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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제 2032대 장관 도종환

연설문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념식
연설일
2018.11.27.
게시일
2018.11.29.
붙임파일
여러분, 반갑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도종환입니다.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념식에
참석하게 되어서 매우 기쁘고 뜻깊게 생각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주신
산사세계유산등재 추진위원회 위원장이신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일곱 곳 산사의 주지스님,
그리고 각 광역지자체 및 기초지자체 단체장님과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지난 6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의 명칭으로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보은 법주사 등,
일곱 개의 사찰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번 등재로 우리나라는 13번째 세계문화유산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1995년에 우리나라 첫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 곳은
석굴암과 불국사이고,
그 다음은 해인사 장경판전입니다.

첫 번째로 등재한 곳이 불교문화유산,
그 다음이 종묘, 그리고 창덕궁, 수원화성 순서로
유산이 등재되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전통사찰을 대표하는 일곱 개 산사의 유형적인 아름다움과
역사적인 면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무척 크다 하겠습니다.

이번 등재로 스님들의 생활과 교육, 선수행 등, 전승되어온
한국의 불교문화와 다수의 불교 유산들이,
인류 보편의 가치로 인정받아서 전 세계인의 자랑, 자부심이 된 것입니다.
그것만으로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불교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산사에 가면
그 자체로 많은 감명을 받는 시간을 보내고 옵니다.

조지훈 시인이 오래된 산사에 갔다가 한 장면을 보고 쓴 시가 있습니다.

“목어(木魚)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역(西域) 만리(萬里)길
눈부신 노을 아래 모란이 진다.”

산사에 가서 목어를 두드리다 잠이 든 상좌를 보고,
그 상좌의 앞에서 수행의 나날과 고통의 긴 시간들을 지켜보던
부처님이 말없이 웃으신다고 생각하면서
우리가 가야 할 서방정토를 바라보다 눈부신 노을 아래
모란이 지는 모습을 구현해내는 시를 썼습니다.

그리고 이 시는, 이 시를 읽은
다른 사람들도 산사에 가고 싶게 만듭니다.

제가 몸에 병이 들었을 때
‘해인으로 가는 길’이라는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화엄을 나섰으나 아직 해인에 이르지 못하였다’로
시작하는 시인데요,

지난 몇십 년 화엄의 마당에서 나무들과 함께
숲을 이루며 한세월 벅차고 즐거웠으나
심신에 병이 들어 쫓기듯 해인을 찾아간다
애초에 해인에서 출발하였으니
돌아가는 길이 낯설지는 않다
해인에서 거두어 주시어 풍랑이 가라앉고
경계에 걸리지 않아 무장무애하게 되면
다시 화엄의 숲으로 올 것이다
그땐 화엄과 해인이 지척일 것이다
아니 본래 화엄으로 휘몰아치기 직전이 해인이다
가라앉고 가라앉아 거기 미래의 나까지
바닷물에 다 비친 다음에야 화엄이다
(중략)
그날을 생각하며 천천히 천천히 해인으로 간다

산사는 거기 스님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정신적인 치유의 공간이 됩니다.

저희 문화체육관광부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곱 개 사찰뿐 아니라
전통 사찰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고
소중히 보존하여 후세에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의 세계유산 등재를
축하드리며, 한국 불교문화의 무량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