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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제 2005대 장관 도종환

연설문

2018 상반기 문화체육관광부 퇴임식
연설일
2018.06.29.
게시일
2018.07.03.
붙임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국민들이 문화로 행복한 세상, 문화로 아름다운 세상,
문화로 건강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노력해주신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노고를
저희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완주했다는 것,
그것은 그 자체로서 박수를 받을만합니다.

마라톤 역시 그렇습니다.

동계올림픽 종목 중에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장거리 종목이 그렇습니다.

여러분들도 한 생애를 다 던져서 완주하신 분들이십니다.

박수를 받으실 만합니다.

여러분들의 기쁨과 여러분들의 보람과
여러분들의 긍지와 자긍심.
여러분들이 국민을 위해 헌신하시고, 희생하시고
노력하신 모신 것 그리고 국가를 위해서
불철주야 애를 쓰신 그 모든 과정을
저희는 잊지 않을 것이고 또,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정부를 대신해서 여러분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한편으로는 홀가분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홀가분함과 동시에 막연한 두려움도 갖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도요새’라는 새가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알래스카까지 날아가는 새입니다.

일주일동안 먹지 않고 비행을 해서
잠시 머무를 곳을 찾았다가
다시 또 새로운 땅을 향해서 날아가고,
목숨을 걸고 저 지구 북쪽까지 갑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이 새들이 올 줄 알고 기다리고,
카메라에 그 장면들을 담고 박수를 보내기도 합니다.

근데, 이 새들이 올 줄 알고
미리 덫을 놓는 사람들도 있고
그물을 치는 사람들도 있고,
총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새들이 생각하는 비행의 목적과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이 서로 다른 채
새로운 대륙을 향해서 끝없는 비행을 하며
날아가는 도요새를 보면서 제가 쓴 시가 있습니다.

「도요새」라는 시입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도요새

저기 새로운 대륙이 몰려온다
낯선 세상을 찾아가는 일이
우리의 일생이다
시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우주를 움직이는 힘은 거대하나 보이지 않으며
우리 각자는 한 마리 새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말아라
우리는 빙하가 녹는 여름의 북쪽까지 갈 것이다
연둣빛 물가에서 사랑을 하고 새끼를 키울 것이다
새로운 세상 어디에나
덫과 맹금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리는 이유가
우리와 같지 않다는 것
생의 갯가에는
밀물과 썰물이 있다는 것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어디에도 없을 수 있고
이전에도 없었다는 것
그럼에도 우리는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오늘도 번개의 칼끝이 푸른 섬광으로 하늘을 가르는
두렵고 막막한 허공을 건너가지만
우직하게 간다는 것
날갯죽지 안쪽이 뜨겁다는 것
갈망한다는 것
우리가 도요새라는 것
생을 다 던져 함께 도달하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마지막 숙제라는 것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찾아가는 것
이것이 도요새의 일생이라는 것이다
저기 또 새로운 대륙이 몰려온다

우리가 생각하는 새로운 땅을 찾아가는 이유와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리는 이유가 서로 같지 않을 수 있어요.

정년퇴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아들도 기다리고 있구요.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도 기다리고 있어요.

생을 완주하고 난 뒤 우리가 생각하는 이유와
우리를 반가워하는 이유가 바깥세상에서 다르다는 이야기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생의 목적이 있어야하고
또, 앞으로 30년 무슨 일을 하면서
삶의 기쁨과 보람을 다시 만들어가며
새로운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우리에겐 있는 것이죠.

생의 갯가에는 밀물과 썰물이 있습니다.

지금은 밀물의 때인지 썰물의 때인지를 생각해서
거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시 찾아야하기도 하고
또,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직하게 가야할 길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를 찾아가야할 이유 또한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다는 것.

이런 것들을 생각해야하는 시간,
이런 시간이 정년 이후의 시간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마 많은 생각들을 하셨을 줄로 압니다.

이 새들은 알레스카가 생의 목표가 아닙니다.
거기까지 가는데,
거기서 이제 우리가 원하던 생의 목표가 달성됐다고
거기 정착해서 살지 않고,
살다가 다시 또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날아가는 그것이
그들의 일생입니다. 그게 도요새들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에 도달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어디에도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나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 것이
우리가 살아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해야 할
가장 인간다운 모습이라는 것.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이 시를 썼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께 읽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일에 대한 열정으로 에너지를 다 쏟아오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제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에너지를 쏟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을 보내셔도
참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꽃은 자기 내면으로부터
스스로를 축복하며 핀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스스로를 축복하며
아름답게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하루하루를 열정으로 살아가시면 참 좋겠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새로운 인생이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기를 모두가 응원하겠습니다.

김남순 주무관님, 김미해 과장님, 김정수 주무관님,
류원현 주무관님, 성정희 과장님, 안종현 주무관님,
여위숙 관장님, 이재선 부장님, 장이섭 사무관님
최용기 연구관님, 현명숙 사무관님, 홍승연 과장님,
에리자벳 전문관님

정말 고맙습니다.

에리자벳 전문관님은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오셨다가
여기 정착하셔서 40년 넘게 우리나라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참 많은 공헌을 하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의 영예로운 퇴임과 새로운 출발을
다시 한번 온 마음으로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