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또 느리게, 시간조차 쉬어가는 섬. 증도
게시일
2010.07.16.
조회수
4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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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조수빈

 우리는 늘 여유로운 삶을 꿈꾼다. 한 동안이라도 바쁜 걸음을 멈추고 고요한 자연을 느낄 수는 없을까. 시간조차 쉬어간다는 슬로시티 증도. 지난 3월 찾은 증도는 다리가 연결되었지만 오랜 시간 ‘섬’이라는 특수한 단절에 갯벌과 바다, 산과 들녘에는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생명력이 넘치고, 현명하게 자연과 살아온 주민들의 순박함과 지혜가 담겨 있었다.

한반도 모양을 꼭 닮은 천년 해송숲은 최고의 ‘길벗’이 되어준다. 처음 해송숲은 1950년대 가옥과 농경지 보호를 위해 심어졌다. 점차 시간이 흘러 이제는 4.3km에 걸쳐 10만 그루에 달하며, 넓게 펼쳐진 우전해변과 바다를 함께 보며 걸을 수 있다.


한반도를 닮은 천년해송숲

한반도를 닮은 천년해송숲


해송숲은 세 가지 코스로 즐길 수 있다.


첫째는 숲길을 걷는 것이다. 약 40분 동안 걷다보면 파도와 바람, 풀벌레들이 속삭인다. 이곳에는 사구 식물인 순비기나무, 갯메꽃, 통보리사초 등이 자라고 있다. 그 중 순비기나무는 바닷가 모래땅에서 넝쿨을 뻗으며 자라는 향이 좋은 허브식물로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증도 주민들은 순비기천일염색연구회를 만들어 실크스카프, 베개, 향주머니 등을 상품화하였다 실크스카프는 연노랑, 겨자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색이 은은하고 고급스럽기까지 하다. 열매를 이용한 향베개는 두통을 완화하고 중풍예방 및 숙면을 취하게 한다. 이곳에서는 숲 해설과와 함께 생태체험을 할 수 있다. 숲의 기능과 식물이 소개되는 체험과 함께 산책로를 걷노라면 숲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는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자전거 특유의 시원함과 오솔길의 상쾌함을 느끼며 가족과 함께 하면 더없이 좋다. 가까운 거리는 걷고 조금 먼 거리는 자전거로 이동하고, 자가용은 가급적 억제하면서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교통문제 해결의 일반적인 원칙이며 상식이다. 그런데 자동차 수는 늘어가고 무서운 오존경보, 교통체증 등으로 인한 인명손실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슬로시티 증도는 2007년 6월 ‘자전거 섬’으로 선포하고, 자전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은 우전해변을 따라 걷는 것이다. 해변은 매우 고운 모래 입자로 만들어져있다. 임자도와 증도 처녀들은 시집가기 전까지 모래 서말(세말)을 먹는다고 한다. 그만큼 모래가 고와서 바람에도 날릴만큼 좋은 모래라는 것이다. 해변의 끝자락에는 이국적 느낌의 방갈로가 있어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우전해변

우전해변


짱뚱어다리에서 보는 갯벌생물은 신기하기만 하다. 짱뚱어가 튀어 오르고 농게들이 손짓한다. 이곳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갯벌도립공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좋은 자연을 후손대대로 잘 지키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해양생태계의 모태라 할 수 있는 갯벌생태계는 누구나 인정하는 지구생태계의 중요한 습지로 불린다. 한국 갯벌 중 15%(346.8㎢) 가 신안군에 있다.


특히 이곳에는 2천년이 넘는 우리 민족의 삶과 문화가 그대로 살아 있다. 신안 갯벌은 다른 지역과 달리 ‘섬 갯벌’로서의 국제적으로 그 독특한 가치와 특징을 인정받는다. 증도 섬 갯벌은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주고 있다. 청정 갯벌은 맛 좋은 수산물을 생산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국민소금 천일염을 생산 한다. 그래서 어란, 건정, 백합 등 주민들이 준비하는 먹을거리는 증도만의 슬로푸드로 각광받는다. 증도갯벌은 앞으로 기후변화로 위기에 처한 지구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중요한 습지로 부각될 것이다.


