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 차별적, 비객관적 언어 표현 다수
게시일
2007.02.05.
조회수
11729
담당부서
문화관광부 국립국어원(02-2669-9745+)
담당자
조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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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이 2006년 ‘언어의 공공성 향상’ 사업의 하나로 진행한 보고서 ‘차별적, 비객관적 언어 표현 개선을 위한 기초 연구’에 의하면 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에 양성 불평등, 신체적 특성 비하, 인종, 국적 및 지역 비하,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를 비하하는 표현 등이 많이 나타났다.

신문은 종합일간지 8종, 경제지 1종, 스포츠지 1종 등 10종 일간 신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연예, 칼럼, 사설, 투고 등의 전 영역을, 방송은 ‘한국방송(KBS1, KBS2),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교육방송(EBS), 와이티엔(YTN)’ 등 6개 방송사의 149종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그리고 인터넷 분야에서는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등 10여 종의 인터넷 신문의 기사와 토론글을 구체적인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양성 불평등 표현: ‘미혼모, 처녀작, 학부형’
‘미혼모’는 모든 책임과 어려움을 여성에게만 돌리고 상대역인 남성에 대한 명칭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차별적이다. ‘미망인’은 남편이 사망한 여성에 대한 존칭으로 잘못 알고 있지만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봉건시대적인 가치관이 숨어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필요한 정보가 아님에도 여성임을 특별히 드러내는 ‘여성 예술가’, ‘여성 과학자’, ‘여대생’, 여성의 성적·신체적 측면을 이용한 ‘처녀작’, ‘처녀출전’, ‘처녀생식’,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시집가다’, ‘바깥어른’, ‘집사람’, ‘학부형’, 여성을 비하하는 ‘여편네’, ‘마누라’, ‘여시’ 등이 양성 불평등 관련 표현이다.

신체적 특성 관련 차별 표현: ‘맹인’, 귀머거리, 절름발이, 벙어리, S라인’
신체적 특성 관련해서는 신체장애를 직접적으로 비하하는 느낌을 주는 ‘맹인’, ‘귀머거리’, ‘벙어리’, ‘언청이’ 등의 표현, 신체장애를 이용하여 비유하는 ‘절름발이 인재’, ‘벙어리 냉가슴’, ‘꿀 먹은 벙어리’, ‘장님 코끼리 더듬기’ 등의 표현, 상대적일 수 있는 외모 평가나 선호의 기준을 무시하고 다수의 이름 하에 특정한 외모를 비하하고 놀리는 ‘말라깽이’, ‘뚱보’ 등의 표현, 불필요하게 외모를 강조하거나 묘사하는 ‘얼짱’, ‘S라인’, ‘꽃미남’ 등의 표현이 좀 더 객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인종, 국적 및 지역 관련 차별 표현: ‘유색인종, 혼혈아, 코시안’, ‘동포/교포/한국계’의 자의적 선택, ‘서울로 올라가다’
백인 중심적인 사고를 담고 있는 ‘유색인종’, 혼혈인을 하나의 인격적 개체로 바라보지 않고 타인종 간에 이루어진 결합의 부산물로만 여기는 ‘혼혈아’, 가난한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 여성들과 그 혼혈 자녀를 차별하고 낙인찍는 ‘코시안’ 등은 특정 인종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표현들이다. 이와 함께 자국중심적인 사고를 드러내는 ‘동포/교포/한국계’의 자의적 선택이나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 등의 표현, 서울 중심적인 사고를 드러내는 ‘서울로 올라가다’, ‘지방으로 내려가다’, ‘여의도 면적의 몇 배’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되었다.

직업 및 사회적 지위 관련 차별 표현: ‘잡상인, 간호원, 신용불량자, 사생아’
고정된 공간과 일정 수준의 자본을 확보하지 못한 상인에게 붙여지는 ‘잡-’이라는 접두사, 특정 직업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쟁이’라는 접미사,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철밥통’ 등의 표현이 특정한 직업 및 사회적 지위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지적되었다. 이와 함께 근래 들어 비하적인 의미가 생겨나서 당사자들이 꺼리는 ‘간호원’, ‘청소부’, ‘가정부’, 법률적으로 존재하지 않은데도 사용하여 사회적 낙인을 찍어버리는 ‘신용불량자’, 조금 일찍 태어난 아기들을 모자라다고 여기는 ‘미숙아’, 한 인간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하지 않는 ‘사생아’ 등도 고쳐야 할 표현이다.

