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전도사’로 나선 사람들
게시일
201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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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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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빈

“앗살라무 알레이쿰(안녕하세요!)”

다큐멘터리 연출가, 영화배우,번역가, 그리고 '다문화 강사'로 활동중인 무스타크 아메드 마붑 씨.무스타크 아메드 마붑(38) 씨의 벵골어 인사는 그가 낯선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터놓는 방법 중 하나이다. 가정 형편이 어렵고 모국인 방글라데시에선 일자리를 잡을 수 없어 지난 1999년부터 시작한 그의 한국생활은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겼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염색공장, 가구공장, 플라스틱 공장 등 이른바 3D 업종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였지만 이제 그가 가진 직함은 한두 개가 아니다. 이주노동자 방송의 다큐멘터리 연출가, 이주노동자영화제의 집행위원장, 벵갈어·힌디어·우르두어·영어가 능통한 번역가, 미디어활동가에 영화배우까지.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할 이력이 있다. 그는 ‘다문화 강사’이기도 하다. 다소 폐쇄적인 한국사회에서 아이들에게만은 최대한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 2007년부터 시작했다는 다문화 강의. 주말마다 인근초등학교를 찾아 강사로 변신하는 그의 이런 활동은 누구의 강요도 아닌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다양한 이력은 문화의 연결고리 위한 것


“주한 외국인이 100만 명이 넘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제 인식도 많이 변해서 단일민족국가가 아닌 다문화 사회라고 많이들 외칩니다. 하지만 장식품 같은 존재가 아니라 진정으로 친구가 되고, 동반자로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

정부나 지원단체 등에서 주최하는 일시적인 행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삶 속에서 친밀감이 자연스럽게 베어들고, 애정이 싹터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 이런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니만큼 자라나는 아이들이 다른 문화에 최대한 노출되도록 돕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설날에 떡국 대신 밥과 생선을 먹습니다. 설날과 결혼식 등 기쁜 날에는 ‘헤나’를 그려요. 다문화 강의라는 게 특별한 게 아니라 이런 문화를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직접 체험해보게끔 유도해주는 거예요.”

그는 단순히 다른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 재미를 느끼고,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강의 경험을 좀더 체계화하기 위해 그는 지난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한 ‘제1기 다문화 교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서울 구로구 동구로초등학교에서 수업을 진행중인 아메드 마붑 씨.

사실 그가 다문화 강사로 나서는 데는 개인적인 경험도 한 몫 했다. “연극을 하면서 만난 방글라데시 출신의 7살 베기 친구가 있어요. 재능도 많고 한국어도 잘 하는 친구인데 학교에서도 따돌림을 당하고, 한국에 적응하는 걸 매우 힘들어하더라구요. 이건 비단 그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아이의 문제이자 대한민국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그는 다음 달 자신이 제작하고, 출연하는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국적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타인과의 소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영화의 주제라고 했다. 다문화 전도사로 활동중인 그의 영역이 이제 학교 강의를 넘어 영상미디어로까지 확대된 것.


“재한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2%인데 그들 중에서 정치인도 나오고 의사, 교수도 나와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제가 다큐 PD로, 번역가로, 영화배우로 활동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다문화 강사' 그들만의 특별한 강의법


또 다른 1기 다문화 양성과정 수료자로, 마붑 씨의 동기생이기도 한 미르야 말레츠키(Mirja Maletzki) 씨. TV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로 더 익숙한 그녀도 다문화 전도사 중 한 명이다.

서울 창도초등학교에서 다문화 강사로 나선 '미녀들의 수다' 미르야(독일)씨가 학생들에세 강의하는 모습.

올해로 한국생활 5년째인 독일인 미르야 씨는 한국에서 살면서 알게 된 문화의 차이점을 자신의 경험담에 비춰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것이 특기다. 그는 독일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 ‘우리’라는 개념을 꼽았다.


“한국에 처음 와서 호신술을 위해 태권도를 배우게 됐는데 태권도장에서 만난 동생들이 ‘누나’라고 부르는 거에요. 마치 가족이 생긴 듯한 느낌에 타국생활의 외로움을 한결 덜 수 있었죠.”


그는 “‘미녀들의 수다’에서 내가 서울 공기 나쁘다고 지적하면 ‘그런가 보다’ 이해하지만, 일본 친구가 그렇게 말하면 수많은 악플에 시달리게 된다.”며, “다른 사람에게 대접받고 싶으면 먼저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인 유티미아 씨가 지난해 12월 서울 도봉초등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하는 베트남인 유티미아 씨(36)는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ao dai)’를 직접 입고 강단에 오른다. 그는 아이들에게 베트남 전통모자 ‘논라’를 도화지로 직접 만들어보게 하면서 베트남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인터넷을 찾아보면 ‘논라’에 대한 정보는 많았지만 정확한 정보를 찾긴 어려웠다”며 “베트남 사람들이 매일 쓰는 전통 모자인 것처럼 설명한 곳이 대부분이었는데 사실 햇빛을 가리기 위해 종종 쓰는 모자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주민의 한국 이해보다 한국인의 이주민 이해도 높여야


국내 다문화가정의 초등학생은 약 7만 명. 마붑 씨가 지적하듯 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한국사회에 대한 적응과 사회화이다. 이를 위해선 이주민에 대한 교육보다는 내국인, 특히 정서를 형성해가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의 의식을 좀 더 개방시켜줄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지난해부터 초·중등학교에서 다문화 교육을 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다문화 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마붑, 미르야, 유타미아 씨처럼 1기 다문화강사 양성과정을 마친 강사들이 현재 서울, 경기지역 초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진행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김현모 서기관은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민들이 한국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한국인들이 이주민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성이 있다”며 “미흡한 점은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김기동 위원은 특히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다문화 교육의 목표는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민의 국가에 대해 낯설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받아들여야 한다는 강요가 아니라, ‘이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저렇게 볼 수도 있다’는 시각의 다양성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교육 수료자들에게 심화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문화 전문인력 풀을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