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가 연주한 애틋한 음률, 해금을 말하다 - 해금 연주가 꽃별
게시일
201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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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빈

최근 젊은 국악 연주자들이 늘면서 다양한 형식의 국악 앨범이 음반 시장에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클래식이나 재즈 음악에 국악을 접목하거나 팝이나 가요를 국악으로 연주하는 ‘퓨전 국악’들은 젊은 소비자층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질적인 장르 간 접목을 ‘크로스 오버 음악’ 부릅니다. 많은 '크로스 오버' 음악의 장르들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지만, 특히 최근 주목할 만한 장르는 '국악'과 현대 음악 간의 접목이 이루어진 분야입니다. 이제는 어디서나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국악! 그렇게 우리에게 국악을 가깝게 만들어 주고, 국악이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 주는 상큼 발랄한 여성 아티스트들이 여기 있습니다.

최근 막을 내린 드라마 추노의 OST를 맡은 해금연주가 ‘꽃별’씨, 그리고 국악계의 소녀시대라 불리 우는 국악그룹 ‘미지’. 이 분들은 젊은이들과 나란히 걷고 있는 국악을 선보인 사람들입니다. 인기 드라마에 우리의 국악이 친숙하게 흘러나오고, 드라마만큼이나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해금연주. 그리고 발라드만큼이나 우리에게 친숙한 모습으로 성큼 다가온 ‘미지’의 음악들. 국악에 대한 편견을 깨버리겠다는 욕심으로 똘똘 뭉친 ‘신세대 국악도’들 이라고 할까요? 국악에 새 옷을 입힌 대표적인 사람들을 만나보았습니다.


    해금연주가 '꽃별'의 4집 앨범
<사진=해금연주가 '꽃별'의 4집 앨범>


그 첫 번째 주인공은 해금연주가 ‘꽃별(본명:이꽃별)’씨입니다. 꽃별씨는 어린 시절 국악 공연을 통해 해금의 매력에 빠진 이후로 국악중˙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및 동대학원을 거치며 지금까지 줄곧 해금과 함께 해온 아티스트 입니다. 2003년 ‘꽃’을 테마로 한 데뷔 앨범 에 이어 2004년 ‘별’을 테마로 한 2집 을 국악계에서 처음으로 한˙일 동시 발매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또 1,2집 모두 국악 앨범 차트 1위 등 각종 앨범 판매 순위에서 장기간 롱런하고, 광고와 국가 공식행사 배경음악으로 쓰이는 등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인기 드라마 '추노 OST' 작업에도 참여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그런 그녀를 만나 우리 국악의 변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인터뷰 중인 해금 연주가 꽃별

<사진=인터뷰 중인 해금 연주가 꽃별>


- 꽃별님이 연주하시는 ‘해금’ 이라는 악기는 어떤 악기인가요?
해금은 일단 ‘찰현 악기’입니다. 현이 두 개 인 것이 사람들이 가장 신기해하는 점이구요. 지금 현대에서 쓰고 있는 대부분의 악기는 철사로 된 현인데 해금은 명주 실로 되어있어요. 그래서 닮은 소리가 없어요. 해금의 독특한 울림소리는 바로 현에 있죠. 그리고 연주법도 굉장히 독특한 편이예요. 대부분은 악기에 현이 닿아 있어서 손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연주법의 대부분인데 해금의 현은 허공에 떠 있어서 당기면서 위 아래로 왔다갔다 음정을 조절해요. 그러니까 어떤 악기보다 연주자랑 악기가 관계가 밀접하다고 할 수 있어요. 사람 손으로 계속 주물러서 소리를 내는 악기다 보니까 예민하고 민감한 악기예요.
우리 해금과 중국의 얼후의 모양이 비슷해서 헷갈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얼후는 개량이 된 악기예요. 얼후통은 뱀가죽으로 만들었고, 그 소리는 아주 매끄러워요. 그에 비해, 해금은 깨끗하고 매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거칠면서도 다듬지 않은 아름다움이 있는 악기이죠. 어떤 악기보다 많이 개량되지 않았어요. 품고 태어난 소리를 오래 동안 간직해온 악기인 셈이죠. 또 해금은 모든 악기에 화음을 맞출 수 있어요. 흔치 않죠. 그러니까 해금은, 모두한테 가서 친구가 될 수 있는 악기. 한마디로, 개성 있지만 착한 악기. 자기 색깔은 잃지 않고 음계적인 부분에서는 어떤 나라의 어떤 악기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악기인 것 같아요.