‘일류, 명문, ‘386세대’, ‘명품’, ‘군단’ 등 사용도 자제해야
가치 판단의 기준에 따라 자의적으로 사용하기 쉬운 ‘일류’, ‘명문’, ‘진보’, ‘보수’, ‘고급’, ‘고위’ 등의 표현은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정확한 행정구역상의 범위가 분명하지 않은 ‘강남’, 예술을 생산하는 주체가 서양인이라야만 어울릴 것 같은 ‘현대무용’이나 ‘클래식음악’, 음악의 장르라고 보기에는 모호하고 그것을 즐기는 계층도 사실상 다양한 ‘성인가요’,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비양심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양심적 병역 거부’, 그 범위가 확실치 않고 대졸자 중심적인 사고에서 나온 ‘386세대’, 고가품 판매업자의 상술에 이용당하는 듯한 ‘명품’ 등의 표현이 지시 대상이나 의미가 불분명하여 오해를 일으키거나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 ‘초-’, ‘최-’ 같은 최상급의 남용이나 ‘군단’, ‘전사’, ‘용병’, ‘세금폭탄’ 등의 전쟁 관련 비유도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자극적이어서 자제해야 할 표현으로 지적되었다.


대안 제시 가능한 용어 권장
이상의 조사 결과는 활용 면에서 다음 세 가지로 크게 나뉜다. 첫 번째는 대안을 분명히 제시할 수 있는 경우이다. 이 대안은 관련 단체에서 마련하고 이번 연구의 조사자와 연구자가 합의한 것으로 국립국어원은 이를 널리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가정부, 식모, 파출부 ⇨ 가사도우미
간호원 ⇨ 간호사
결손가정 ⇨ 한부모가정
귀머거리 ⇨ 청각장애인
노가다 ⇨ 일용직 건설노동자
미망인 ⇨ (고인인 ~의) 부인
미숙아 ⇨ 이른둥이
백수 ⇨ 취업준비자, 구직자
벙어리 ⇨ 언어장애인
봉급/월급쟁이 ⇨ 봉급/월급생활자
시집가다 ⇨ 결혼하다
신용불량자 ⇨ 금융채무연체자/금융채무불이행자
안내양 ⇨ 안내원
양심적 병역거부 ⇨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에이즈환자 ⇨ HIV보균자/감염자
잡상인 ⇨ 상인
집사람 ⇨ 아내
처녀 출전 ⇨ 첫 출전
처녀생식 ⇨ 단성생식
청소부 ⇨ 환경미화원
학부형 ⇨ 학부모

두 번째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유사 표현들로 바꿔 쓸 수 있는 경우이다. 앞으로 이 유사 표현들 간의 미묘한 차이를 조사하여 정리할 필요가 있다.

계약직 - 임시직 - 비정규직 - 기간제
고리대금 사채업체 - 제삼금융권 - 신용대출업체
공권력 - 경찰력 - 병력 - 무력 - 물리력 - 폭력
공황 - 불황 - 위기 - 불경기 - 침체
교민 - 교포 - 동포 - 재외국민 - 이주민 - 이민자
성추행 - 성폭력 - 성희롱 - 성폭행
외국인노동자 - 이주노동자 - 이민노동자

끝으로 사용에 문제가 있으나 바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표현들은 .앞으로 관련 단체나 전문가들이 협의하여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언어, 인식, 사회의 변화는 하나
이번 연구를 통해 언어의 변화와 인식의 변화, 그리고 사회의 변화는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작용하여 함께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이라는 이유에서 ‘연주황색’으로 바뀌었던 ‘살색’은 다시 ‘살구색’으로 바뀌었는데, 연주황색이라는 용어가 크레파스와 물감을 자주 쓰는 어린이들에게는 어려운 말이어서 그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러한 변화는 외국인과 어린이의 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가 언어에 반영된 것임과 동시에 ‘살색’이라는 표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사회적 차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꾸준한 연구와 적극적인 홍보가 절실
앞으로도 차별적이고 비객관적인 언어 사용 실태를 정기적으로 꾸준히 조사·연구하여 우리 사회의 언어 사용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연구의 조사 대상이 되었던 신문, 방송, 인터넷 등의 언론 관련 기관과도 협력하여 언론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언어 사용의 모범을 보이고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차별적이고 비객관적인 언어 표현의 사용 실태와 대안을 각종 매체를 통해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