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중심 전환…예술지원 패러다임 바꾸자
게시일
2008.07.14.
조회수
3699
담당부서
()
담당자
손혁기

<예술지원정책 릴레이토론회> 11일 폐막

순수예술 지원정책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예술인, 언론인 등 다양한 현장 관계자가 머리를 맞댄 <예술 지원정책 100인 릴레이 토론회>가 11일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지난달 30일 문학 분야를 시작으로 7일 ‘생활 속의 예술’ 분야까지 총 6일간 장르별 지원방식에 대한 토론이 먼저 이루어졌고, 11일 제1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성과를 점검하는 종합토론을 끝으로 짧지만 치열했던 일정을 마치게 됐다.


수요자 중심 전환…예술지원 패러다임 바꾸자
△ ‘예술지원정책 릴레이토론회’ 첫째 날인 6월 30일, 참석자들이 문학분야 창작지원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각 분야별 예술지원 정책의 현황과 문제점,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구체적인 실현 방법에 대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 행사의 취지와 토론회 내용을 정리했다.


○ 왜 시작했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공연예술 시장을 기준으로 공공재원 의존율 53.5 퍼센트, 무료관객은 전체 관객의 31퍼센트”라며 우리 예술계의 취약한 자생력을 지적한 바 있다. 예술인 76퍼센트가 창작활동으로 월 200만원도 못 벌어들인다는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결과도 함께 소개했다.


2005년 문예진흥원에서 현재의 민간 자율의 순수예술지원기구로서의 문화예술위원회로의 교체가 이루어진 이후 우리의 예술지원은 자율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투해왔다. 하지만 위와 같은 예술현장의 열악한 현실은 이제까지의 지원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과 변화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예술지원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은 우리 예술계의 취약한 현실을 개선해 자생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절박한 요구이며 이번 토론회의 키워드다.  


예술지원정책 릴레이토론회에 참석한 일반인들이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 ‘예술지원정책 릴레이토론회’에 참석한 일반인들이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 어떤 내용 오갔나  분야별 개성이 강한 문화예술 현장의 특성상 구체적인 실현방식이나 인식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지만 △ 예술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의 정책전환, △ 선택과 집중에 따른 예술지원의 성과 제고, △ 직접지원 중심이 아닌 사회적 프로젝트와 간접지원방식의 확대, △ 생활 속의 예술 확대라는 큰 방향에서는 많은 공감이 이루어졌다.


다음은 각 분야 발제 내용과 토론 요지.


<문학분야> 발제를 맡은 도종환 시인(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시장실패에 따른 부족한 비용의 보전방식에서 전략적인 목표 중심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도 “문학, 미술, 연극 등 대다수 예술 분야가 아직도 시장 실패의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오양호 평론가(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위원장)는 문학 분야 정책 지원을 “개인 중심에서 단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박철화 중앙대 교수(문예창작학과)는 “문학 분야 지원정책의 문제는 출발이 수요자 중심에 있지 않고 창작자 중심에 있었다는 점”이라며, “보상 개념을 버리고 문학과 문학인의 자생적 생산력을 높이는 쪽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각예술, 다원예술 분야> 시각예술 부문 발제자로 나선 양지연 동덕여대 교수는 “사업/개인 단위별 지원 위주에서 인프라와 제도적 환경 지원 강화 정책으로 기금 공모 지원사업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직접 지원의 원칙과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술계 전공자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궁극적인 정책 수요자인 국민 대중의 참여가 강화되어야 하며 국가 지원이 필요한 차별화된 영역을 도출하고 집중지원 되어야 한다”면서 “동시에 문화행정의 ‘문화화’작업도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오상길 ‘예술과 시민사회’ 대표는 예술위에 대해 “예술가들과 미술제도 기관들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목적이 선명하고 방법이 견실한 프로젝트 사업들을 중심으로 지원해 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7월 1일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예술지원정책 릴레이토론회에서 시각예술ㆍ다원예술 부문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7월 1일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예술지원정책 릴레이토론회에서 ‘시각예술ㆍ다원예술’ 부문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다원예술 부문에서는 숙명여대 이진아 교수는 “다원예술 분야에 대한 사회적 홍보 및 비평 활동 활성화 필요성과 다원예술 중장기 정책기반 사업 체계화가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국민일보 문화부 장지영 기자는 “현재 다원예술 매개공간이 아직 홍대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독립예술분야 아티스트들의 사랑방 정도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아티스트 및 기획자와의 네트워킹은 물론 효과적인 예술 활동을 위해 각 지역 문예회관을 이용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극, 무용 분야> 연극분야 발제자로 나선 안치운 호서대 교수는 지원제도와 한국연극의 작가윤리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했다.


