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해질 때까지 햄릿을 읽었다… 내일은 세계 책의 날
매체
조선일보
기고일
2024.04.22.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44-203-2046)
담당자
최선옥
붙임파일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내게 무척 각별한 작품이다. 수차례 햄릿으로 또 클로디어스 왕으로 무대에 오르면서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책장을 넘기고 또 넘겼다. 배우의 입을 통해 전하는 삶과 죽음, 갈등, 사랑, 복수 등 인간사의 다양한 질곡을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더 잘 설명할지 고민하며 행간을 곱씹었다. 사람을 분석하고 사람을 궁리하는 과정에서 책은 언제나 좋은 스승이었다.

1616년 4월 23일은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날이다. 그날 돈키호테를 집필한 세르반테스 또한 세상을 떠났다. 같은 해, 같은 날 서거한 두 대문호를 기리는 한편,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의 날을 기리는 차원에서 유네스코는 4월 23일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World Book and Copyright Day)로 지정했다.

유네스코는 세계 책의 날 제정 취지를 이같이 설명한다. 인류의 지식을 전달하고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존해온 책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도서 보급이 문화적 전통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발전시키고 이해, 관용, 대화를 기초로 한 행동을 고무시킨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 밖에도 책은 문해력과 창의성을 증진하고 삶을 치유하며 사회적 소통 활성화를 이끈다. 나아가 GDP와의 연계성 등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한다는 점이 다양한 연구나 조사에서 밝혀진 바 있다. 굳이 실증의 근거를 대지 않아도 우리 스스로가 독서의 중요성을 삶의 구석구석에서 체감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책의 유용함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겠지만, 현재 우리 국민의 독서율 변화는 심상치 않은 추이를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회 조사에 따르면 독서 인구 비중이 2년 전 대비 반등한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1인당 독서량은 하락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23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서도 성인의 독서율과 독서량이 지속적으로 하락 중임을 확인할 수 있다.

혹자는 사회적 급변 양상을 고려했을 때 독서율 하락은 필연이라고 말한다. 스마트폰, OTT, AI 등 책을 대체보완하는 유무형 매체의 등장에 따라 이용자들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변화라며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문체부는 이러한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독서 정책 목표를 비독자의 독자 전환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책 공급이나 소규모 행사에 대한 산발적 지원에 편중되었던 기존 독서 진흥 사업을 책 친화 기반 조성을 위한 총괄적 지원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지난 18일에 발표한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24~2028)이 향후 독서 정책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문체부는 기본 계획과 함께 세계 책의 날을 달라지는 독서 문화 진흥 정책의 시작점으로 삼아 책과 책 문화를 나누는 열린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해당 행사는 야외 도서관인 책마당을 통해 독서 문화 확산의 전초기지로 기능하는 광화문에서 개최된다. 지역 서점에서 구입한 좋은 책을 국민들과 함께 나누면서 북콘서트, 낭독 공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책과 문화가 있는 소통의 장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돈키호테의 대사를 나누고 싶다.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더 많은 독자들이 책을 통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꿈꾸고 자신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문장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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