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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제 1254대 장관 유인촌

연설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기공식 축문
연설일
2008.06.11.
게시일
2008.06.17.
붙임파일
2008년 6월 10일, 무자(戊子)년 무오(戊午)월 신사(辛巳)일.

하늘과 땅에 고하옵니다.

존경하는 국민과 사랑하는 광주시민,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과 함께

삼가고 또 삼가는 마음으로 고하옵니다.


지금 ‘빛 고을’ 광주에 작은 씨앗하나 뿌리옵니다.

문화의 겨자씨를 뿌리옵니다.

콩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고, 상록수처럼 늘 푸르며, 포도처럼 달디 단 열매를 알알이 열리게 해 주시옵소서.

이 곳이 세계를 향한 문화의 창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늘과 땅이시여.

세월은 흐르고 절기는 넘어가 산과 들이 온통 푸르옵니다.

사람들이 인정을 나누고 얼굴 부비며 사는 세상이 참 푸르옵니다.

강산과 사람 모두 푸르른 이 곳에서

아시아문화전당의 첫 삽을 뜨는 저희들의 마음 또한 푸르옵니다.

이번 정성을 바치는 데 많은 분들이 힘을 쏟으셨으니,

그분들께 소나무와 같은 늘푸름을 나누어 주시옵소서.


광주시민 여러분, 박광태 광주시장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관계자들께 축복을 주시옵소서.


그리고 문순태 부위원장님. 당신께서 쓰신 소설 ‘징소리’처럼 이 곳이

인간의 품위를 고양시키는 진원지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징소리는 모든 소리를 살리고, 모든 소리를 한데 모아 넓고 깊게 울려 퍼뜨립니다.

문화는 인간 삶의 징소리입니다.

이 곳에서 산출한 문화가 인류의 징소리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하늘과 땅이시여.

아시아문화전당은 땅 밑에 세워지옵니다.

빛고을의 밝음이 땅 속 깊이 스며야 하지 않겠습니까.

온기를 머금은 땅 속의 훈훈함이 세상의 윗목까지 덥혀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화는 달빛과 같습니다.

수면에 파동을 내지 않은 채 호수 깊이 비추는 달빛처럼.

문화는 아무에게도 상처주지 않으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인류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은은하게 비춰줍니다.


거기에 어울리는 건물은 나 홀로 우뚝 선 건물이 아닐 것입니다.

거기에 어울리는 건물은 하늘이 곧 땅이고, 땅이 곧 하늘인 건물일 것입니다.

천정이 통째로 달님이고, 벽이 통째로 바람이며, 바닥이 통째로 구름인 건물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건물이 통째로 소통의 창문이어서 누구나 새로운 생각과 말과 행위를 주고받는 곳이 될 것입니다.


문화는 위 아래 따로 없이 스며드는 우리 삶의 공기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는 활짝 열려 있으면서도 가장 밀도 있는 소통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는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 과거와 미래가 몸과 마음을 부비고 섞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드러냄 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삼라만상을 키우는 대지의 마음이 바로 아시아문화전당, 광주의 마음입니다.



하늘과 땅이시여.

이곳은 문화예술인들의 전당입니다.

이곳에서 세계를 비추는 아름다운 에너지가 뿜어 나오도록 도와주소서.

이곳이 국경을 넘어 인종을 넘어 문화예술이 파도치는 푸른 바다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곳이 문화예술의 실험과 시도들이 메아리치는 푸른 산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공손한 마음으로 기원하나이다.


부디 광주가 문화예술인들의 열린 마음과 열정으로 채워지기를 기원하나이다.

부디 광주가 다툼이 없고 온기로 가득한 평화의 터가 되길 기원하나이다.

부디 광주가 풍요와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기원하나이다.


그렇게 되기를 빌고 또 비나이다