증도 갯벌과 갯골

증도 갯벌과 갯골


갯벌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462809917㎡의 태평염전이 펼쳐진다. 소금은 인간과 모든 생명체의 생존에 필수소재이다. 고대부터 각국은 식량안보차원에서 소금을 매우 중히 다뤄왔다. 일반 정제염과 달리 미네랄이 풍부한 증도의 천일염은 매우 귀한 자산이다. 천일염은 항박테리아, 항염 그리고 항산화 기능이 높아서 미세 소금입자를 마시면 호흡기 염증이 완화되고 불순물도 배출된다.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체내의 활성산소를 제거시켜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태평염전은 단일 염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462만㎡)로 단일염전으로써 국내 최대의 천임염을 생산하고 있다.


태평염전

태평염전


천일염은 갯벌과 바다를 거쳐 만들어진다. 짱뚱어다리 갯벌의 끝쪽에는 염전으로 이어지는 수문이 있다. 그 수문으로 바닷물이 흘러들어 가고 수문 건너에는 해수를 담는 저수지가 조성되어있다. 이 저수지는 천일염을 만들어내는 최초의 재료가 되는 바닷물이다. 천일염은 바닷물 백 바가지가 소금 한줌이 된다. 또한 소금이 생산되기까지는 최소 25일이 걸린다. 자연 그대로의 바닷물이 저수지에서 점차 몸을 달구고 말리고 집중해서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의 도움으로 소금꽃이 피는 것이다.


저수지를 따라 걷다보면 바둑판 모양의 여러 가지 판들이 나온다. 1차, 2차 증발지를 거쳐 결정지를 지나 소금창고까지 바닷물은 긴 여정을 통해 마침내 소금 한줌이 된다. 염전은 갯벌을 다져서 만든 땅이다. 염전을 지나며 만나는 첫 번째 염판에서는 함초가 자라나고 있다. 함초는 일본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귀한 식물이며 약재 등으로 사용된다. 과거에는 제초제를 뿌려 제거했던 적도 있으나 지금은 재배단지를 따로 만들 정도로 그 가치가 인정받고 있다. 지금 함초는 함초 된장, 함초 국수, 함초 소금 등의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천일염을 체험하는 장소에 이어 걷노라면 염생습지공원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함초(퉁퉁마디), 나문재, 칠면초, 해홍나물 등 70여종의 군락이 색색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과, 환경이 오염된 곳에서는 자랄 수 없는 띠(삐비)가 흐드러지게 물결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약 220m의 탐방로를 따라가면 염생식물뿐만 아니라, 짱뚱어, 칠게, 방게, 고동 등 갖가지 갯벌 생물들도 아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염생습지는 물새들이 찾는 서식지 복원의 공간으로, 향후 약용 염생식물을 개발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천일염의 기원과 가치를 보여주는 50여 년 동안 소금창고를 개조해 만든 소금박물관을 볼 수 있으며, 바닥과 천장 등을 모두 천일염으로 만든 약 130㎡ 규모의 소금동굴에서는 쉬어 갈 수 있다.



염생식물원

염생식물원


증도를 걷는 데 있어 특별한 즐거움을 즐기고 싶다면 낮과 밤을 넘나드는 시간을 생각해두면 된다. 시간을 잘 맞추면 물때에 따라 다른 경관이 연출된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시간에는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석양과 별과 함께 빛나는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빛은 편리하고 아름다운 문명의 이기로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전기조명의 발명 이후로 인류의 수면 시간은 1시간 이상 줄어들었다. 빛으로 인한 수면 조절 실패가 사람에게는 건강 파괴로 이어졌다. 인공조명에 과다하게 노출되어 있는 현대와는 다르게 현재 증도는 깜깜한 밤 별보기(Dark sky)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해가 서서히 지고 밤이 되면서 연출하는 ‘어둠’은 그 자체로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슬로시티 증도를 벗 삼아 느리게 걷노라면 반복되는 생활에 지쳐 소란스러운 마음은 어느새 고요해진다.


글/유영업 증도슬로시티 추진위원회 위원장

출처/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