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감각(美的感覺)

미적감각(美的感覺)

분야
전시
기간
2024.06.13.~2024.08.25.
시간
화-일 10:00-18:00,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 | 서울대학교 미술관
요금
무료
문의
서울대학교미술관 02-880-9504
바로가기
http://www.snumoa.org/exhibitions_view.php?exh_id=180

전시소개

미적 감각(美的感覺)에 대하여



“아무도 꽃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감각하다’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 의미는 감(感)과 각(覺)의 두 핵심적인 인식행위를 합한 것으로, 감(感)은 느끼고, 감응하거나 감동하여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고, 각(覺)은 깨달아 알고 드러내어 밝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각은 눈, 코, 귀, 혀, 살갗의 오감을 통해 세계의 대상과 자극을 마음으로 느끼고 지적으로 아는 것이다. 반면 감각(感覺)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sense’의 의미는 두 가지 면에서 ‘감각’의 그것에 비해 얇거나 가볍다. 첫째는 신체성이고, 둘째는 ‘感’과 ‘覺’의 공시성(synchronicity), 즉 양자의 동시성과 수평성이다. 미적 판단의 근간을 이루는 미적 감각(美的感覺)도 이와 같다.


생각하는 것보다 보는 것은 훨씬 더 많은 것을 동시에 포용한다. 시각은 감정을 건드리는 도화선이다. 어떤 대상을 보면 감각 전체가 잠에서 깨어난다. “눈은 특히 상징적, 경구(警句)적, 다면적 지각에 뛰어나다. ... 다른 사람에게는 대단해 보이지 않더라도 그 앞에 선 사람들은 어쨌거나 감정이 끓어오른다.”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는 것은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제대로 보지 못한다.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는 말한다. “아무도 꽃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 꽃은 아주 작고 우리는 바쁘기 때문이다.”


감각의 오용과 혼돈


감각의 편견과 오용, 르네 데카르트가 철학에서 감각을 배제한 이후로 근대 지적 체계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 물론 일찍이 감각을 야만인의 영혼의 특성이라 했던 헤라크레이토스나 존재의 지혜를 얻기 위해선 눈과 귀를 제거하는 게 좋겠다는 플라톤이 있긴 했다. 1641년 데카르트는 『성찰록』에서 모든 감각은 틀리기 쉽고, 특히 시선을 통한 이해는 수박 겉 핥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그것으로는 본질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고 했다. 데카르트에게 가장 우선적인 회의의 대상은 감각이었다. 데카르트의 오류는 정신과 신체를 두 동강으로 잘라낸 것에 있다. 그 순간 살아있는 존재에 대한 사유는 물 건너갔다. 현대는 진정성(authenticity)과 본질(essence)에 몰두했다. 하지만 몸뚱이 없는 진정성이요 무의미한 본질이다.


이번에는 시계추가 반대편 끝으로 갔다.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감각의 논리』는 감각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데카르트주의의 해독을 표방하는 보다 현대적인 오해다. 그는 감각을 영혼과 분리해 단백질 덩어리에 갖다 붙였다. 이분법의 측면에선 고전철학의 재탕이다. 거의 동어반복 수준이다. 다만 이번에는 이성이 아니라 몸뚱이가 우상이 된다. 고전철학보다 조금도 덜 고약하지 않다. 들뢰즈에게 첨예한 미적 감각은 존재를 몸(corps)으로, 몸을 다시 고기(viande)로 신속하게 퇴화시키는 것이다.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이 그 전범이었다.


미적 감각


감각은 이성의 철학이 끊임없이 조장해온 편견과 달리 느낌이나 감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감각은 이성의 영역 보다 훨씬 더 영혼에 가까이 결부되어 있다. 눈이 하는 일은 빛을 모으는 것뿐이다. 꿈에서 본 광경, 생생한 기억... 보는 것은 뇌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어떤 ‘봄’은 우리 영혼을 잠에서 깨우는 진정한 사건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감각은 예술의 정수가 된다.


“무엇보다 먼저 당신의 가장 내적인 부분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당신의 다섯 가지 감각들은 생명과 에너지를 어디에서 얻고 있는가? 바로 당신의 영혼으로부터다. 당신의 다섯 가지 감각에 생명과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것은 바로 당신의 영혼이다.” (해롤드 브라운.(Harold O. J. Brown))


이 에너지로 윌리엄 브레이크(William Blake)는 “오감으로는 알 수 없는 거대한 기쁨의 세계”를 오감을 통해, 즉 하늘길을 가는 새들을 보면서 느꼈다. 감각은 “인간과 비인간을, 한 영혼과 그의 많은 친척들을, 개인과 우주를, 지구의 모든 생명을 이어준다.” 그 방식은 낯설고 기이해 보이는 경우에도 어떤 수학보다 더 정확하다. 종종 우울감에 빠지지만 고상하고, 가장 구체적이면서도 신비롭다.


심상용(서울대학교미술관 관장)


 


전시부문: 회화, 영상, 조각 등 110여 점

참여작가: 김용식, 김홍주, 박근주, 박윤주, 박재훈, 염지희, 원성원, 유화수, 이나하, 이상용, 이페로, 전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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