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소외계층 찾아 ‘산 넘고 물 건넌’ 40일
게시일
200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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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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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황숙현

전국을 따뜻이 데운 ‘복주머니 문화봉사단’ 여정을 따라서

“청추~운을 돌려다~아오~”
입춘이던 지난 4일 경북 예천 노인복지회관 앞마당에서 구성진 트로트 한 자락이 울려퍼졌다.

“아이고 현철 씨, 우예 여까지 왔니껴(어떻게 여기까지 왔습니까)? 근데 현철씨는 텔레비(TV)보다 젊네. 안 늙는다, 안 늙어.”

어르신들, 신명이 나셨다. 영정사진 찍어준단 얘기에 곱게 한복 차려입고 왔던 할머니들이 ‘현철이’ 씨 주위를 빙 둘러싸더니 신나게 ‘관광버스 춤’을 췄다.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자 한 할머니는 “아이고 우리 현철이 잘한다~ 잘해”라며 현철이씨 이마에 쌈짓돈 1만원 지폐를 찰싹 붙인다.

경북 예천 노인복지회관을 찾은 현철이 씨. 할머니가 이마에 쌈짓돈을 붙여주자 더욱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경북 예천 노인복지회관을 찾은 ‘현철이’ 씨. 할머니가 이마에 쌈짓돈을 붙여주자 더욱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사진=복주머니 문화봉사단>

조용하던 마을을 삽시간에 떠들썩한 축제의 장으로 만든 장본인들은 바로 ‘복주머니 문화봉사단’이다. 할머니들이 반긴 ‘현철이’ 씨는 알고 보니 가수 현철 씨의 외모와 목소리까지 빼다 닮은 봉사단 예술인이었던 것.

땅끝마을 해남서 최북단 요양원까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지역 문화원이 주관한 ‘복주머니 문화봉사단’ 사업은 자칫 소외되기 쉬운 전국 농·산·어촌과 복지시설을 찾아가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실시된 행사다.

각 지역 인형극단, 국악인, 가수 등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도별로 꾸려져 지난 1월 5일부터 2월 13일까지 40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다. 제주특별자치도, 땅끝마을 전남 해남에서부터 경기 동두천시에 있는 우리나라 최북단 요양원 ‘성경원’까지…, 봉사단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전국 지도가 그려진다.

봉사단은 복주머니 안에 마당극, 콘서트, 닥종이공예, 무료 건강검진 등을 담고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 산을 넘고 물을 건넜다. 겨울철 기상악화에 ‘목숨 걸고’ 이동한 적도 있었다.

“서울이 영상일 때 강원도는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곳이 많았는데, 눈이 녹지 않아서 시속 20km로 차를 달래듯 운전했다”는 강원지역 봉사단 홍덕표(34, 남)씨. 네비게이션도 못 찾는 태백시 백산 분교를 가던 날은 안개가 자욱하던 꽁꽁 언 고개 길을 넘으며 ‘특공대’가 된 기분이었단다.

봉사단 가는 곳마다 신명나는 마을 잔치 열려

지난 6일 전남 강진군 하신마을.
주민들은 ‘봉사단이 뜬다’는 소식에 아침부터 잔치준비로 분주했다. “먼 곳까지 찾아온 사람들 배고프게 할 수 없다”며 넉넉히 마련된 음식 덕분에 그날 마을회관 앞에 마련된 멍석에서는 푸짐한 음식과 춤이 한 데 어우러진 ‘진짜 잔치’가 열렸다.

처음엔 봉사단이 공연 물꼬를 트지만 어느새 둘러보면 마을 사람 모두 나와 ‘막춤 한마당’이 벌어져 오히려 봉사단이 공연을 보고 오는 때가 더 많다고.

지난 7일 강진 산정마을 주민들이 다 같이 일어나 흥겨운 춤 잔치를 벌이고 있다.
지난 7일 강진 산정마을 주민들이 다 같이 일어나 흥겨운 ‘춤 잔치’를 벌이고 있다.

전남 지역 봉사단 김민희(25, 여) 씨는 “준비가 부족해도 주민분들이 워낙 신나게 분위기를 이끌어 가셔서 힘을 얻을 때가 많았다”고 했다. 특히 강진 산정마을 주민들은 일단 마이크를 잡으면 놓을 줄 모르고 댄스 타임을 시작하면 20분은 기본. 봉사단이 “다른 피로회복제는 필요 없다”며 환하게 웃는 이유다.

거동 불편한 어르신도 봉사단 음악에 덩실덩실

경북 지역 봉사단에서 활동한 이수진(24, 여)씨는 지난 2일 방문했던 칠곡 밀알공동체가 아직도 눈에 밟힌다. 처음엔 쑥스러워 웃지도 않던 친구들이 공연이 하나 둘 펼쳐지자 표정이 밝아지고, 간식 시간에 자기 몫의 간식을 들고와 쑥스럽게 내밀고, 떠날 채비 하는 봉사단을 붙잡으면서 “좀 있다 축구하는데 같이 하자”며 응석 부리던 모습….

지난 5일 경북 의성 효도요양병원. 흥겨운 민요가 흐르자 한 할머니가 일어나 복지사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다.
지난 5일 경북 의성 효도요양병원. 흥겨운 민요가 흐르자 한 할머니가 일어나 복지사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다.

이 씨는 “좀 더 같이 있자는 친구들 말을 뒤로 하고 나올 때 발걸음이 참 무거웠다”면서 “휠체어에 의지해 무료하게 지내시던 어르신들이 복지사님들 손 잡고 춤추는 모습이 얼마나 따뜻해보였는지 모른다”고 회고했다.

고된 일정이었지만 가는 곳마다 순박한 정에 되레 진한 감동을 받은 봉사단, 문화공연을 보며 남몰래 눈물 훔치던 할머니, 음악에 맞춰 세상 누구보다 신나게 춤추던 지체장애우 모두가 ‘문화로 따뜻한 겨울나기’를 실감한 시간이었다.

40일간의 대장정 ‘문화로 따뜻한 겨울나기’가 마무리되던 13일, 전국 곳곳이 신명과 정으로 따뜻하게 데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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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출처 : 대한민국 정책포털
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