- 예전에는 국악 이라고 하면, 지루하고 재미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일쑤였는데 요즘은 점점 그러한 시각은 사라지고, 오히려 국악이 모던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또 꽃별님 같은 경우는 인기드라마의 OST를 해금으로 연주할 정도로, 국악이 우리와 더 가까워 졌습니다. 이렇게 국악이 대중화된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아마도 제 생각에는 한국 사람들이 한국음악이라고 하면 느끼고 싶은 정서가 ‘한의 정서’ 인 것 같아요. 왜 그런 거 있죠? 어른이 돼서 잘 울지 못하는 것처럼, 참아내야 되는 것처럼. 슬픈 것들을 경계하는 어른들이 많은데, 해금을 들으면서 울어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근데 저는 해금을 하면서 울고 싶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해금은 너무 매력 있고 멋진 악기인데 슬픔을 말하기엔 너무 슬펐던 까닭이죠. 웃기고 싶고 즐겁고도 싶고.. 그러고 싶었는데. 어느 날은 한 직장인 아저씨분이 저한테 와서 해금을 들으면서 한번쯤은 울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저는 생각했죠. ‘아, 꼭 ‘한의 정서’가 아니라도, 현대 사회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엉엉 울 수 있는 어떤 구멍 같은 것이 필요하구나.’ 혼자서 울 수 있는 자극제라던가 계기라던가, 해금이 그걸 주기 좋은 악기인거죠. 이런 부분에서 국악이, 그리고 해금이 대중화 된 모습은 너무 좋은 것이라 생각해요.

- 꽃별님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연주 스타일과 소탈한 무대 매너로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관객과 방송, 언론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계시던데, 우리국악이 국내, 국외에 뻗어나가 있는 정도를 경험에 비추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아직 그것에 대해 언급하기에는 너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 국악이 국내, 국외에 뻗어나가 있는 정도라, 발 한번 담가본 정도?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국악이 지금 어마어마하게 많은 성장을 했지만, 그래도 미미해요. 아직도 해금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고, 바이올린과 비교해보면 비교도 안되죠. 그러니까 아직도 멀었어요. 근데 그것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고 지금부터 잘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단지 제가 기쁜 것은, 어쨌든 발을 담궈야 시작 되는거니까. 발을 담궜을 때 그 물이 느낌이 참 좋다고 느꼈다는 것. 악기를 통해 노래할 때 내가 어린 시절에 잃어버렸던 순간이 생각난다거나, 내가 그 사람(관객)하고 말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지만 서로 깊이 마음의 교감이 된다는 것, 이런 것들이 시작되었다는 거예요. 일본 가서 활동하면서 그런 것들을 많이 느꼈어요. 해금이 일본에서 잘 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 연주를 들으신 분들이 제게 ‘앵콜 공연’을 요청했을 땐, 나 혼자만의 악기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보편적인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악기구나, 다른 나라에 가서도 악기(해금)이 통하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해금연주가 꽃별
<사진=해금연주가 꽃별>


- 이러한 국악의 모습들을 받아들이는 대중들에게 바라는 점은?
떤 선입견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음악이 좋은 거고, 지루한건 지루한 거고. 국악을 떠나서, 우리나라의 문화유행에 대해서 너무 휩쓸려 다니거나, 맹목적으로 따라한다거나, 노출된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대로 거기에 젖어버리는 것. 대중문화의 안 좋은 것들이 그런 것들인데, 상업적인 것들에 넘어가버리는 그런 것들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순수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냥 어떤 음악이든 간에 순수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국악을 더 사랑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요. 실제 좋은 음악은 그렇게 꼭 말하지 않아도 찾아 듣게 되니까. ‘우리나라 음악이니까 들어야 돼’가 아니라 ‘우리음악에 이런 것이 있구나’ 하는 것이 멋진 것이라 생각해요. 플러스가 아니라 그저 알기만 해도 멋지다는 거죠. 사실 알고 접해야 좋아져요. 무엇이든 닿아야지 시작이 되는거지,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잖아요. 국악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그런 기회에 대해서도 많이 열려있었으면 좋겠어요.