그는 “2000년대 들어 문화부, 예술위, 각 자치단체 문화재단 등의 지원환경이 크게 호전되었다”며 “이러한 지원사업의 역사는 지원방식과 평가들에 대한 세부적 절차들을 발전시킨 반면 지원을 받는 연극인들의 윤리적 태도에 대해서는 거의 방관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정웅 극단 ‘여행자’ 대표는 “지원금에 안일하게 정착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그것이 지원확충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며 “연극인에게 제작비에 대한 두려움, 엄청난 부채는 미로와도 같기에 지원정책은 적어도 현실에 발을 맞추어 그들에게 희망을 안겨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정상영 기자는 “지원기금 현실화 등 직접적인 기금지원 못지않게 공연단체들이 마음껏 연습하고 공연할 수 있게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홍보 및 마케팅 인프라 지원, 소극장 지원 등고 그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무용분야에서는 박성혜 ‘판 공연예술네트워크’ 대표가 발제자로 나서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명확하게 적용되지 않아 공연예술단체 집중육성사업의 경우도 지원금을 기계적으로 3년간 보장한다는 것 외엔 차별성이 전무하다”고 지적하면서 “직접 지원에 대한 지원축소나 단순화보다는 간접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윤숙 공연기획 ‘액투비’ 대표는 “우수 레퍼토리 공연이 활성화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신작 및 직접지원에 지원금이 편중되어있다”며 “국고지원으로 이루어지는 창작물의 경우 음악, 의상, 움직임, 기획, 홍보 등은 모든 내용을 콘텐츠화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다른 제2의 창작물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데이터베이스화를 서두르자”고 제안했다.


<음악, 전통예술 분야> 음악분야 발제는 허영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가 맡았다. 허교수는 미국의 NEA(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음악분야 지원 사업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모사업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허교수는 “NEA는 원칙적으로 개인에게 지원하지 않는다”며 “개인을 지원하고 육성할 단체를 지원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음악평론가 이나리메씨는 “예술의 발전은 예술가 개인의 발전으로부터 비롯되며 단체의 힘이 강해지면 또 다른 예술권력이 형성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하면서 “외국과 같이 기획사가 좀 더 공공적인 입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허교수는 또 “NEA는 순수예술활동도 지원하지만 많은 사업이 교육부분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예술 향유층을 넓히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도 방과 후 수업을 음악교육에 할애할 수 있도록 기금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전통예술 분야에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 원 일 교수가 발제를 맡아 전통예술 활성화를 저해하는 근본적인 환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전통예술 활성화 구상을 발표했다.


단국대 윤명원 교수는 “‘선택과 집중’은 나눠먹기식의 소비성을 배제하는 좋은 목표지만, 그로부터 소외되는 계층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면서 “간접지원방식 또한 그 구조나 과정을 명쾌하게 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교류 분야>  발제를 맡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홍기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관련 정부부처들의 내부적, 부처간 업무조율이 미비한 상황이고 유사사업을 복수의 부처가 수행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제문화교류활동에 대한 정부의 지원 관련 주제와 전략을 조정할 수 있도록 추진의 핵심부처를 지정하고 정책과 업무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제문화교류는 국제적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행위 그 자체가 사업의 본질을 구성하므로 간접적인 지원이 직접적인 활동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예술위는 역량 있는 단체 등에 대한 직접 지원을 위주로 하고 간접지원에 있어서는 타 기관과의 협력을 병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국문학번역원 권세훈 교류협력팀장은 “문화예산을 증액하는 것 뿐 아니라 주어진 예산 안에서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평가시스템도 보다 탄력적인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활 속의 예술 분야>  이 분야 토론의 발제자로 나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정갑영 선임연구위원은 일상에서의 예술 활동 증지을 위한 정책방안으로 △ 동아리 가족단위 문화활동 지원, △ 사회적 취약 지역 및 계층 문화예술활동 지원, △ 국민 문화감수성 측정 지표개발 및 지수 측정 등을 들었다.


정지은 ‘연극놀이터 해마루’이사는 “문화예술정책이 고급예술의 보급을 넘어서 공동체의 예술로 확장되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긴 호흡으로 지역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예술전문가와 지역에 대해서 폭넓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술지원정책 릴레이토론회에는 현장전문가로 이루어진 발제ㆍ토론자 이외에도 예비예술인 20여명도 배석해 자유토론을 함께 했다.
△ ‘예술지원정책 릴레이토론회’에는 현장전문가로 이루어진 발제ㆍ토론자 이외에도 예비예술인 20여명도 배석해 자유토론을 함께 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토론회의 결과를 기반으로, 지원체계 및 지원방식안을 최종 마련할 계획이다. 또 오는 8월 새롭게 출범하는 2기 예술위원회는 이러한 지원체계 및 지원방식 개선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 문의 :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국 예술정책과 02-3704-9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