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세인 민병길 초대전- 심상풍경

갤러리세인 민병길 초대전- 심상풍경

분야
전시
기간
2024.07.11.~2024.07.20.
시간
화~토 12:00 - 18:00
장소
서울 | 갤러리세인
요금
무료
문의
02-3474-7290
바로가기
http://www.gallerysein.com/

전시소개

2024. 7. 11(목) - 7. 20(토)


갤러리세인에서는 사진작가 민병길의 23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1993년 첫 사진전을 시작으로 필름카메라를 고수하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온통 이미지와 정보들로 가득하다. 스스로 사고하는 힘은 점점 줄어들고,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산과 바다와 같은 자연으로 벗어나고 싶어한다. 또한 공간자체가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깨끗한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기도 한다. 민병길 작가의 작품은 복잡하고 이야기거리가 많은 우리 삶을 한 템포 쉴 수 있게 하는 자유를 준다. 작품 속 자연의 풍경과 비어 있는 여백을 통해 우리를 끊임없이 압박하는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


이번 전시 주제이자 작품 전반의 타이틀은 ‘심상풍경’ 이다. 그리고 덧붙이는 부제는 ‘질료들의 재배치’이다.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의 작품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의 용어와 의미가 맞닿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사물의 본질적인 형상은 각각의 개별적인 사물내에 내재해 있으며, 형상은 신비한 독립적인 존재가 아닌 질료와 함께 실체를 구성한다고 하였다. 예술에 있어서도 우리의 인지 영역을 넘어 존재하는 어떤 물질(질료)에 대한 탐구와 추적에 관계한다. 형상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닌 관찰과 경험을 통한 정신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작가의 사진에서 대상이 되는 모든 자연물들은 질료가 되고, 그 질료가 작가에게 재료로 번역되어 재배치(Rearrangement)된다. 여기서 재배치는 작가가 사진에 담을 대상이자 질료를 그대로 사진에 옮겨오는 ‘재현’이 아니라 작가의 경험, 기억, 인지와 같은 개인적인 스토리가 작동되어 작가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이미지로 화면에 표현되는 것이다. 결국 작가가 자신의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풍경의 실체가 아니다. 그 아름다운 대상을 질료로 하여 작가의 인식적 경험이 깃든 행위들이 더해져 만들어낸 풍경이자 예술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는 아름다움이란 외적인 것만이 아니라, 아름다워질 수 있는 행위를 통해 완성된다고 말한다. 풍경이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이 아닌 자연을 구성하는 계절, 날씨, 순환 등의 모든 과정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작가에게는 ‘안개’가 풍경사진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닌 아름다운 자연의 그 자체일 뿐이다. 이것은 사진 속 풍경에서 모든 존재들은 모두 평등하다. 꾸미려고 하는 불필요한 욕망이 제거된 작품 속 대상들은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안개 가득한 흑백의 풍경은 종이에 먹이 번지 듯 수묵화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추상화에 가깝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와 같은 회화적인 감성은 뚜렷한 형상이 없는 안개를 인화지에 담아내기 위해 공기와 다른 미세한 흔들림을 표현해내기 위한 작가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작가의 감각이 담긴 안개 속에 잠겨버린 풍경을 응시하고 있으면 사진이라는 매체를 잊은 채 아주 천천히 작가의 이미지 속에 빠져들게 된다. 적절하게 생략과 표현이 가미된 이미지들의 여백을 통해 우리는 느리게 사색하며, 가슴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심상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전시된 작품의 전반은 흑백사진이지만 아주 미세하게 색이 들어간 작품이 2점 있다. 이 작품들 또한 바다와 안개 가득한 하늘의 수평선 말고는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없다. 흑백사진보다 더욱 더 절제되어 있다. 풍경의 아름다움을 담을 때, 작가는 질료에 집중하여 흑백의 농담 만으로도 자연 그 자체를 표현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본다. 색이 가미된 작품에서는 더욱더 디테일을 감소시켜 흑백의 여백처럼 사유와 사색의 공간으로 채울 수 있게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민병길 작가의 회화적이고 담백한 사진을 바라보게 되면, 현실을 넘어서 스스로 사고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편리함과 빠른 속도, 많은 정보와 다양한 기술이 넘치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잊고 있던 필름 카메라와 흑백사진의 깊이와 묘미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일깨우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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