- 우리 국악의 앞으로의 전망, 그리고 이렇게 발전했으면 좋겠다 하는 점이 있다면요?
다양한 것들을 다양함 자체로 받아들여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내가 보기엔 정말 아닌 것 같은데도, 어떤 이의 눈에는 정말 멋진 것으로 보여질 수 있는 것처럼, 국악에서도 그래요. 사람들이 어떤 시도를 하거나 튀어나가거나 어디로 들어가거나, 뒤섞이거나, 좀 미친 짓(?)을 하거나, 그런 것들에 대해서 ‘저런 것도 있구나’하고 그냥 받아들여주세요. 그냥 그렇게 두면 정말 좋은 것은 살아남을 것이고, 안 좋은건 그냥 없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재밌는 것도 하고 즐거운 것을 할 수 있는 시도가 더 많이 열려 있어야 해요. 사회적으로 도 마찬가지이고, 국악계 전반에서도 마찬가지이고요.

- 나에게 해금이란?

웬수(웃음). 왜 웬수가 제일 친한 친구라고 하잖아요. 해금은 저와 웬수죠. 이제는 없으면 못 살 거예요. 근데 또 계속 같이 잇다보니까 저를 가장 괴롭게 하는 게 해금이거든요. 달래고 어르고 싸우고 사랑하고...그래도 잘 안되고(웃음). 제가 제 인생에서 시간과 노력과 애정과 눈물과 가장 많은 걸 쏟아 부은 게 해금이에요. 해금을 만난 지 15년, 공연은 10년째. 지금도 여전히 저는 무대 나서기 전에는 얘(해금)하고 같이 안고 심장이 터질듯 한 긴장을 해요. 근데 그 무대에 해금과 함께 서는 행복감은,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무대에 서보지 않은 사람들은 죽어도 모를거에요. 무대 뒤에서는 뼈를 깎는 고통을 느끼지만, 무대에 서는 순간은 정말 어떤 것과도 비교 되지 않는 순수한 행복이예요. 무대는 무시무시하고, 진짜 잔인한 곳인데 또 너무 행복한 곳이예요. 사랑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 사랑에는 천국과 지옥이 있다고들 하잖아요. 지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사랑하듯이 무대도, 해금도 똑같은 것 같아요.

해금. 국악기 중에서도 결코 대중적이지 않던 이 악기를 그래도 젊은 층에서 가장 많이 알도록 역할하고 있는 것이 이 해금연주가 꽃별입니다. 아련한 소리, 슬프면서도 애잔한 이 음악으로 조금이라도 대중과 더 소통하고 싶어하는 그녀의 마음을 따라 그래도 해금은 조금씩 더 많은 대중 앞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그녀처럼 지금도 전통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국악을 알리고, 대중성도 확보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해금이나 일정 악기 뿐 만이 아닙니다. 국악 이외에 판소리의 변화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판소리 ‘수궁가’ 중 용왕과 토끼의 상봉장면에서는 용왕이 토끼에게 ‘네가 누구냐’고 묻고 “저는 토낀디요!!”라는 부분에서 “Who are you?” "I'm rabbit"이라며 판소리의 국제화에 힘쓰고 있는 순수 소리꾼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이 어떻게 보면, 전통 국악과 다르다는 점에서 그 정통성을 해친다는 비판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통 그대로의 '국악'만큼, 대중과 소통하려는 '예술'도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겠지요. 그러한 노력들로 현재, 국악이 수동적이지 않고 관객과 함께 박수치고 즐길 수 있는 능동적인 음악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국악을 몰라도, 국악 특유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해도 흥이 나는 놀라운 우리가락의 변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국악의 변신을 맛보러, 우리 같이 가는건 어떤가요?


글/노영은(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