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베이컨을 식탁으로 가져왔을까

누가 베이컨을 식탁으로 가져왔을까

저/역자
J. M. 애도배시오 외/ 김승욱
출판사
알마
출판일
2010.10.28
총페이지
343쪽
추천자
김기덕(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도서안내

제목을 퀴즈처럼 제시한 이 책은 선사시대 여자의 역할을 복원한 책이다. 구석기시대라고 하면 모피를 걸친 남자 사냥꾼들이 창을 들고 거대한 매머드와 곰을 용감하게 공격하는 모습을 흔히 떠올린다. 이 풍경 속에서 여자들은 아이들을 껴안고 겁에 질린 얼굴로 바위 뒤에 숨어 있거나 아니면 그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자들의 역할이라고 해봐야 멀리서 절박한 표정으로 곰을 바라보거나 도망치는 것뿐이다. 항상 자연사박물관의 축소모형을 보면, 선사시대 여자는 수동적으로 고기를 소비하거나 남자의 보호를 받는 모습으로만 묘사된다. 선사시대 여자는 본 책의 원제목처럼 ‘보이지 않는 성’이었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대부분의 고고학 유물들은 오랫동안 보존되는 물질인 돌과 뼈로 만들어진 것이다. 학자들은 주로 남자들이 돌과 뼈를 쪼개서 여러 가지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을 것이라고 보았다. 반면 여자들이 썼을 것으로 간주된 물건들은 식물성(바구니, 노끈, 천)이었으므로 오래 보존되지 않았다. 따라서 주로 남성들이었던 고고학자들은 돌로 만든 도구와 무기들만을 발굴해서 선사시대가 남자들의 세상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은 아닐까? 선사시대 식물성 도구를 전공한 저자들은 실제로는 여자들이 만들어낸 ‘끈’이 돌을 사용한 기술보다 진보에 훨씬 더 심대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추운 지역에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의류, 수로를 통한 장거리 여행을 가능하게 했던 뗏목 제작에 사용된 밧줄, 공동 사냥에 이용된 그물 등 온갖 종류의 중요한 물건들을 발명한 것은 여자라는 것이다. 엄마와 자식으로 이루어진 짝은 인간은 물론 모든 영장류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단위라는 점에서 언어의 발명도 여자일 것이며, 더 나아가 농업의 발명도 여자들이 했을 것이라는 추론을 실제 고고학 자료를 통해 전개한다. 인류의 등장과 진화에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중요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균형 잡힌 선사시대를 복원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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