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성로, 디자인 옷 입은 ’보행천국’으로
게시일
2010.05.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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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담당관(02-3704-9048)
담당자
조수빈

이제 공공디자인을 빼놓고 정책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벤치나 간판 등 거리를 채운 각종 공공시설물로부터 건축물과 도시 기반시설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모든 것들이 디자인의 영역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디자인이 그저 외양을 바꾸는 것이 아닌 우리의 생각과 정서, 인간관계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인 까닭이다. 대한민국 정책포털 ‘공감코리아’는 연속기획 ‘공간이 사람을 바꾼다’를 통해 ‘디자인 시대’를 살아가는 현 정부의 공공디자인 철학과 정책을 총 12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9일 오후, 대구 중심부에 위치한 ‘동성로’.


깔끔하게 단장된 거리엔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몰려드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길 가운데 벤치에는 친구나 연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다소 쌀쌀한 날씨를 무색케 하듯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엔 여유가 묻어났다.


지난해 7월 ‘디자인’의 옷을 갈아입고 새롭게 탄생한 동성로는 어느새 대구를 대표하는 ‘만남의 장소’가 돼있었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펼친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동성로 사진

대구 중심부에 위치한 ‘동성로’는 평일 낮시간임에도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대구시는 지난 2008년 8월부터 대우빌딩∼대구백화점∼동성5길을 잇는 7백60미터 구간의 보도블록을 모두 교체하고, 상설 야외무대와 광장, 바닥분수 등을 조성했다. 보행자 전용도로에는 목백합과 대왕참나무 41그루가 심어졌고, 노점상이 있던 곳은 가로등과 벤치가 들어섰다.


이날 동성로를 찾은 주부 김지수(33)씨는 “산책도 하고, 쇼핑도 할 겸 매주 한두 번 씩은 꼭 동성로를 찾는다”며, “이제 동성로에서 만나자고 하면 친구들도 쉽게 알아듣는다”고 전했다.


이처럼 ‘걷기 좋은 거리’로 변신한 동성로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시민들의 외면을 받던 대표적인 공간이었다. 애초부터 ‘보행자 거리’로 지정돼 있었지만, 거리를 가득 메운 노점상과 곳곳을 가로막고 있던 흉물스런 전봇대들이 보행자의 발길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


특히 수십 년 전부터 동성로 한복판을 차지해왔던 각종 노점들은 일대 명물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지만 시민들의 보행과 도심 경관에 있어서는 걸림돌이 돼왔다.

 


동성로 디자인 개선사업 전(좌)과 후(우)의 달라진 모습.

동성로 디자인 개선사업 전(좌)과 후(우)의 달라진 모습. 

 

그러던 중 마침 대구 중구의 도시디자인 사업과 함께 지상에 있던 배전반이 치워지면서 동성로는 새로운 거리로 탄생할 기회를 맞게됐다.


대구 중구청이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음에도 그동안 무의미하게 방치돼왔던 이 공간에 문화적 콘셉트를 집어넣기로 결정한 것. 총 43억 원을 투입, 약 1년 여에 걸쳐 진행된 이 사업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심재생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거리만 바뀐 게 아니다…역사·문화도 되살려


노점상과 전봇대 등이 사라지면서 시원하게 뻥 뚫린 거리엔 붉은색과 갈색으로 치장한 길바닥이 세련미를 더했다. 간판도 색상을 구역별로 통일하고 아기자기한 글자체와 그림을 이용해 아름답게 꾸몄다.


단순히 거리를 현대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성로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가치도 복원했다. 대구 중구청은 이곳이 옛 읍성이 있던 자리라는 점을 고려해 당초 성벽이 있던 곳에 성을 쌓는 데 사용하던 장대석을 1.5m 너비로 깔았다. 가로등의 주 컨셉도 동성로를 따라 세워졌던 읍성의 빛을 밝히는 횃불로 잡았다.


동성로는 대구읍성이 있던 자리임을 감안, 디자인 개선과 함께 역사성을 불어넣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바닥의 흰색 표면이 장대석을 깔아놓은 부분이다.

동성로는 대구읍성이 있던 자리임을 감안, 디자인 개선과 함께 역사성을 불어넣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바닥의 흰색 표면이 장대석을 깔아놓은 부분이다.

 

시민 우영환(50)씨는 “장대석 표면이 울퉁불퉁해 걷기에는 다소 불편하지만 옛 성돌을 밟는 기분이 남다르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문화행사도 동성로 살리기에 한몫하고 있다. 동성로 한가운데 자리 잡은 중앙무대에선 가요제와 인디밴드·미국힙합팀 공연 등 젊은이를 겨냥한 행사가 수시로 열리고, 주말과 휴일마다 뮤지컬합창·댄스데이 등이 이어지고 있다.


박동신 대구 중구청 도시관리과장은 “‘동성로에 가면 무언가 즐거운 일이 생긴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싶다”며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어 시민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동인구 늘면서 매출도 활짝


거리가 바뀌자 시민들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동성로를 찾는 인파는 지난해보다 최고 30% 늘었으며, 휴일에는 30만∼40만, 평일에는 10만 명 정도가 동성로를 찾는 것으로 추산됐다.


대학생 현보라(21)씨는 “과거 동성로를 생각하면 지저분하고, 불쾌한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는데 지금은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며,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이곳을 찾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매출상승으로 이어져 상권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홍종훈(51)씨는 "중앙치안센터에서 대구백화점 본점까지 최근 유명브랜드들이 속속 입점하고 있다“며, “유동인구가 늘면서 덩달아 매출도 조금 늘었다”고 전했다.


이정호 경북대 건축학부 교수는 “자동차로 이동하면 구입하기로 결정한 것 이외의 상품이나 가게에는 관심을 갖기 힘들다.”며, “걸어다녀야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눈에 들어오고, 구매 욕구도 생기며 매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사람’ 중심의 ‘보행 천국’ 만든다


동성5길∼중앙치안센터∼통신골목을 잇는 동성로 2차 구간 사업도 내년 6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 구간에는 바닥분수와 벤치 등이 들어선다.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구 중구청은 동성로에서 실핏줄처럼 퍼져나간 28개 골목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동성로 2차 구간 마지막 부분과 이어지는 국채보상로에 횡단보도를 설치해 북성로와 남성로의 약전골목으로 더 쉽게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동성로 2차구간 끝자락에서 약전골목으로 이어지는 국채보상로. 대구 중구청은 이곳에 횡단보도를 깔아 보행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동성로 2차구간 끝자락에서 약전골목으로 이어지는 국채보상로. 대구 중구청은 이곳에 횡단보도를 깔아 보행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해서 대구 도심 전체를 걷기 편하고, 머물기 좋은 ‘보행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아울러 골목골목마다 숨어 있는 역사와 문화를 끄집어내 이야기로 엮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야심찬 구상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이정호 경북대 건축학부 교수는 “도시의 성장 앞에서 우리는 도시의 중심에 사람이 있어야 함을 잊었다”며,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하드웨어 측면의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에 중점을 두어왔다면, 앞으로는 대구 읍성길이었던 동성로의 특성을 살린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 초점을 둬 진정한 ‘보행천국’으로 조성해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출처/공감코리아(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