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
- 게시일
- 200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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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빈(덕성여대 동양화)
김순호(고려대 대학원 문화콘텐츠)
최진실(연세대 영상대학원)
김보빈(성신여대 경제학)
임권택 감독의 득음 100번째 영화 천년학.
그 속에는 우리의 한국적인 미(美) 와 정서가 숨어있기에 더욱 살갑게 다가옵니다. 한국의 소리를 타고 우리 함께 ‘천년학’ 장면 속으로 가 보실까요?
영화는 선학동을 찾아가며 부르는‘광대가’로 시작이 됩니다.
♪ 광대라고 하는 것은 제일은 인물치레 둘째는 사설치레…그 직차 득음이요 그 직차 너름새라
-<단가 광대가>
이때 부르는 ‘유봉’의 소리는 소리꾼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건들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이는 평생을 광대로 산 ‘유봉’의 삶과 앞으로 광대로 살아야 하는 ‘동호’와 ‘송화’의 길을 조심스레 말해주고 있지요.
여기서 우리가 살펴볼 수 있는 한국적인 정서는 ‘길’입니다. 영화 속 ‘길’이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여기서 길은 ‘시간의 길’을 의미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시간의 길 안에서 모든 희.노.애.락.을 표현하고 그 안에 어떤 삶의 비율을 형성하죠. 특히 이야기와 노래. 한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정서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곡선적인 ‘길’
<화가 김선두>
저와 임권택 감독, 이청준 작가는 특별한 인연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임권택 감독과는 「취화선」에서 장승업의 붓 대역으로 시작이 되었고, 이청준 작가와는 전남 장흥의 같은 동향으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천년학’ 개봉에 맞춰 원작소설인 ‘선학동 나그네’와 ‘남도의 길’을 모태로 화폭에 담은 그림을 선보이게 되었는데요. ‘선학동 나그네’는 결국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시간의 길’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건나의 초상일 수도 있고 이웃들의 초상일 수도 있죠.
‘선학동 나그네’를 그린 것은 그런 삶을 표현하고자 한 것 입니다. 또한 길은 인간과 인간, 마을과 마을 사이의 오가는 소통이나 수단이죠. ‘길’을 곡선으로 표현한 것은 좀 더 살가운 길은 곡선에 있으며 한국의 미에 전형도 곡선에 있다고 보거든요.
그러면 여기서 잠시 화가 김선두의 ‘선학동 나그네’ 그림을 감상해 볼까요.
<선학동 나그네>
어때요? 한국적인 정서가 느껴지나요?
서편제에서 유봉역을 맡았던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천년학’은 한 장면 한 장면에 바느질 하듯 정성을 들인 작품”이라며, 가장 한국적인 장면으로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흘러내리는 장면을 뽑았습니다.
흩날리는 매화꽃 송이 그리고 애절한 남도소리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노인이 소리와 함께 매화꽃 바라보면서 죽어갈 때. 이 장면이 최고였지.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임권택 감독님이 3년을 기다리며 가장 장대한 느낌으로 찍었다고 하셨는데 그런 만큼 단연 최고의 장면이 아닌가 싶어.
영화에서 ‘송화’를 보살폈던 ‘백사’가 죽음을 맞는 순간 ‘송화’는 남도소리의 최고 작품으로 불리는 ‘흥타령’을 부릅니다. 특히 이 장면은 애절한 남도소리와 휘날리는 매화의 아름다움을 인간의 생사를 통해 묘사하고 있어 최고 걸작으로 꼽히고 있죠.
