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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일
- 200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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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게임 사주세요.” “안 돼. 이 게임은 15세 이용가잖아.”
할인마트 게임코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국내에 유통 중인 모든 게임물에는 등급이 표시되어 있다. 이런 각 게임물의 등급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곳이 바로 게임물등급위원회다. 그러면 등급심의는 어떻게 이루어지며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어떤 기관일까? 게임물등급위원회 황인선 사무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게임위를 전격 해부해 보았다.
게임위 출범 6개월, 업무와 성과
지난해 바다이야기 사태로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고 이후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출범했다. 황인선 사무국장은 “게임물의 윤리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고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 게임위의 목표”라고 말했다.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해 지난 해 10월 30일 출범한 게임물등급위원회. 게임물에 등급을 부여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게임물의 등급 부여 후 사후관리까지 담당한다고 한다.
게임위의 주요 업무는 크게 심의와 사후관리로 나뉜다. 게임물 심의를 통해 등급을 부여하고 등급을 받은 게임물이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이용되도록 하는 것.
황인선 사무국장은 출범 이후 지금까지 1,414건의 심의 신청을 접수, 948건의 등급을 부여했으며 처리율이 70%(2007년 3월말 기준)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또한 20명으로 구성된 ‘불법 게임물 감시단’은 단속을 나가면 말 그대로 100전 100승이라고.
게임물등급위원회 황인선 사무국장
게임 등급 심의는 어떻게?
게임은 마니아적 요소를 갖추고 있는 분야다. 때문에 게임위는 등급을 부여할 때마다 결과에 수긍하지 않는 이용자들의 항의로 몸살을 앓는 일이 많다. 항의를 줄이려면 공정한 등급심의는 당연하면서도 필수적인 요소다.
그러면 게임물의 등급심의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황인선 사무국장은 “등급 심의는 크게 1차와 2차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1차 등급 심의는 게임 전문가로 구성된 19명의 전문위원의 몫이다. 19명의 전문위원은 3개 분과로 나눠 심의에 오른 게임을 평가한다. 분과회의에서 의견일치가 되지 않을 경우, 전문위원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기도 한다. 전문위원들의 1차 결과는 2차적으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등급심의회의’로 올라간다. 등급심의회의에서는 전문위원들의 시연 및 설명, 의견을 고려해 재검토와 토론을 거친 후 표결의 형식으로 최종 등급을 부여한다.
9명의 위원은 각계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중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최종 등급을 결정한다. 황인선 사무국장은 “전문위원과 등급심의회의 위원의 결정 차이는 5% 미만에 불과하다"고 설명하며 전문성을 지닌 전문위원들과 사회적 상식과 교양을 기반으로 한 등급위원들의 심의를 위한 의사소통이 활발하며 각각 객관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등급결정에 불만을 가지는 업체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그들은 언제든지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재심의는 이전 심의와 동일한 전문위원들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고 총 42명의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등급재분류 자문위원회’에서 이루어진다.
등급분류의 기본원칙 : 콘텐츠 중심성, 맥락성, 보편성, 국제성, 일관성
게임위의 가장 우선적인 업무는 바로 게임에 올바른 등급을 부여하는 것. 그러면 게임위는 어떤 원칙으로 등급을 부여할까? 황인선 사무국장은 등급분류의 기본원칙은 크게 5가지라고 설명했다.
등급을 판가름하는 5가지 기본원칙은 바로 콘텐츠 중심성, 맥락성, 국제성, 보편성, 일관성이다. 황 사무국장은 “심의의 전문성을 높이고 게임의 윤리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중심성은 말 그대로 다른 요소가 아닌 오직 콘텐츠만을 심의의 대상으로 한다는 원칙이다. 맥락성은 게임물의 전체 맥락과 상황을 기준으로 한다는 원칙이며, 심의시기 또는 심의주체가 바뀌어도 동일한 등급이 부여될 수 있게 한다는 뜻에서 일관성도 기준으로 두고 있다. 또한 보편성과 국제성은 사회통념과 범세계적 일반성을 원칙으로 한다는 의미다.
등급분류 기본원칙
사무국장은 “심의에서 실질적으로 등급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선정성, 폭력성, 반사회적묘사, 부적절한 언어, 사행성과 같은 요소”라고 말했다. 시각적으로 제일 큰 자극을 주는 게임의 특성상 위의 다섯 요소가 가장 예민한 기준이 되는 것이다.
등급분류 세부기준
게임은 건전한 가족놀이문화!
오래 전부터 게임은 부모와 자식 간 갈등의 원인으로 인식되어 왔다.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와 잠을 설칠 정도로 게임에 푹 빠진 아이들. 인터뷰를 하다 보니 게임위의 사무국장은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황 사무국장은 친구의 이야기를 꺼냈다. 황 사무국장의 친구 중 한 명은 아들과 온라인 게임을 같이 하면서 부자지간을 더 돈독하게 만들었다는 것. 채팅으로 얘기를 하니 집에서 마주보고 하기에 어색한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되고 아들도 아버지를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회사 일에 쫓겨 집에서 대화할 시간을 만들지 못해도 온라인으로 대화를 할 수 있으니 게임이 부자간 연결다리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황인선 사무국장은 게임이 적절하게 이용되기만 한다면 긍정적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게임위가 출범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불과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게임위를 통해 이루어진 심의와 사후단속의 성과는 더욱 놀라울 만한 것이었다. 직접 게임위를 방문해보니 이렇게 놀랄만한 성과를 이룬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전 직원의 열정과 노력이다.
실제로 출범 초기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받은 엄청난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 직원들은 야근과 주말근무도 불사할 정도로 정상적인 업무처리를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황인선 사무국장은 “빠른 업무 추진을 위해 직원 채용 합격자 발표 바로 다음날 직무교육을 강행했는데,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했다”며 게임위 출범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바로 이러한 게임위 특유의 응집력과 추진력에서 짧은 시간동안 주목할 만큼의 성과를 낸 원동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작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다이야기 사태를 기억해 보면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절실히 느낄 수 있다. 게임산업은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는 분야라는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황인선 사무국장의 말처럼 게임은 긍정적 효과도 크다. 게임이 긍정적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건전한 게임문화조성이 필수적이다. 게임의 부정적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주요 문화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게임위의 발전과 성과를 기대해 본다.
이민지(건국대학교 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