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그 끝없는 가능성
게시일
200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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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조수빈

[문화의 달 기획 ‘문화의 재발견’] ③문화로 만드는 일자리


#. 9월 20일 일본 도쿄의 대표적 젊음의 거리 오모테산토. 한국의 퍼포먼스 그룹 노리단 단원들이 산업자재를 재활용한 창작 악기를 연주하며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일본에서 처음 열린 ‘한일 한마당’ 축제의 거리 퍼레이드이다. 한국에서 온 독특한 공연단에 눈길을 빼앗긴 일본인 행인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스고이(굉장하다)”를 연발한다.

 

문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그 끝없는 가능성

 

‘노리단’이 연주하는 악기는 모두 자동차 휠, 파이프 등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들어진 것이다.  

‘노리단’은 산업폐기물 혹은 자동차 휠, 파이프 등과 같은 버려진 생활용품을 재활용해 직접 악기를 만들고 공연하는 문화예술 분야 첫 번째 사회적 기업이다. 5개의 공연팀이 세계를 넘나들며 연중 300여 회의 공연을 소화해내고, 연간 천 회가 넘는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눈에 보이는 상품이 아닌 공연과 교육을 통해 고용과 인력을 창출해내고 있다.


특히 노리단의 전매특허인 논버벌 뮤직 퍼포먼스 ‘핑팽퐁’은 2007년부터 마카오 아트 페스티벌 등 세계무대에 선보이기 시작해, 그동안 7차례의 공연에서 90% 이상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하며 공연시장의 또 하나의 흐름을 개척하는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문화예술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일자리, 노리단이 그 성공의 서막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게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


사회적 기업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사회적 기업이란 고용 취약계층에게 일자리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희망을 만들어내는 기업을 지칭한다. 사회적 기업은 영리적인 기업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창출된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더욱 비중 있게 다룬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는 차별화된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기업이 등장한 것은 IMF 경제 위기 이후. 사회적 기업은 실직, 빈곤층, 고용창출의 대안으로 대비되면서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지난 2007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시행되기도 했다. 국내에는 현재 약 280개의 사회적 기업이 활동 중이다. 

문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그 끝없는 가능성 대표적인 사례가 ‘아름다운 가게’이다. 기부물품을 활용해 매장을 운영하는 아름다운 가게는 2002년 한 개의 매장에서 출발해 현재 전국에서 총 1백4개(2009년 9월 기준)의 매장을 운영중이다. 수익도 불과 6년 만에 1만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한 해에만 총 26억 원의 현금을 지역 사회로 환원한 아름다운 가게는 사회적 기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되면 4년간 법인세와 소득세를 50% 감면받고, 인건비와 시설 운영비 등을 지원받게 된다. 그러나 이윤창출과 사회적 공헌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사회적 기업의 특성상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선 복지 분야의 사회적 기업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문화예술계에서도 ‘노리단’과 같은 사회적 기업을 차츰 주목하기 시작했다.


문화예술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


현재 노동부가 인증한 사회적 기업 244곳 가운데 문화 관련 분야는 불과 12곳. 노동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 분야 사회적 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동 협력방안을 모색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노동부와 함께 문화예술 분야에서 앞으로 200여개의 사회적 기업을 육성·인증하고, 3000여개의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키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을 맺은 곳은 다름 아닌 ‘노리단’ 건물이었다.


노리단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적 기업은 일반적인 사회적 기업과는 차별화되는 특성을 갖추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제품을 만들어 팔지 않고도 얼마든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04년 창립된 노리단은 공연과 디자인사업, 워크숍 등 창작을 통한 무형의 상품만으로 지난해 1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업 초기 10∼20대 11명으로 출발했던 회사 규모도 지금은 90여 명으로 늘어났다.


수익원도 제법 안정적인 편이다. 장기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핑팽퐁’을 비롯해 소리 놀이터 건립, 친환경 어린이놀이터 리모델링 사업들이 주요 수익 창출원이다. 폐타이어와 파이프 등 산업에서 나온 재활용품을 활용해 악기를 만들고 그 비법을 교육을 통해 전수해주기도 한다. 특히 직접 만든 재활용악기를 활용한 공연은 수십 억 매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고용 없는 성장, 사회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사회서비스 분야의 고용률은 2003년을 기준으로 선진국이 21.7%, 한국은 13.8%에 불과하다. 역으로 말하면 이는 아직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분야 역시 사회 서비스 분야라는 의미이다. 

 

노리단의 에코뮤직쇼

노리단의 ‘에코뮤직쇼’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단순한 돈벌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데 있다. 재활용품을 활용한 악기제작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은 환경문제와 직접 연관이 없는 문화예술기업에서 친환경적인 사업을 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제공하는 문화 서비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정부가 다 맡을 수 없는 문화 향유권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김종휘 노리단 단장은 일반 문화예술단체와 사회적 문화기업의 차이점에 대해 “단순한 창작표현을 넘어서서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중시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동시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이다.



 |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