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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제 2066대 장관 도종환

연설문

2018년 전국 박물관·미술관인 신년교례회
연설일
2018.01.08.
게시일
2019.03.29.
붙임파일
여러분, 반갑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도종환입니다.

201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과 함께 이 자리를 빛내주신
나경원 의원님, 김한정 의원님, 김쾌정 한국박물관협회장님,
그리고 최광식 전 장관님을 비롯한 박물관·미술관 관계자 여러분과
내외 귀빈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박물관·미술관의 발전을 위해 애써주신
전보삼 관장님을 비롯한 상 받으시는 수상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박물관·미술관 관계자 여러분께서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누리고 향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일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2006년 457개였던 박물관, 미술관이
현재 1,082개까지 늘어나면서
문화예술을 더욱 가까이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러한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우리 국민들이 지역 곳곳에서,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사람 중심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과제입니다.

박물관에서 만나는 문화재 한 점 한 점에는
우리 선조들의 삶과 문화와 역사가 스며있습니다.

그림 한 점 속에는 시대의 변화와
또 인류가 추구하고자 했던 인류 사회의 한 부분들이,
그리고 삶의 섬세한 숨결들이 그 안에 깃들여 있습니다.

지난 해,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통령님을 모시고 왔을 때
반가사유상을 보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불상 안에 스며있는 종교적 숭고함과 예술적 아름다움이
이렇게 조화를 잘 이룬 작품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자리에 오랫동안 서 있다가
늦게 행렬에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삼국시대 만들어진 불상과 고려시대 만들어진 철불과
조선시대 돌장승의 얼굴모습이 보여주는 시대상의 반영.

이런 것들을 박물관 안에서,
또 미술현장에서 여기 계신 여러분들께서 잘 읽어내고
국민들께 하나하나 알려 주실 때마다,
사람들이 문화를 보는 안목이 깊어짐과 동시에
감탄의 박수를 보내곤 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1980년대 초에 청원 두루봉동굴에서
삼한연전 1m 10cm정도 아이의 유골이
발견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가슴 부분에 꽃가루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무슨 꽃인가를 찾아내고,
그 꽃가루 안에 담겨 있는 문화사적 의미를 밝혀 주는
박물관인들의 혜안과 설명을 접하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사람이 제일 먼저 관심을 갖는 것은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었습니다.

실용적 가치 때문에 식물에 관심을 가져도
실용적 가치 때문에 동물에서 식물로 관심이 이동되지만
실용적 가치에서 그 다음 정서적 가치까지
변화되어 온 것을 읽어내는 거죠.

아이의 죽음 위에 꽃을 얹었던 구석기 시대,
우리 조상들의 정서적인 단면을 읽어내는
박물관인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안목이죠.

그리고 그 실용적 가치에서 정서적 가치,
그리고 심미적 가치로까지 변화되는 과정을
잘 설명해 주시는 분도 여기계신 박물관인 여러분들이십니다.

그림과 관련해서는 여기 이 자리에
원로 화가님들도 많이 와 계신데요,

저는 본래 어려서부터 스무 살 될 때까지는
그림 그리는 일을 주로 했었는데요.
그림을 못 그린 좌절 때문에 선택한 것이 문학이었습니다.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면
저는 문학하는 쪽으로 가지 않았을 겁니다.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그 실의와 좌절이,
분노, 절망 이런 것들이 문학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맨 마지막으로 가고 싶은 곳은 그림이라는 점을
여러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말씀을 드립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한 소년이
아직도 제 가슴에, 가슴속 깊은 곳에
남아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 뵐 때마다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오랜 세월을 품은 우리 문화재와 예술작품들이
박물관 · 미술관의 공간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예술자원과 결합하여
많은 사람들의 문화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사회를 아름답고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그런 일을 여러분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우리 문체부도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문화행정의 토대를 만들어서
여러분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함께 손잡고 나아가고 또,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이 있는 문화, 문화적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위해
열린 구조 속에서 더 깊이 고민하고,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담아
새 문화비전을 만드는 과정에 있습니다.
3월까지 만들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박물관 · 미술관인 여러분,

여러분들과 함께‘문화가 숨 쉬는 대한민국,
그리고 사람이 있는 문화,
문화로 아름답게 변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과 함께
새해 첫 자리를 같이하게 되어 든든하고 기쁩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산은 겨울에 더 아름답다고 합니다.
사람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해 주신 원로 박물관인 · 미술관인 여러분,
올 한 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