유리상자 공간을 캔버스로 생각하며 설치 기간 동안 붓으로 그림을 하나하나 그려 가듯 요소들을 가감하고 조율해 나가는 한편, 장시간에 걸친 공간과의 소통을 통해 그 안에서 변화하는 예술적 형상을 쌓아가며 마침내 현재의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전시 공간 중앙에는 빛을 아래로 품고 있는 태운 나무 배 구조물이 자리하고, 뒷면의 높은 벽에는 파도가 치는 바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등 작가가 일상에서 채집한 풍경들이 편집된 영상이 펼쳐집니다. 바닥에는 소금이 가득한데, 파도의 포말이 모여있는 것 같기도 하고 눈이 쌓인 모습 같기도 합니다. 목발에 붕대를 감아 만든 노(櫓)와 인류가 쌓은 지식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책들은 소금에 덮여 드러나 있기도, 숨어 있기도 합니다. 성소(聖所)를 의미하는 ‘SANCTUM’이라는 단어는 하얀 소금 위에서 붉게 빛나고 있습니다.
<유산-항해>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나와 너, 우리가 삶에서 짊어져야 할 과거, 살아가고 있는 현재, 그리고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확신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과연 영원한 것은 존재할까?’라는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답, 그리고 그것을 모색하는 과정에서의 삶의 좌표들을 설치와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상당한 시간 동안 퍼포먼스와 함께 작품을 완성하고 있는 작가에게 있어서 퍼포먼스는 연속적인 자기탐구의 여정이자 예술가로서 자아를 발견하고 확립해 가는 치열한 창작과정으로 보입니다.
20여 년간 바다를 가까이 두고 살아온 작가는 배와 소금처럼 자신의 삶에서 파생된 소재들을 예술적 매체로 변환시키며 삶을 은유하는 방법으로 지향점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배는 바다의 무수한 파도를 몸으로 부딪쳐 싸워가며 긴 항해의 시간을 버텨내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우리의 인생도 이 세상의 무수한 파도 같은 역경들을 이겨내는 항해와 유사합니다. 작가의 작업은 그 자신을 내던져 실존적 의미를 찾는 여정이며,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역경을 넘어 희망의 세계로 나아 가려는 의지를 표현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인생을 항해하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이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 안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