♪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너도나도 꿈속이요. 이것저것이 꿈이로다. 꿈 깨이니 또 꿈이요. 깨인 꿈도 꿈이련만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가는 인생 부질없다
- <남도민요 중 흥타령>
한번도 아름답게 찍어보려고 애써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영상과 고즈넉한 한국적인 정서를 깃들여 촬영한 정일성 촬영 감독은 인터뷰 속에서 이내 고개를 휘휘 저으시며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정일성 촬영감독>
우리 자연은 어머니 같아요. 어머니 얼굴은 젊을 때는 젊은 대로 좋고, 중년 때는 중년대로, 나이가 많이 들어도 우리 엄마임에 틀림이 없죠. 그것이 바로 우리 자연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나는 한번도 아름답게 찍어보려고 애써 본 적이 없어요. 우리 자연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요인에는 ‘광선’의 조건, ‘색채’, 이런 것들이 있고 또 거기에는 ‘우리음악’이 있고, ‘우리말’ 이 있고, ‘우리한글’이 있죠. 그 이상 아름다움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천년학’을 봐 주시면 아마 나라를 사랑 하라 사랑 하라 말을 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사랑하게 될 것 입니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천년학’에는 이와 같은 것들이 다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젊은 친구들은 잘 모르는 그런 오래가고 잔잔한 사랑
<임권택 감독>
‘천년학’을 연출하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부분은 한국의 아름다운 ‘풍류’입니다.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르는 한국의 풍류, 멋. 그게 잘 전달되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천년학’에서 가장 좋아하는 판소리 부분은 제주 용눈이 오름에 두 오누이가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에 ‘오정해‘가 부르는 ‘갈까부다’라는 소리이죠. 돈을 벌기 위해 중동으로 떠나는 ‘동호’ 오랜 이별을 맞는 두 사람의 애틋함과 한 이 서려있지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잘 모르는 그런 오래가고 잔잔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 갈까부다. 갈까부다. 님을 따라서 갈까부다. 천리라도 따라가고 만리라도 나는 가지. 바람도 쉬여 넘고 구름도 쉬여 넘는. 우리 님 계신 곳은 무슨 물이 막혔간디 이다지도 못 오신가.-<춘향가 중 갈까부다 대목>
김선두 화가 역시 ‘갈까부다’가 나오는 장면을 가장 한국적인 색채를 띤 장면으로 꼽아주셨습니다.
<화가 김선두>
‘갈까부다’ 대목이 나오는 그 장면. 화면의 카메라의 구도도 그렇고 아주 그게 잘 형상화 된 것 같아요. 카메라가 쭉 따라가면서. 결국 동양화도 사실 그렇잖아요. 시점이 가만히 있질 않죠. 그러면서 그 이별하는 장면. 떠나는 장면 그러니까 육자배기는 아니지만 그 장면을 저는 굉장히 인상 깊게 봤고 가장 한국적인 영상이라고 느꼈습니다.
아름다운 영상과 색채의 묘미가 잘 어울려진 천년학은 영화 이름에서부터 고귀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청준 작가는 ‘천년학’은 곧 영혼성이라고 말합니다. 영혼이라는 것은 불멸함이고 만남이 영혼성으로 이루어진다면 가장 고귀한 만남이 되지 않겠느냐고 담배 불을 연이어 붙이시며 특유의 눈웃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불멸한 만남 ‘천년학’
<이청준 작가>
영화 속 마지막 장면에서 두 마리의 학이 훨훨 날아가는 장면은 우리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합니다. 그것은 오누이가 현실적으로 만나지는 못하지만은 만나고자 하는 그 애절한 소망이 북장단하고 소리, 그걸 통해 상징적이고 승화된 만남을 표현하죠. 현실적으로 이야기에서는 만나지 못하거든요. 근데 보는 사람은 그것으로 만남이 이루어진 것을 영혼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 할 수 있겠고, 그것은 아쉬움이 되면서 아픈 만남이 되는 거죠.
선학동의 학산을 배경으로 포구에 예전처럼 물이 다시 차는 장면에는 ‘박석고개’ 소리를 타고 두 마리의 학이 날아다닙니다. ‘박석고개’는 춘향가 중에서 이몽룡이 어사가 되어 남원을 다시 찾아 춘향이와 상봉하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잠시 소리 한번 감상 해 볼까요?
♪ 좌우산천을 둘러보니 산도 보던 옛 산이요. 물도 보던 물이다마는 물이야 흐르난 것이니 그 물이야 있겠느냐. 광한루야 잘 있느냐. 오작교도 무사턴가
<춘향가 중 박석고개 대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